목포출신 박은선 작가, 보첼리 공연 빛내다
2022년 08월 01일(월) 20:30
이탈리아 안드레아 보첼리 고향에서 열린 콘서트에 조각 ‘무한기둥’ 설치
신안 자은도에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인피니또’ 뮤지엄 건립

보첼리 고향마을에 설치된 박은선 조각가의 작품. /연합뉴스·박은선 작가 제공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의 고향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 라이아티코다. 인구 1000여명의 작은 마을에서는 1년에 단 하루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마을 인근 평원에 세운 특설무대 ‘테아트로 델 실렌치오’에서 개최되는 보첼리의 콘서트는 언제나 화제 만발이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2만여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17번째 공연에서는 보첼리의 노래와 목포 출신 조각가 박은선(57)의 조각 작품이 어우러진 특별한 무대가 연출돼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박은선 작가는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함께 신안 자은도에 들어서는 ‘인피니또 뮤지엄’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럽을 거점으로 활동중인 박작가는 이날 공연 무대에 11m 높이의 작품 ‘무한기둥(Colonna infinita)’을 설치했다. 연회색과 검은색의 대리석 판들이 스트라이프 무늬처럼 켜켜이 쌓이며 공중을 향해 끝없이 솟아오르는 이 조각은 다양한 색감의 무대 조명과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다.

보첼리는 매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가의 작품으로 무대를 꾸며왔다. 지난해에는 ‘살아있는 피카소’로 불리는 스페인 조각가 마놀로 발데스가 참여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출신 거장 아르날도 포모도로 등이 함께 했으며 아시아 작가로는 박 작가가 처음 초대됐다.

지난 28일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이 열린 이탈리아 테아트로 델 실렌치오 무대. /연합뉴스·박은선 작가 제공
박 작가는 9개월에 걸쳐 작품을 제작했고 행사 주최측은 조각품에 맞춰 무대를 설계했다. 그의 작품은 공연장 무대 뿐 아니라 라이아티코 중앙광장과 성당 등에도 설치됐다. 박 작가는 지난해에는 보첼리 소유 비치클럽에서 야외전시를 갖기도했다. 이탈리아 3대 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콘티니 아트 갤러리가 기획하고 보첼리가 주최한 조각전으로 ‘바다에서 무한으로’를 주제로 열렸다.

박 작가가 참여하고 있는 신안 인피니또 뮤지엄은 하나의 섬에 하나의 뮤지엄을 건립하는 ‘1도(島) 1뮤지엄’ 아트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기획이다.

자은도는 무한의 다리와 둔장해변, 뮤지엄파크, 백길·분계해수욕장 등 천혜의 관광자원과 함께 최근 라마다 프라자호텔&씨원리조트가 문을 열면서 쉬어가기 좋은 관광 명소로 부상중이다. 특히 지난 1일 국토부가 지정한 전국 유일의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되면서 각종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

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둔장해변 일원에 건립중인 인피니또 뮤지엄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박 작가의 작품 등이 들어서는 야외 조각 전시장, 실내 전시장, 정원, 카페, 책방,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인피니또 뮤지엄 건립 협약식’에 참석한 김영록 전남도지사, 건축가 마리오 보타, 박은선 조각가. <왼쪽부터>
‘인피니또’는 ‘무한’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섬과 섬을 무한히 연결하는 영속성, 그리고 박작가의 작품 주제인 ‘무한 기둥’의 철학적 의미를 담았다. 현재 마리오 보타의 디자인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오는 2024년 개관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지난해 11월 김영록 도지사, 박우량 신안군수, 마리오 보타, 박은선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신안 인피니또 뮤지움 건립 업무협약을 체결했었다.

경희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이탈리아 카라라 예술국립아카데미를 졸업한 박 작가는 1993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시에 정착했다. 질좋은 대리석 주산지로 미켈란젤로, 헨리 무어 등 세계적 작가들이 작업한 피에트라산타시는 ‘조각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박 작가는 2018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피에트라산타시가 매년 최고의 조각가에게 수여하는 ‘프라텔리 로셀리’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조각 예술에서 뛰어난 공로를 인정받아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피에트라산타의 명예시민이 됐다.

박은선 작가의 작품은 고향인 목포 성옥미술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박 작가의 작품은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 스위스, 룩셈부르크, 미국 등 여러국가의 공공장소에 20여점이 설치돼 있으며 목포 성옥미술관 야외 정원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디자인을 맡은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서울 강남 교보타워, 삼성미술관 리움,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등 을 설계한 건축계의 거장이다.

한편 신안군은 안드레아 보첼리를 인피니또 뮤지엄 개관 기념 공연에 초대하는 방안도 추진중으로 담당자들이 보첼리 콘서트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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