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그리고 협동조합-신우진 광주시민인문학 사무국장
2022년 07월 29일(금) 00:30
인문(人文)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 했던가! 나는 현재의 나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지금, 여기’에서 가장 바라고 꿈꾸며 원하고 추구하는 내면의 주제는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 것인가? 나는 그 답을 오랜 기간 천착해 온 인문학에서 구하고자 한다. 인문학을 통해 내가 어떻게 독립적 주체가 되는가, 즉 어떻게 내 삶의 주인이 되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오랜 시간 고민하였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인문학적 지식을 갖추어 거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문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힘, 즉 세상을 읽고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다. 예컨대 통증을 없애는 일시적인 마취가 아니라 환부를 도려내는 근본적인 치료, 상처를 아물게 하는 근원적 치유, 그리고 성장을 유도하는 촉진제로써의 인문학이 앞으로 내가 목표로 하는 가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 공부는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텍스트를 통한 방법도 있지만 인문학의 특성상 인생이, 삶이, 생활이 곧 인문학일 수 있다. 사람이 자연과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이 문화가 되듯이, 인문학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이뤄지는 손길이나 숨결이 모인 이야기이다. ‘지금’ ‘여기’에서 이뤄지고 있는 삶이나 현실,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무늬와 나이테를 제대로 파악해 내는 관점과 태도가 담긴 그런 인문학. 그것은 공허함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며 현실에 잘 맞는 반성과 비판과 전망을 담을 것이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선 자리에서 출발하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은 나의 구체적인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지점은 공동체 활동으로 관계를 맺으며 어울릴 때 해결 가능하다.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적 조직을 이루고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할 때의 조직을 상정한다. 단순한 모임보다는 더 질적으로 강하고 깊은 관계로 결속된 공동체에서 말이다. 이를 위해서 공동체는 상호 의무, 정서적 유대, 공동의 이해관계와 공유된 이해력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힘도 필요하다. 따라서 공동체의 이러한 과제는 ‘따로 또 같이’라는 마음으로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이러한 지점에 ‘협동조합’ 체제가 있다. 과연 내가 꿈꾸는 진정한 공동체라는 게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어떠한 가능성이 있으며 무슨 가치를 가지고 현실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가? 인문학은 삶과 앎을 만나게 하는 힘이다.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만나고 대화하는 실천들이야말로 인문학의 본질이다.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모색하려는 생활인이라면 누구든 인문학 공동체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지식과 삶의 불일치를 협동적 활동으로 극복하고, 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삶에 보탬이 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대학이 결코 하려 들지 않는 인문학, 해야 하는데도 하지 못하는 인문학을 실현하는 것이다. 제도의 규격에 마름질당하고 왜곡될 수밖에 없었던 인문학적 상상력의 복원을 지향한다. 대학이 결핍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비춰 낼 수 있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러한 공동체의 현실적인 모델로 우리는 협동조합 체제를 선택했다. 협동조합 안에서의 조합원은 누구나 평등하게 권리와 의무를 행사한다. 이는 인문학이나 문화예술의 정신과도 닮아 있다. 상황이나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배우고 누리고 즐긴다는 측면에서도. 이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선 조합원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로 돕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광주시민 인문학 협동조합에서 제시하고 실현해야 한다. 이 또한 협동조합의 중요한 목표이고 그 자체가 어렵고도 중요한 인문학적 실천이다.

연대의 힘으로 합리적인 사고와 창의적 활동, 여기에 상호부조의 힘으로 이끌고 있는 광주시민 인문학 협동조합은 나날이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진실로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함께 증명해 보였으면 한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