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기쁨도 잠시…‘이자 폭탄’에 잠이 안와요
2022년 07월 28일(목) 07:30
광주 입주시즌 앞두고 금리 두 배 뛰며 상환 부담 가중
2년 전 청약 당첨 당시보다 갚아야 할 대출금 30~40만원 늘어
보금자리론 등 시중은행과 차이없는 정책상품 불만

/클립아트코리아

주택청약 당첨의 기쁨과 ‘내 집 마련’을 꿈꿔왔던 예비입주자들이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치솟는 금리 탓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2년 전 주택청약에 당첨됐던 광주지역 입주자들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금리가 크게 오르자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출시된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의 대출금리가 시중 은행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데다, 대출 한도와 조건 등도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27일 지역 부동산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광주의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1만5000호 상당에 이른다. 이달부터 입주가 시작돼 올 하반기까지 입주가 이뤄질 아파트도 7800여세대로 추산된다.

문제는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앞두고 금리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까지 우려돼 입주자들의 대출상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2019년 10월 결혼을 2개월 앞두고 주택청약에 당첨돼 오는 10월 입주 예정이라는 박모(35)씨도 최근 금리 인상 소식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라고 했다.

2년 전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광주시 북구에 82.6㎡(25평) 규모의 아파트 청약이 당첨, 생애 첫 주택마련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지금은 대출 금리 탓에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박씨의 아파트 분양가는 3억2000만원으로 주택금융공사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통해 분양가의 70%인 2억2400만원을 대출받을 계획이었다. 당첨 당시에만 해도 금리는 30년 만기 연 최대 2.35%였다. 원리금균등 분활상환으로 원금과 이자 등 매달 86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현재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4.80%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금 역시 117만원 상당으로 31만원이 늘었다. 또 원금을 제외한 대출 이자만 8800여만원에서 1억9900여만원으로 1억원이 넘게 급증했다.

박씨는 “말이 한 달에 30만원이지 1년이면 360만원이나 가계지출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신혼 때 세웠던 경제계획이 전부 어그러졌다”며 “아직 대출을 실행하기 전인데 다음 달 금리가 또 오르면 대출상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2019년 8월 청약에 당첨돼 지난 12일 입주했다는 김모(39)씨도 마찬가지다. 당시 99.1㎡(30평) 규모의 아파트 분양가는 4억3000만원으로, 김씨는 최근 시중은행 주담대를 통해 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4.66%로 김씨는 앞으로 35년간 매달 140만원 상당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김씨의 연봉은 4300만원 수준으로 한 달 실수령액은 320여만원이다. 매달 140만원이 대출금으로 나가면 남는 돈은 180만원이다. 여기에 보험료(20만원)와 관리비 및 공과금(40만원), 주유비(20만원) 등을 더하면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김씨는 “분양 당시 상환할 대출금이 100만원 수준이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40만원을 더 부담하게 된 꼴”이라며 “공과금 등 매달 고정 지출이 빠져나가면 생활비조차 빠듯하다.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길까 염려스러울 정도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출시된 정책금융상품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금융상품인 u-보금자리론의 30년 만기 대출금리는 4.80%, 40년 만기는 4.85%다. 아낌e보금자리론도 30년과 40년 만기 상품이 각각 4.70%, 4.75%다. 우대금리가 적용돼 실제 금리는 낮아질 수 있으나, 시중은행의 주담대 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

또 ‘만기 시까지 고정금리’로 현재처럼 금리가 치솟은 상황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 대출 한도도 최대 LTV 70% 기준 3억6000만원(미성년 자녀 3명 4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향후 금리가 낮아져 상품을 바꾸려고 해도 3년 이내에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다음 달 출시하는 ‘50년 만기’ 상품에 대한 서민들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다음 달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해 입주하게 된다는 서모(42)씨는 “금리가 낮았던 1~2년 전만 해도 정책금융상품이 대출 우선순위였지만 고금리 시대인 지금은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청년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최소 신혼부부들의 생애 첫 주택 마련에는 금리를 낮춰주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느냐”고 푸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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