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시 광주’ 무색…지역 중소IT기업 “개발자가 없다”
2022년 07월 21일(목) 20:45
수도권 이직 ‘비일비재’ 경력자 모시기 경쟁에 ‘급여 거품’ 현상
“사업 규모 유지도 벅차… 개발자 사관학교 전락 막기 대책 절실”

/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 중심 도시 광주’가 무색하게도 지역 중소 IT기업들은 개발자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AI 관련 산업이 확장하면서 개발자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광주에 있던 기존 개발인력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것이다. 숙련된 개발자를 채용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신규 직원을 뽑아 일을 가르쳐놓으면 경력을 쌓아 수도권으로 이직해 떠나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지역 내 개발자 부족 사태가 계속되자 개발자를 서로 모셔가기 위해 연봉을 올려주고 ‘스카웃’하는 일도 빈번해져 급여에 거품이 끼는 ‘급여 버블’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인공지능 중심도시’를 외치고 있는 광주가 개발인력 부족으로 지역 IT기업의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광주지역 IT업계에 따르면 광주에서 인공지능(AI)과 웹 프로그래머, 서버 엔지니어 등 IT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사는 3개월 전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3년차 직원이 서울의 한 회사로 이직했다. 이직을 막기 위해 서울의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에 급여를 맞춰주겠다며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직원을 붙잡지 못했다.

A사 대표는 “워낙 개발자가 귀해 연봉을 올려주더라도 붙잡아두고 싶지만 남아 있으려는 직원이 없다”며 “서울에서도 스펙을 쌓아 조금 더 조건이 좋은 곳으로 이직하려는 분위기 탓에 기회가 오면 다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창업 2년차의 스타트업 B사는 올해 10명의 개발자를 채용해야 하지만 3명밖에 뽑지 못했다. 그마저도 3명의 개발자를 신규로 채용하면서 애를 먹었다. 경력이 있는 개발자는 ‘귀한 몸’이라 채용할 수도 없었고, 입사지원서를 넣은 구직자들은 모두 관련 업무 경험이 전혀 없었다.

B사 대표는 “학원에서 코딩을 배워 개발자로 갓 취업한 신규 직원들은 사실상 실무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직접 일을 가르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고, 일을 배우면 1~2년 뒤 또 떠나버리기 일쑤다. 이게 광주지역 IT업계의 현실이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IT기업 C사는 개발자 채용 공고를 냈지만 이력서를 받아 보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당장 채용이 시급해 또 다른 광주지역 IT 기업에서 일하는 개발자에게 접촉,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스카웃 제의를 한 상태다.

C사 대표는 “스카웃 제의를 하고 벌써 수개월째 접촉하고 있지만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개발자들의 몸값만 계속해 올라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내 개발자 부족 현상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AI관련 산업 확장하면서 기존 오래된 시스템들이 고도화돼 중급 이상 실력을 갖춘 개발인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중급 이상 개발자 수요가 늘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받았던 스타트업과 IT 대기업에서 개발자를 흡수, 수도권의 중견 기업들은 지방의 인력을 빨아들이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력을 갖춘 개발자들이 보다 높은 급여와 조건을 찾아 이탈하면서 지역 기업들은 사업 규모를 확장할 수 없을 뿐더러, 기존의 사업 규모를 유지하기도 벅찬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광주전남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광주를 비롯한 지방이 개발인력을 키워내는 사관학교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실력을 갖춘 양질의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AI, IT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고용지원 등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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