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상장사 “이자 부담 가중, 남의 일 아니네”
2022년 07월 17일(일) 19:05
15개사 부채비율·차입금 의존도 ‘전국 최고’
코로나 대내외 불안 여건에 2년 연속 악화
9월 중소기업 대출지원 종료되면 줄도산 우려

고금리·고환율 추세 속에서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상장기업(코스피·코스닥·코넥스) 15개사의 부채비율은 131.8%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광주일보 자료사진>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광주지역 상장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장사는 시중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과 고환율로 인해 치솟는 수입 원자재 비용과도 싸워야 하는 실정이다.

17일 광주일보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받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상장기업(코스피·코스닥·코넥스) 15개사의 부채비율은 131.8%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광주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이 131.8%라는 건 기업 자본이 100만원일 때 갚아야 할 빚은 130만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이는 전국 상장사들의 평균 부채비율 70.7%의 1.9배 수준이다. 7대 특·광역시 가운데 최고이며, 전라·제주권을 포함한 5개 도(道) 중에서도 가장 높다.

7대 도시 가운데 광주에 이어 인천 86.2%, 대구 81.7%, 서울 77.3%, 울산 70.8%, 부산 66.8%, 대전 59.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상장기업 경영지표 비교.<단위:%·개, 자료:이정문 의원실·금융감독원>
문제는 코로나19 국내 확산 이후 광주지역 부채비율이 현저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은 2017년 115.5%에서 2018년 106.1%, 2019년 101.1% 등으로 감소 추세였지만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116.3%, 지난해 131.8% 등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국 평균 부채비율이 66.9%(2017년)→65.1%(2018년)→67.8%(2019년)→70.7%(2020년)→70.7%(2021년) 등 비교적 완만한 물결을 그린 것과 대조된다.

광주 상장법인들의 열악한 경영지표는 차입금 의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 의존도는 광주 29.5%로, 역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광주 비율은 전국 평균 20.5%를 크게 웃돌고,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낮은 울산(14.3%)보다 2배 높다.

광주 차입금 의존도 역시 2017년 29.0%, 2018년 25.0%, 2019년 24.2% 등으로 줄다가 2020년 25.7%, 2021년 29.5% 등으로 반등했다.

주식이 증권 시장에 등록될 자격을 갖출 정도로 경영여건이 그나마 나은 상장사들도 차입금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 상승세 속에서 9월 말에는 중소법인·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대출 지원조치 종료가 예고됐다. 차입금의 금리 부담을 견뎌 내지 못한 기업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광주 상장사의 채무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영업 활동 성과를 판단하는 잣대로 통하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매출액에 대한 영업 이익의 비율)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광주 상장법인 15개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0.7%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8.4%)의 12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며, 전국 최고 대전(14.0%)보다 13.3%포인트나 낮다.

5년 전인 2017년 광주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3%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0.8%로 올랐고, 2019년에는 전국 평균(5.2%)보다 높은 5.5%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과 원자재 수급 불균형 등을 겪으면서 이 비율은 2020년 1.5%, 지난해 0.7%로 뚝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은 기업 재무제표 전문 분석기업 KISVALUE에서 3개년 연속 사업보고서 확인이 가능한 상장사들을 대상(금융업·공기업 제외)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분석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광주 상장기업 15개사 가운데 2곳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은 3개년 연속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으로 산정한다.

이정문 의원은 “광주 상장기업들의 부채비율 등 경영지표가 현저하게 악화하고 있다”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기 힘든 한계기업의 경우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을 통해 연명할 경우 시장의 활력을 떨어트리는 ‘좀비’ 기업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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