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에서 시작하는 광주다운 도시계획-윤희철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2022년 07월 15일(금) 00:15
얼마 전 서울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거 시설의 편리성을 자랑하는 영상을 봤다. 주상복합 아파트인데,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곧바로 병원·미용실·마트·학원 등 다양한 시설이 모두 있어서 너무 편리하다는 말이었다. 압축 도시(캠팩트 도시)나 복합 개발을 추구하는 요즘 도시 개발의 추세에 따르면 당연히 긍정적이지만, 이 영상을 보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외국인이 거주하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건물 전체에서 상업 시설이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를 돌아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다. 상업시설은 분양이 어렵다는 이유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상업시설 비율을 15퍼센트만 설정한다. 몇 해 전 30퍼센트까지 비율을 상향하려고 논의를 했지만, 건설사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당장 분양이 안되어 공실로 남는 상업 시설보다 주거 시설을 선호하는 부동산 논리 때문이었다.

최근 북동 도시환경 정비사업을 심의하는 경관위원회가 지난 6월 말 갑자기 회의를 개최한 일로 세간이 시끄럽다. 시장이 바뀌는 공백기를 노려 급하게 위원회를 개최해 조건부로 통과됐다.

북동은 수창초등학교 주변의 13만 4783㎡의 땅에 지난 2005년 5월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만 구성되었고, 구역 지정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그동안 이 지역은 방치된 채로 남았고, 2019년부터 투기꾼들이 지분 쪼개기에 들어갔다. 60㎡ 이상의 토지에 대해 분양권이 보장된다는 기준을 노려 부동산 투기가 이뤄졌다.

보통 장기간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거 환경의 질이 너무 낙후되기 때문에 구역을 해제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너무 일찍 재개발 구역으로 설정되어 법·제도적 보호 장치도 없이 방치되었다. 결국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내버려 두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그곳에 오래 거주하고 상업 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받게 되었다. 일단 재개발 구역으로 설정되면 증개축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동은 구도심의 유일한 중심 상업 지역으로 금남로와 충장로를 이어 중흥동과 광주역에 이르는 한복판에 위치한 곳이다. 개발사가 제시한 계획이 모두 2200여 세대에 이르는 주거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당장 세대수가 늘고, 인구가 유입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곳이 상업지역이란 점이다.

겉모습은 주상복합 아파트이지만, 상업 용도가 고작 15퍼센트에 불과한 광주의 제도적 허점을 노린 것이다. 상업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상업 활동의 축이 중간에서 뚝 끊어진다. 북동은 다소 침체된 금남로와 충장로의 상권이 중흥동을 넘어 광주역까지 연결하는 핵심축이다. 이 지역이 가진 상업 기능을 최소화되는 것은 결국 구도심 활성화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솔직히 누가 아파트 단지로 쇼핑하러 가는가.

당장 놀거리, 즐길거리가 없다고 ‘노잼 도시’라는 부정적 인식까지 판치는 현 상황에서 상업 지역으로 제 기능도 못하는 도시계획이 그대로 승인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결정이다.

앞으로도 재개발을 위한 절차가 남았다. 개발 단계부터 상업 지역의 역할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건축물의 높이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다. 멋진 디자인의 건물과 함께 누구나 이곳에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북동성당, 광주학생운동 기념탑, 김정호 거리 등 근현대 역사문화 자원이 즐비한 곳이다. 북동이 가진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어떤 개발 방식이라도 원주민을 위한 재개발이 되어야 한다. 지분 쪼개기로 소수의 투기꾼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부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망치면서 원주민이 고통받는 비극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북동은 광주 도시계획과 재개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성냥갑 아파트 개발로 상업지역을 주거지역으로 만들어 도시의 발전을 저해할 것인가. 아니면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가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북동에서 광주다운 도시계획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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