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의 관점에서 본 진보와 보수-임채석 광주시교육청 사무관·행정학 박사
2022년 07월 14일(목) 00:15
우리는 주변에서 ‘보수’ ‘진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정치 또는 선거 과정에서 이념적 편 가르기가 심할수록 사용 빈도가 잦은 단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를 구분할 때 자기와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상대를 보수적, 진보적이라고 규정해 버린다.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핵심 가치는 자유와 평등이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자유의 가치관을, 진보는 평등의 가치관을 중시한다. 보수는 성장을, 진보는 분배를 우선한다.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평상시에는 교육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 때만 되면 진보와 보수는 확고한 경계를 만들고 서로 경쟁한다. 교육감의 정치 성향을 진보와 보수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교육감 후보자들이 표방한 선거 공약, 지지 단체, 언론 자료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방법이 하나 예일 수 있다. 지난 2018년 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 성향 열네 곳, 보수 성향 세 곳으로 진보 성향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 민심은 진보 성향 아홉 곳, 보수 성향 여덟 곳으로 균형을 선택했다.

교육자치의 관점에서 보는 진보와 보수는 어떤가? 교육에서 이념 논쟁은 교육 과정과 학생 간 우선순위 대립에서 시작한다. 보수는 교육 과정을, 진보는 학생을 우선한다. 모두 교육의 핵심 요소다. 학생 없는 교육 과정은 의미가 없고, 교육 과정 없이는 학생에게 어떤 교육 성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정당 공천이 불가능하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다. 선거인데 정치적 중립이라는 역설 때문에 교육의 다양성이 아닌 양당제의 산물로 고착된 모양세다. 교육감은 교육 전문성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들이 가진 교육 상식을 대변하는 자리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만 정치인이 아닌 경계인의 존재감이다. 그래서 교육과 정치 사이에서,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심각한 몸살을 앓는다.

사물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지닌다. 부정의 이면에는 긍정이, 긍정의 이면에는 부정이 포함돼 있다. 모든 것은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 발전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껍질 속에 숨어 지내는 갑각류보다 피해를 감수하고 내부에 골격을 세운 포유류의 진화 속도가 더 빨랐던 이유는 상호작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개인과 개인의 경계든, 일반 자치와 교육자치의 경계든, 진보와 보수의 경계든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공존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학교든 정부든, 교육이든 정치든, 진보든 보수든 한쪽에 치우쳐 영원할 수 없다.

교육을 진보·보수로 구분하고 재단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시민들은 교육감이 진보냐, 보수냐에 관심 없다. 오직 학생을 위한 교육 정책이 중요하다. 현재의 교육 불평등 극복과 미래 교육 체제 전환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 하지만 교육 문제를 진보와 보수로 나눠서는 안 된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교육자치 관점에서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의 긴장된 균형이 필요하다.

교육에서만큼은 양당제의 산물인 진보 교육감, 보수 교육감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교육의 본질에서 교육을 흔드는 정치 권력의 실험이나 양당제 외풍을 경계해야 한다. 현재 주어진 제도 속에서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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