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자! 더운 날에도-박해용 지역문화활동가·철학박사
2022년 07월 13일(수) 00:15 가가
변하는 세상과 그 안에 사는 나를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다면, 나아가 이웃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이것은 마치 마술 지팡이를 갖는 일에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어디서 올까? 그건 책을 읽는 일에서 온다. 혹자는 책을 읽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을 바꾸면, 책을 읽는 일은 의외로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요즘처럼 더위가 우리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압박하는 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커다란 고통에 속할 것이다. 더위로 인해서 머리가 잠시 멈춘 것 같은데, 책을 읽으라는 것은 차라리 고문이랄까? 책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젊은 날, 어느 여름날, 어떤 책을 읽다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책과 더불어 먹고 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렘브란트의 ‘토론하는 두 학자’라는 그림을 기억한다. 학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명장면이다. 이 그림을 보면, 두 학자가 책의 내용을 번갈아 지적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며 서로가 소통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독수리처럼 피력할 순간을 포착이라도 하려는 듯 긴장한 모습을 감지하면 감정이입이 된다. 학자로 살았던, 다른 일을 하며 살아왔던,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세월을 산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어디 있을까? 쭈글쭈글하거나 속이 차지 않은 마른 수수대 같은, 덜 익은 노인으로 살면서 삶이 만족하다고 말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을 말하는 것처럼 바보 같은 헛된 짓은 또 없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글을 쓰는 읽은 멍청한 일을 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일이다. 책을 읽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떠나는 배와 도착하는 배들이 왕래하는 사이로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이름 모를 어느 항구 조용한 곳,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던 불같이 이글거리는 젊은이의 눈이 기억난다. 어느 먼 외국의 지하철에서 앉을 자리를 잡자 말자 배낭을 열고 책을 꺼내 읽는, 목마른 사슴이 냇가에 도착하자 마자 물을 찾듯이 열정적인 사람들의 모습도 겹친다. 그들은 거의 모두 타인의 시선에 대하여 완성된 삶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알듯 모를 듯한 미소와 여유를 느끼게 한다.
책을 읽는 일은, 다음에 읽을 읽어야 할 책을 알려 준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읽다 보면 정말 내가 원하는 책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음을 어느 날 알게 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가리켜 자기 책을 찾아가는 과정에 든 사람이라고 말한다. 소유하는 의미가 아닌, 내 삶의 길을 알려 주는 바로 ‘내 책’을 찾은 사람들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이러한 길에 들어서게 되어 있다. 자기 스스로 엉덩이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고 어떻게 이 기쁨을 누릴 수 있으려나?
흔히들 친구를 갖는 것이 인생에서 최고의 기쁨이며 즐거움이라고 말하지만, 그 의미는 아무 친구나 뜻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순에 찬 세계 안에서도 그러나 무언가 바꿔야 할 것이 있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이 생이 다하기 전에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는 삶의 의미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인간관계가 진정한 우정의 모습이다. 독서는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그러나 이제 알아야 하는 신비한 생의 기쁨이다.
따라서 ‘가을엔 독서하는 날이다’라는 발언은 버려야 한다. 형식적이고 허울 좋은 이야기들을 버리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삶을 살자! 포탄이 머리 위로 날아가는 순간에도 책을 읽는 한 군인을 보지 않았는가? 사람은 책을 읽을 줄 아는 동물이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쓴 루이스 세풀베다의 말처럼. 그러니 더운 날이라고, 추운 날이라고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사람의 삶을 소홀히 하는 일이다. 덥든 춥든 서늘하든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아래와 같은 명언을 인정해야 한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서문에서)
책을 읽는 일은, 다음에 읽을 읽어야 할 책을 알려 준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서 읽다 보면 정말 내가 원하는 책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음을 어느 날 알게 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가리켜 자기 책을 찾아가는 과정에 든 사람이라고 말한다. 소유하는 의미가 아닌, 내 삶의 길을 알려 주는 바로 ‘내 책’을 찾은 사람들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이러한 길에 들어서게 되어 있다. 자기 스스로 엉덩이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고 어떻게 이 기쁨을 누릴 수 있으려나?
흔히들 친구를 갖는 것이 인생에서 최고의 기쁨이며 즐거움이라고 말하지만, 그 의미는 아무 친구나 뜻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순에 찬 세계 안에서도 그러나 무언가 바꿔야 할 것이 있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이 생이 다하기 전에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는 삶의 의미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인간관계가 진정한 우정의 모습이다. 독서는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그러나 이제 알아야 하는 신비한 생의 기쁨이다.
따라서 ‘가을엔 독서하는 날이다’라는 발언은 버려야 한다. 형식적이고 허울 좋은 이야기들을 버리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삶을 살자! 포탄이 머리 위로 날아가는 순간에도 책을 읽는 한 군인을 보지 않았는가? 사람은 책을 읽을 줄 아는 동물이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쓴 루이스 세풀베다의 말처럼. 그러니 더운 날이라고, 추운 날이라고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사람의 삶을 소홀히 하는 일이다. 덥든 춥든 서늘하든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아래와 같은 명언을 인정해야 한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