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권리 존중받는 스마트 도시] 디지털 불평등 해소돼야 ‘스마트 도시’로 거듭날 수 있어
2022년 06월 21일(화) 21:00 가가
AI도시·머신러닝·빅데이터…
도시·건축 트렌드 급격하게 변모
도시민에 편리한 디지털 기술
정치·경제·문화적 소외 낳기도
소득·성별·연령·장애·인종 등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
도시·건축 트렌드 급격하게 변모
도시민에 편리한 디지털 기술
정치·경제·문화적 소외 낳기도
소득·성별·연령·장애·인종 등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


iSCAPE Dublin Living Lab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도시의 대기오염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워크숍 장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레고블록을 사용한 놀이과정을 통해 대기오염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과 대안을 찾았다. (출처: How to set up your own air quality Living Lab, 2019)
최근 기술의 발달과 세상의 변화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속도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익숙하고 필연적인 표현이 되었고, 시장에는 신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기술의 진보와 발달은 우리의 삶에 단순히 새롭고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한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추동하며 더 나아가 우리의 인식과 삶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네 삶의 터전인 도시와 건축의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스마트시티, AI도시, 머신러닝, 빅데이터 기반의 도시계획 등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개념들을 통해 최근의 도시·건축 계획 관련 트렌드 역시 급격하게 변모하는 기술을 담아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조성되고 있는 도시들은 과연 이전과는 다른 훌륭한 성과를 얻고 있을까? 즉, 도시 본연의 목적이 그러하듯, 인간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보편화 된 특수한 상황 속에서 기술의 역할과 변화는 우리 삶에 더욱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이전까지 각 공간에서의 물리적인 접촉을 통해서 주로 이루어지던 쇼핑, 외식, 모임, 교육 등의 활동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지하철 역사에서 무인 매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웬만한 상점에서 키오스크 한 대 정도는 당연한 듯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또 다른 문제, 즉 소외와 불평등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수의 기성세대는 필요한 정보와 상품에 접근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고, 요즘 노인 복지센터에서는 스마트폰 강좌는 물론, 키오스크 이용법에 대한 강좌까지 개설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어야 할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과 기술에 적응하라 강요하고, 사람들의 많은 시간과 돈을 그러한 신기술을 적용한 도구의 사용, 제품의 구매, 새로운 정보의 학습에 소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코로나19시대 기술과 삶 숙고해야
더 나은 기술은 사람들의 삶과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기술은 때때로 친절하지 않거나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굳이 약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애써 채우려 하기보다는 그 노력과 비용을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고 새로운 기술적 진보를 위해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 기술의 발전을 추동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 기술의 발전 방향과 쓰임새는 현저히 달라지며, 특정 집단이나 기업, 권력 주체 등 일부 이익집단에 의해 결정될 때 대다수를 구성하는 ‘우리’는 진정 누려야 할 권리와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고, 소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도시의 이용자, 즉 시민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존중받는 도시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근대 도시계획에 이어 도시설계 학문의 태동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도시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도 인간의 소외와 불평등, 갈등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사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 즉 안전하게 거주하고, 걷고, 휴식할 수 있는 환경조차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많은 근대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들의 신기술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도시·건축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일방적 행위만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신념은 이미 많은 실패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음에도, 우리 역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문하게 된다.
여전히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시민의 동의와 협조를 얻어내는 일은 매우 힘들고 까다로운 일로 치부되며, 따라서 도시계획과 설계 절차 중 그 과정의 규모와 깊이를 축소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놀라우리만큼 빠르고 획기적인데, 더 나은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소통해야 할 다양한 주체들 간의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조율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과 기술의 발달은 왜 이리도 더딘 걸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새로운 기술을 도시에 적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술이 필요한지부터 되짚어보는 것이다. ‘기술’이 그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이용자’가 그 방향을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 여러 도시에서는 ‘스마트 유럽’이라는 기치 아래 2010년경부터 도시민의 삶에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유럽 외에 미국, 중국 등 소위 강대국과 여러 개발도상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여 경쟁 중이지만, 유럽의 사례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스마트 도시 안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유럽 프로젝트 눈길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ENoLL·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s)는 2006년 설립 이후, 전 세계로 확산하여 현재 480개 이상의 리빙랩과 네트워크를 통해 건강과 웰빙, 스마트도시, 사회혁신, 사회적 포용,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다양한 리빙랩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때 리빙랩의 개념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을 실험실로 삼아 거주자(사용자)가 스스로 실험대상이자 주체가 되어 현장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자 방법론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ENoLL에서 2016년부터 약 3년간 운영한 i‘SCAPE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대기 질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 6개 도시가 협력하여 경험과 실증기반의 방법론을 연구하고, 각 도시의 이슈와 인적·사회적·기술적 여건 등에 맞추어 서로 다른 방식과 프로그램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단순히 관련 기술을 어느 지역에 시범적용 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생활패턴을 살피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참여자들이 직접 실험과정과 대안제시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여기에서 기술과 전문가의 주요 역할은 시민들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하여 사용하기 쉽고, 비용이 저렴한 센서, 쉽게 대기오염 노출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대화형 디스플레이 시스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등 도구를 개발·보급하는 것이었다. 환경과 도시설계 및 정책 지침 등에 관한 학문적·제도적 정보를 제공, 참여자들이 솔루션을 찾도록 지원하며, 궁극적으로 리빙랩을 통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최종 사용자가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리빙랩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최근 도시·건축 계획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애자일 프로젝트(Agile Project),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을 살펴보면 개념과 적용방식에 차이가 존재하긴 하나, 추구하는 방향에는 분명 일치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다양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정의하고, 시민 스스로 참여와 소규모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실제 문제에 적용해보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결해나간다는 것이다. 주로 스마트시티나 4차산업혁명 도시를 설명할 때 등장하다 보니 이들을 마치 기술적 혁신에 관한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이 개념들이 공통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시민 즉, 주체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과 기술, 도시계획과 건축계획은 그것이 가능하도록 봉사하고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도시계획·설계 완성 주체는 시민
광주 역시 AI도시를 표방한 대표적인 도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의 단지와 인프라 조성, 인력양성과 기술지원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도시문제 해결을 리빙랩 네트워크는 국내에서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광주시 역시 2018년 광주 리빙랩 네트워크(GNoLL) 발족 이후, 참여주체와 분야를 확대하여 광주시와 유관기관, 기초지자체, 대학, 마을공동체 등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의 발달이 도시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이슈들을 발굴하고 대안을 마련할 좋은 기회와 열쇠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다만, 서두에 언급했듯, 그것을 이끄는 주체는 시민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수많은 지자체 홍보자료와 뉴스가 증명하듯,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리빙랩의 개념에 대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일반 시민이 그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을지, 리빙랩이 내세우는 중요한 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새로운 개념과 방법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지닌 혁신성과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기존의 제한적 또는 형식적 방식에 새로운 이름만 덧씌운 체 제자리걸음 혹은 뒷걸음질 치고 있지는 않은지 늘 경계하고 살펴야 한다. 수단·방법과 목적이 전도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가 계획하는 도시의 근간에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어야 하며, 이때의 시민은 소득, 성별, 연령, 장애, 인종 등에 구애받지 않고, 그야말로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의 진보와 혁신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발전을 거듭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론의 개발과 적용, 지속적인 시도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진정한 도시계획과 설계를 완성하는 주체가 바로 그곳에 거주하는 시민들임을 잊지 않고, 그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존중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존중하는 우리 도시의 토대가 더욱 단단해지고, 진정한 ‘스마트’ 도시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윤남
현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조교수
현 광주광역시 건축정책위원/공공건축가
현 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수의 기성세대는 필요한 정보와 상품에 접근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고, 요즘 노인 복지센터에서는 스마트폰 강좌는 물론, 키오스크 이용법에 대한 강좌까지 개설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어야 할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과 기술에 적응하라 강요하고, 사람들의 많은 시간과 돈을 그러한 신기술을 적용한 도구의 사용, 제품의 구매, 새로운 정보의 학습에 소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코로나19시대 기술과 삶 숙고해야
더 나은 기술은 사람들의 삶과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기술은 때때로 친절하지 않거나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굳이 약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애써 채우려 하기보다는 그 노력과 비용을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고 새로운 기술적 진보를 위해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 기술의 발전을 추동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 기술의 발전 방향과 쓰임새는 현저히 달라지며, 특정 집단이나 기업, 권력 주체 등 일부 이익집단에 의해 결정될 때 대다수를 구성하는 ‘우리’는 진정 누려야 할 권리와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고, 소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도시의 이용자, 즉 시민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존중받는 도시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근대 도시계획에 이어 도시설계 학문의 태동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도시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도 인간의 소외와 불평등, 갈등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사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 즉 안전하게 거주하고, 걷고, 휴식할 수 있는 환경조차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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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볼로냐 리빙랩에서 공동 창작 워크숍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 iSCAPE Playbook, 2019) |
여전히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시민의 동의와 협조를 얻어내는 일은 매우 힘들고 까다로운 일로 치부되며, 따라서 도시계획과 설계 절차 중 그 과정의 규모와 깊이를 축소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놀라우리만큼 빠르고 획기적인데, 더 나은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소통해야 할 다양한 주체들 간의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조율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과 기술의 발달은 왜 이리도 더딘 걸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새로운 기술을 도시에 적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술이 필요한지부터 되짚어보는 것이다. ‘기술’이 그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이용자’가 그 방향을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 여러 도시에서는 ‘스마트 유럽’이라는 기치 아래 2010년경부터 도시민의 삶에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유럽 외에 미국, 중국 등 소위 강대국과 여러 개발도상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여 경쟁 중이지만, 유럽의 사례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스마트 도시 안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유럽 프로젝트 눈길
유럽 리빙랩 네트워크(ENoLL·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s)는 2006년 설립 이후, 전 세계로 확산하여 현재 480개 이상의 리빙랩과 네트워크를 통해 건강과 웰빙, 스마트도시, 사회혁신, 사회적 포용,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다양한 리빙랩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때 리빙랩의 개념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을 실험실로 삼아 거주자(사용자)가 스스로 실험대상이자 주체가 되어 현장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자 방법론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ENoLL에서 2016년부터 약 3년간 운영한 i‘SCAPE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대기 질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 6개 도시가 협력하여 경험과 실증기반의 방법론을 연구하고, 각 도시의 이슈와 인적·사회적·기술적 여건 등에 맞추어 서로 다른 방식과 프로그램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단순히 관련 기술을 어느 지역에 시범적용 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생활패턴을 살피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참여자들이 직접 실험과정과 대안제시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와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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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길포드 리빙랩에서 참여자들이 대기질 측정과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모습. (출처: How to set up your own air quality Living Lab, 2019) |
리빙랩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최근 도시·건축 계획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애자일 프로젝트(Agile Project),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을 살펴보면 개념과 적용방식에 차이가 존재하긴 하나, 추구하는 방향에는 분명 일치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다양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정의하고, 시민 스스로 참여와 소규모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실제 문제에 적용해보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결해나간다는 것이다. 주로 스마트시티나 4차산업혁명 도시를 설명할 때 등장하다 보니 이들을 마치 기술적 혁신에 관한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이 개념들이 공통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시민 즉, 주체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과 기술, 도시계획과 건축계획은 그것이 가능하도록 봉사하고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도시계획·설계 완성 주체는 시민
광주 역시 AI도시를 표방한 대표적인 도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의 단지와 인프라 조성, 인력양성과 기술지원프로그램 등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도시문제 해결을 리빙랩 네트워크는 국내에서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광주시 역시 2018년 광주 리빙랩 네트워크(GNoLL) 발족 이후, 참여주체와 분야를 확대하여 광주시와 유관기관, 기초지자체, 대학, 마을공동체 등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의 발달이 도시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이슈들을 발굴하고 대안을 마련할 좋은 기회와 열쇠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다만, 서두에 언급했듯, 그것을 이끄는 주체는 시민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수많은 지자체 홍보자료와 뉴스가 증명하듯,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리빙랩의 개념에 대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일반 시민이 그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을지, 리빙랩이 내세우는 중요한 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새로운 개념과 방법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지닌 혁신성과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기존의 제한적 또는 형식적 방식에 새로운 이름만 덧씌운 체 제자리걸음 혹은 뒷걸음질 치고 있지는 않은지 늘 경계하고 살펴야 한다. 수단·방법과 목적이 전도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가 계획하는 도시의 근간에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어야 하며, 이때의 시민은 소득, 성별, 연령, 장애, 인종 등에 구애받지 않고, 그야말로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의 진보와 혁신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발전을 거듭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론의 개발과 적용, 지속적인 시도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진정한 도시계획과 설계를 완성하는 주체가 바로 그곳에 거주하는 시민들임을 잊지 않고, 그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 존중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존중하는 우리 도시의 토대가 더욱 단단해지고, 진정한 ‘스마트’ 도시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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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조교수
현 광주광역시 건축정책위원/공공건축가
현 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