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게 없다”…고물가에 서민들 가계경제 휘청
2022년 06월 13일(월) 19:28
광주 대형마트 삼겹살 1년 새 19.2% 올라…닭고기도 19.3%↑
오징어 55.8%·배추 57.5% 등 농수산물도 급등
금리·기름값·공공요금 인상까지 서민들 장바구니 물가 부담 커져

13일 오전 9시50분께 광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개장 전 고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안 오른 게 없네….”

13일 오전 10시께 광주시 서구의 한 대형마트 육류코너에서 한 70대 여성은 삼겹살 한 팩(600g)을 손에 들고 가격을 찬찬히 훑어봤다. 그러더니 진열대에 도로 내려놓았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삼겹살을 집어 든 그녀는 한참을 고민했으나, 결국 카트에 담지 못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장을 보러 나왔다는 김모(여·74)씨는 “삼겹살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생선과 채소 등 이미 카트에 담은 다른 물건도 너무 비싸 차마 삼겹살까지는 사지 못했다. 요즘에는 장을 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식품코너에서 만난 박모(여·52)씨도 가공식품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아들이 좋아하는 열무 국수를 해주려고 국수를 사려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게 올랐다”며 “기름값과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서민들 식탁에 오를 식품 물가까지 치솟으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례적인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해 채소류 가격이 오른 탓인지 채소코너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상품성이 떨어져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품을 찾으려는 소비자도 눈에 띄었다. 최모(여·61)씨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데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었다”며 “아직 이른 시간이라 찾아보기 힘들다. 마감 시간에 맞춰 장 보러 다녀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에 따르면 이달 광주지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소면(900g)은 3150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2508원)보다 25.6%(642원) 올랐다. 라면도 5개입 기준 3422원에서 3680원으로 7.5%(258원) 올랐고, 밀가루(1㎏) 역시 1년 전 1641원에서 2788원으로 69.9%(1147원)나 증가하는 등 가공식품 가격이 적게는 10% 안팎에서 많게는 두 배상당 비싸진 것으로 파악됐다.

축산물 가격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고, 이렇게 급등한 곡물 값이 사룟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축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 삼겹살(100g)은 2901원에서 3590원으로 1년 새 19.2%(689원), 백숙용 토종닭(1.05kg)은 1만645원에서 1만2697원으로 19.3%(2052원) 증가했다.

시민 밥상에 빼놓을 수 없는 계란도 불안정한 국제 공급망에 물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란 15개 기준 8490원에서 8990원으로 5.9%(50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생물 오징어(200~300g) 1마리 가격은 이달 4990원으로 전년(3202원) 보다 55.8%(1788원)나 급등했고, 배추 1포기도 3168원에서 4990원으로 57.5%(1822원) 오르는 등 수산물과 채소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여기에 기대인플레이션율까지 커지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는 데다,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체감물가 인상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의 한 경제계 관계자는 “금리와 기름값, 공공요금, 물가까지 안 오르는 게 없을 정도로 물가가 급등하는 추세”라며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침체와 구직난 등 위기 속에 한동안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가계경제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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