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오디세이 味路-‘맛있는 광양’] 청정 재료에 영양과 정성이 더해진 ‘광양 진미’
2022년 06월 13일(월) 18:30
어머니의 손맛 ‘김해우 수제부각’
각별한 찹쌀풀 입혀 고소함 일품
고지대 햇빛 머금은 ‘남고매실’
향 좋고 구연산 함유량 많아 인기
쫀득쫀득한 핑크빛 ‘매화 마카롱’
꽃향기 나는 밀크티와 찰떡 궁합

태인도 마을기업 (주)해우의 ‘김해우 수제부각’.

◇태인도 사회적 기업 ㈜해우 ‘김해우 수제부각’= 국내 최초 김 양식지로 알려진 광양시 태인도는 섬진강 하구에 위치한 섬으로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라 어족이 풍부한 황금어장이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김이 잘 자라는 지역이었다.

우리나라에 처음 김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영암 출신인 김여익이 광양 태인도에 들어와 칩거하듯 지내다가 어느날 바닷가에서 나뭇가지에 붙은 검은색 김을 보게 됐다. 먹어보니 맛이 있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산에서 밤나무 가지를 가져와 바다에 박고 자연스럽게 키우면서 양식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인조대왕에게 진상품으로 올렸고 맛에 감탄한 왕이 음식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는 이가 없었다. 이에 양식에 성공한 김여익의 성을 따서 ‘김’이라 부르게 됐다.’

태인도에서 나는 김은 향과 맛이 독특하기로 유명했다.

마을기업 (주)해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영숙(왼쪽) 부녀회장과 김재봉 대표.
“물 속에 영양분이 풍부하다보니 뭘 해도 잘 됐어요. 그 중에서도 김이 특별했죠. 지금은 인공 포자를 이용해 김 양식을 하지만 과거에는 자연적으로 포자가 만들어져서 김이 자라다보니 저희들은 ‘김밭’이라 불렀어요.” 태인도에서 수제 김부각을 생산하는 마을기업 ㈜해우 김재봉 대표의 설명이다.

과거 김이 많이 생산됐을 때 태인도 궁기마을은 열이면 열집 모두 김부각을 만들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국내 첫 김 시식지인데다 생산량도 최고이다 보니 온 마을이 김 작업을 하던 때였고, 우스갯소리로 ‘김을 할 때는 동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했을 시절이었다.

김 채취는 1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겨울철에만 가능하다. 겨울에 채취한 김을 일년 내내 먹기 위해 다양한 가공법을 생각했고, 김부각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김이나 김부각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기 때문에 비싼값에 거래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 1982년 광양제철소가 들어서면서 태인도의 김 생산이 중단되고 말았다. 김 시식지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했던 만큼 전통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가장 중요한 ‘원물 생산이 안된다’는 점 때문에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광양시의 제안으로 마을 공동체 사업이 시작됐고 태인동 부녀회와 협의회 회원으로 봉사자들이 모여 법인을 설립했다. 김 시식지인 태인도의 역사적 자원을 유지하기 위해 운영되다가 2019년 5월 지역 주민이 각종 지역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마을기업형태인 ㈜해우를 설립했다.

해우의 김부각은 고흥산 김을 사용한다. 김부각은 찹쌀풀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맛을 좌우하는데 멥쌀을 섞지 않은 100% 찹쌀만 사용한다. 찹쌀은 갈아서 저온에 하루 정도 숙성을 시킨다음 미리 준비해 둔 육수에 넣고 풀을 쑨다. 육수에는 여러 천연재료가 들어간다. 양파, 무, 마늘, 다시마, 멸치, 생강, 천일염 등인데 생강과 마늘은 생김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찹쌀풀을 입힌 김은 건조시킨 다음 튀기는 과정을 거친다. 튀길 때에는 식용유가 아닌 건강에 좋은 미강유(현미유)를 사용한다. 칼로리가 낮으며 특유의 기름 냄새가 남지 않아 김부각의 풍미를 살려준다. 또 바삭함과 고소함을 오래도록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해우의 ‘김해우 수제 김부각’은 업체 홈페이지나 우체국 쇼핑몰, 네이버 스토어팜 등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남고매실은 익으면 껍질이 붉어져서 홍매실이라고도 한다.


◇백운산 자락 송화농원 ‘남고매실’= 광양시 봉강면 도솔로, 백운산 자락 해발 300~400m에 매실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선용규 대표가 일군 ‘송화농원’이다. 1만평 규모의 농원에 1000그루의 매실나무가 자라고 있다.

“백운산 줄기에 위치하고 있고 공장이 없는 청정지역이에요. 햇볕이 잘 들고 나무에 주는 물도 100m 깊이 지하수를 뚫어서 끌어올린 물을 주기 때문에 저희 농장에서 키운 매실은 오염되지 않은 가장 좋은 매실이라고 자부합니다.” 선 대표가 이곳에서 매실 농사를 시작한 건 올해로 13년차. 야산을 개간해서 접붙이 2년생의 매실 묘목 1000그루를 직접 심으면서 키워냈다.

송화농원에서 자라는 매실은 대부분 남고매실이다.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붉어져서 홍매실이라고도 부르는데 향이 좋고 열매가 더 굵다. 화학 비료가 없이 자연의 힘으로 자랐기 때문에 더디게 자랐지만 자부심은 크다.

송화농원 선용규 대표가 웃자란 가지들을 잘라주고 있다.
남고매실은 햇빛을 보는 곳만 붉어진다. 햇빛이 직접 닿지 않은 부분은 청매실처럼 푸른색이 그대로 남아있다. 가지에 달린 잎을 따주면 전체적으로 붉어지는 부분이 많아질 테지만 규모가 워낙 넓다보니 일일이 손으로 따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일 수 밖에 없다.

잘 익은 남고매실은 청매실에 비해 구연산 함유량이 훨씬 많다. 구연산은 과일에 함유돼 있는 유기산의 일종으로 우리 몸의 산소 이용률을 높이고 혈액 속의 산성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해 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과육이 부드럽고 과즙의 양이 많으며 과피가 부드러우면서도 찢겨지지 않아 절임에도 많이 사용한다.

단점이라면 수확 시기가 청매실 보다는 늦다는 점. 올해의 경우 청매실이 지난 5월 24일부터 첫 수확에 들어갔고 남고매실은 6월 중순부터 수확이 시작될 예정이다.

올해는 열매가 유독 크단다. 지난 겨울에 강전정을 했기 때문이다. 가지치기를 할 때 굵은 가지들을 잘라내고 잔가지도 남기지 않는 등 가지를 많이 잘라내버렸다는 얘기다.

“열매가 많이 달린다고 좋은게 아니에요. 적게 맺어서 크게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강전정을 했는데 올해는 확실히 빠르고 많이 크네요. 양분은 많은데 나눠가질 열매 숫자가 적으니 더 클 수 밖에요. 열매가 크면 가격도 더 높게 받을 수 있으니 좋죠.”

열매가 자라는 시기에도 해야 할 일은 많다. 열매가 여러개 달려 있으면 따주는 솎기 작업도 필요하고 또 도장지 정리라고 해서 충분한 생장을 하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웃자란 가지들을 정리도 해줘야 한다. 도장지 정리를 제때 해주지 않으면 대신 겨울에 가지치기 할 때 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송화농원에서는 매년 50t 정도의 매실을 수확한다. 수확 기간은 3주일 정도다. 매실을 수확할 때는 수요를 정해놓고 해야 한다. 생물이기 때문에 미리 수확하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중점적으로 수확하는 시기에는 하루에 30명까지 투입해서 작업을 한다.

남고매실의 주 판매처는 올해 4년째 진행되고 있는 홈쇼핑이다. 50t이나 되는 매실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홈쇼핑이 가장 좋은 판매처다. 매년 홈쇼핑에 나가서 고품질의 남고매실을 판매하면서 나름 얼굴도 많이 알려졌다고 얘기하는 선 대표. 올해도 6월 20~25일 사이 방송 일정이 잡힐 예정이다. 가장 큰 고객인 홈쇼핑을 통해 30~40t 정도를 판매하고 나면 나머지를 정리한다. 단골고객이나 지인들을 통해 개별 판매하고 농원으로 직접 연락을 주기도 한다.

‘두근두근 테이블’ 시그니처 메뉴인 밀크티와 매화 마카롱.
◇핑크빛 매화 마카롱·꽃향기 블랜딩 밀크티= 매실의 고장 광양에 가면 예쁜 꽃모양의 매화 마카롱을 만날 수 있다. 광양시 눈소1길에 자리한 마카롱 전문점 ‘두근두근 테이블’이 개발한 수제 마카롱이다. 매실을 넣어서 매화 마카롱이 아니라 꼬끄(겉과자)가 매화 모양이다.

“뭔가 특색있는 마카롱을 만들고 싶었는데 광양이 매화가 유명하다보니 문득 매화 모양의 마카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꼬끄는 진핑크와 연핑크 두 가지다. 정은미 대표가 손으로 반죽을 짜면서 꽃모양을 낸다. 틀에 넣어 만들어낸 듯 크기와 모양이 나름 일정하다. 크림치즈 필링을 넣은 연핑크는 ‘매화 마카롱’, 라즈베리크림치즈 필링을 넣은 진한 컬러는 ‘홍매화 마카롱’이라 이름 붙였다. 크림치즈 인기가 가장 좋지만 크림치즈에 라즈베리의 상큼함이 더해진 홍매화 마카롱의 인기도 못지 않다.

“저희 마카롱의 매력이라면 많이 달지 않고 또 다른 곳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맛이에요. 홍매화 마카롱의 경우 필링에 넣을 라즈베리 잼을 직접 끓여서 만들고 있어요. 꼬끄의 주 재료가 아몬드 가루인데 밀가루를 섞지 않은 100% 아몬드 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에 좀 더 고소하고 쫀득한 맛을 내고 있습니다.”

남고매실로 만든 농축액과 매실음료.
마카롱과 함께 많이 찾는 메뉴는 홍차에 우유를 섞어 만드는 밀크티다. 홍차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 한 가지 홍차를 이용해 밀크티를 만드는 반면 ‘두근두근 테이블’에서는 3가지 홍차를 블랜딩 해서 밀크티를 만들어 낸다. 밀크티를 마셔본 고객들마다 꽃향기가 난다고 즐겨찾는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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