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축이 지역을 바꾼다] 주민이 함께 만드는 공공건축물 마을도 생활도 진화한다
2022년 05월 18일(수) 02:00 가가
경북 영주 공공건축 관리시스템 구축 … 지방 소도시를 건축명소로
서울 구산동 도서관마을, 기획부터 운영까지 주민 참여 마을사랑방
日 이와태현 시와쵸, 도농·민관 협력 친환경 복합용도 건축물 확장
서울 구산동 도서관마을, 기획부터 운영까지 주민 참여 마을사랑방
日 이와태현 시와쵸, 도농·민관 협력 친환경 복합용도 건축물 확장
우리나라에 공공건축물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건축공간연구원 공공건축지원센터의 ‘숫자로 보는 공공건축’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공공건축물은 약 22만 3000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건축은 기본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이자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 거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의 관광명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공공건축은 도심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명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이나 바르셀로나의 구겐하임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공공건축은 개인, 지역, 국가 차원의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도시의 품격과도 연결되는 공공재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공공건축은 “획일적이다”, “권위적이다”, “불편하다” 와 같은 비판을 받아왔다. 어디가나 똑같은 파출소, 대칭구조의 권위적인 법원, 멀리 떨어져 있는 청사 등등….
2007년 ‘건축기본법’ 제정을 시작으로 건축도시공간연구소(현재의 건축공간연구원) 설립,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발족 등을 계기로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품격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지자체 청사나 미술관과 같은 대규모 시설에 비해 여전히 소규모 공공건축물은 상대적으로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다. 또한 아쉽지만 아직까지 많은 지자체의 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은 좋은 공공건축을 조성하는 일에 그다지 노력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 경북 영주의 공공건축물
경북 영주시는 인구 10만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1500명 이상의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영주의 공공건축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전국적으로 공공건축 정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7년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연구소에서는 공공건축과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도심 재생 통합 마스터플랜 수립에 참여할 지자체를 물색하게 된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바로 영주시이다. 2009년 공공건축·공공공간을 활용한 도심활성화 통합 마스터플랜이 왼성되면서부터 영주시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전국 최초로 공공건축가 제도가 도입되었고, 공공건축과 공공공간 사업을 총괄하는 디자인관리단이 만들어졌으며, 경관 및 디자인 조례 제정을 거쳐 영주시의 공공건축 관리시스템이 구축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공공건축 사업의 기획을 내실화하고 좋은 설계자를 선정하는 여건이 갖추어지면서 영주시에는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공공건축물들이 연이어 등장하게 된다. 외진 농촌마을에 들어선 작은 보건진료소가 한국건축문화대상과 한국농어촌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게 되고, 노인복지관, 장애인 종합복지관, 영주 실내수영장과 대한복싱훈련장까지 영주시에 지어지는 공공건축물들로 3년 연속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수상하게 된다. 또한 통합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이후 7년간 영주시가 확보한 국비만 500억 원이 넘는다.
특히 영주시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주목한 장소는 도시 중심에 위치하면서도 3개의 철도로 인해 고립되어 있었던 삼각지 마을이었다. 오래된 무허가 건축물과 밭이 전부였던 버려진 곳에 적극적으로 공공건축물과 공공공간을 조성하여 지금은 도시의 대표적인 주민의 휴식공간이자 복지공간이며 방문지로 탈바꿈시켰다.
지방의 소도시를 건축명소로 바꾼 영주시의 성공은 지자체장의 열린 이해와 강한 의지도 중요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의 열정, 공공건축가와 설계자로 참여한 전문가들 모두의 노력이 함께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
청소년과 만화를 특화한 지역 도서관인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다른 공공건축물과 다르게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요구에서 출발하였다. 2015년 구산동 도서관마을이 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당시 은평구 전체에 공공도서관은 3개에 불과하였으며, 특히 구산동의 경우 11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었음에도 도서관 등의 공공 문화시설이 전무한 상태였다.
구산동에 도서관을 건립하자는 논의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평구는 주민 요구를 바탕으로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도서관 건립에는 토지 및 건물 매입비를 제외하고 총 65억원이 소요되었다. 예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들을 활용한 리모델링으로 사업이 추진되었고, 주민참여 예산제를 통해 일부 예산을 마련하고, 개별로 조성하기로 한 두 시설을 통합 건립하기로 하면서 마침내 필요한 전체 예산이 확보되었다.
사업의 기획단계부터도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체계가 마련되었다. 우선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통해 주민요구 파악, 지역자원 조사, 콘텐츠 기획, 활성화방안 등이 검토되었다. 이후의 설계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단 구성과 총괄계획과를 중심으로 한 설계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다. 설계의 주요 단계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작은 모임의 장을 통해 진행상황과 의견을 공유하였으며, 주민들이 함께 프로그램과 운영계획을 구체화하여 이를 설계에 반영하였다. 준공 이후의 운영단계에서도 도서관의 기획 및 설계 과정을 함께한 ‘은평 도서관마을 협동조합’이 운영을 책임지게 되었다.
이렇게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예산 확보, 설계 및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여 이름처럼 시설이 아닌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마을을 품은 도서관이자 도서관을 품은 마을이다.
◇일본 이와테현 시와쵸의 오가르 프로젝트
시와쵸는 일본 동경에서 450㎞ 정도 떨어진 인구 3만 8000여명의 작은 도시이다. 점차 잃어가는 도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고민 끝에 주목한 곳이 시와중앙역 앞에 10년 이상 방치되어 온 공유지였다. 이 공간에 민과 관이 협력하여 여러 복합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2009년의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가르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된다. “오가르”는 성장한다는 뜻의 지역 방언인 “오가루”와 프랑스어로 역을 의미하는 “가르”를 합성한 말이다.
시와쵸 공공건축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주식회사 “오가르 시와”라고 하는 제3섹터의 사업추진 기관을 신설하여 사업 전체를 민관협력방식으로 추진하였다는 점이다. 오가르 시와를 중심으로 공공건축 사업의 기획부터 개발과 운영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다양한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지자체는 사업 추진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1년부터 이와테현 풋볼센터, 오가르 플라자, 시와쵸 도서관, 시와쵸 신청사, 오가르 베이스, 오가르 센터 등 다양한 민관복합시설이 순차적으로 조성되었다. 그 결과 현재 연간 약 80만명이 방문하는 정도로 시와쵸의 오가르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공공건축을 활용한 성공적인 민관협력형 지역 활성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에 문을 연 오가르 플라자에는 지역 특성을 살려 농업전문 데이터베이스 헤랄 전자 도서관으로 특화한 시와쵸 도서관과 연간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지역 특산품 판매시설인 시와 마르쉐를 중심으로 학원, 카페, 음식점, 의원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다. 또한 2014년 조성한 오가르 베이스는 일본 최초의 배구 전용 체육관인 오가르 에리너와 숙박시설인 오가르 인이 전국의 배구인과 관광객을 맞이하면서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시와쵸는 오가르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역의 목재를 활용한 친환경 건축물과 민관협력방식의 복합용도 건축물을 지역 전체로 확장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융합, 관과 민의 융합, 공공건축물과 민간건축물의 융합을 통해 “성장하는 유니크한 도시”를 표방하는 오가르 프로젝트는 지금도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을, 마을을, 생활을 바꾸는 공공건축
매년 1000건이 넘는 많은 공공건축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공공건축물은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으로 지어지며, 설계와 시공을 발주하고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는 주체 또한 국가나 지자체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공건축물을 이용하고 그 영향을 받는 것은 대부분 바로 지역의 주민들이다. 또한 공공건축물은 대부분 내가 낸 소중한 세금으로 지어진다. 따라서 공공건축물의 건축주는 근본적으로 국민이자 시민이고 주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에 어떠한 공공건축물들이 있는지, 나와 우리 가족이 그 공공건축물들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 지, 누군가 우리 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다고 자랑할 만한 공공건축물들이 있는 지 다시 생각해 보자. 지역을 바꾸고 마을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는 공공건축물은 대규모의 청사나 문화시설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이자 도서관이자 생활문화센터와 작은 보석 같은 건축물들이다.
흔히 시장이나 구청장과 같은 지자체장들은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하여 공공건축물을 짓고 싶어 한다. 국회의원들도 지역에 그럴 듯한 공공건축물을 짓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치적으로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 임기 내 빨리 지으려다 보니 자연스레 기획이 부실하게 되고, 예산 확보에만 관심이 있고, 가능한 한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지어져서 주민들이 존재도 잘 모르고 방치되어 있는 공공건축물들이 아직 너무나 많다.
지역을 바꾸는 좋은 공공건축은 공무원, 설계자, 시공자, 그리고 주민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제도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얼마나 노력과 관심을 가지는 가에 따라 공공건축물의 품질과 운영 프로그램의 수준이 좌우된다. 통합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버려진 도시의 공간을 탈바꿈시킨 영주시의 공공건축물,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민관협력을 통해 추진된 오가르 프로젝트,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구산동 도서관마을 모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공공건축물이 지역을 바꾼다.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앙 건축위원회 위원
전, 도쿄대학 대학원 객원연구원
공공건축은 기본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이자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 거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의 관광명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공공건축은 도심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명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이나 바르셀로나의 구겐하임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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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공원과의 일체화와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공간 대부분을 지하화한 영주 장애인 종합복지관 |
경북 영주시는 인구 10만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1500명 이상의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영주의 공공건축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전국적으로 공공건축 정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7년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연구소에서는 공공건축과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도심 재생 통합 마스터플랜 수립에 참여할 지자체를 물색하게 된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바로 영주시이다. 2009년 공공건축·공공공간을 활용한 도심활성화 통합 마스터플랜이 왼성되면서부터 영주시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전국 최초로 공공건축가 제도가 도입되었고, 공공건축과 공공공간 사업을 총괄하는 디자인관리단이 만들어졌으며, 경관 및 디자인 조례 제정을 거쳐 영주시의 공공건축 관리시스템이 구축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공공건축 사업의 기획을 내실화하고 좋은 설계자를 선정하는 여건이 갖추어지면서 영주시에는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공공건축물들이 연이어 등장하게 된다. 외진 농촌마을에 들어선 작은 보건진료소가 한국건축문화대상과 한국농어촌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게 되고, 노인복지관, 장애인 종합복지관, 영주 실내수영장과 대한복싱훈련장까지 영주시에 지어지는 공공건축물들로 3년 연속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수상하게 된다. 또한 통합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이후 7년간 영주시가 확보한 국비만 500억 원이 넘는다.
특히 영주시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주목한 장소는 도시 중심에 위치하면서도 3개의 철도로 인해 고립되어 있었던 삼각지 마을이었다. 오래된 무허가 건축물과 밭이 전부였던 버려진 곳에 적극적으로 공공건축물과 공공공간을 조성하여 지금은 도시의 대표적인 주민의 휴식공간이자 복지공간이며 방문지로 탈바꿈시켰다.
지방의 소도시를 건축명소로 바꾼 영주시의 성공은 지자체장의 열린 이해와 강한 의지도 중요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의 열정, 공공건축가와 설계자로 참여한 전문가들 모두의 노력이 함께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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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건물과 새 건물이 함께 있으면서 무수한 방들이 책복도 골목길로 연결되는 구산동 도서관마을 <플로건축 홈페이지> |
청소년과 만화를 특화한 지역 도서관인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다른 공공건축물과 다르게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요구에서 출발하였다. 2015년 구산동 도서관마을이 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당시 은평구 전체에 공공도서관은 3개에 불과하였으며, 특히 구산동의 경우 11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었음에도 도서관 등의 공공 문화시설이 전무한 상태였다.
구산동에 도서관을 건립하자는 논의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평구는 주민 요구를 바탕으로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도서관 건립에는 토지 및 건물 매입비를 제외하고 총 65억원이 소요되었다. 예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들을 활용한 리모델링으로 사업이 추진되었고, 주민참여 예산제를 통해 일부 예산을 마련하고, 개별로 조성하기로 한 두 시설을 통합 건립하기로 하면서 마침내 필요한 전체 예산이 확보되었다.
사업의 기획단계부터도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체계가 마련되었다. 우선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통해 주민요구 파악, 지역자원 조사, 콘텐츠 기획, 활성화방안 등이 검토되었다. 이후의 설계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단 구성과 총괄계획과를 중심으로 한 설계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다. 설계의 주요 단계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작은 모임의 장을 통해 진행상황과 의견을 공유하였으며, 주민들이 함께 프로그램과 운영계획을 구체화하여 이를 설계에 반영하였다. 준공 이후의 운영단계에서도 도서관의 기획 및 설계 과정을 함께한 ‘은평 도서관마을 협동조합’이 운영을 책임지게 되었다.
이렇게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예산 확보, 설계 및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여 이름처럼 시설이 아닌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마을을 품은 도서관이자 도서관을 품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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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테마로 하는 다양한 공공시설과 함께 주민을 위한 민간 상업시설이 복합화된 오라르 플라자 <건축공간연구원 윤주선 박사 제공> |
시와쵸는 일본 동경에서 450㎞ 정도 떨어진 인구 3만 8000여명의 작은 도시이다. 점차 잃어가는 도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고민 끝에 주목한 곳이 시와중앙역 앞에 10년 이상 방치되어 온 공유지였다. 이 공간에 민과 관이 협력하여 여러 복합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2009년의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오가르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된다. “오가르”는 성장한다는 뜻의 지역 방언인 “오가루”와 프랑스어로 역을 의미하는 “가르”를 합성한 말이다.
시와쵸 공공건축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주식회사 “오가르 시와”라고 하는 제3섹터의 사업추진 기관을 신설하여 사업 전체를 민관협력방식으로 추진하였다는 점이다. 오가르 시와를 중심으로 공공건축 사업의 기획부터 개발과 운영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다양한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지자체는 사업 추진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1년부터 이와테현 풋볼센터, 오가르 플라자, 시와쵸 도서관, 시와쵸 신청사, 오가르 베이스, 오가르 센터 등 다양한 민관복합시설이 순차적으로 조성되었다. 그 결과 현재 연간 약 80만명이 방문하는 정도로 시와쵸의 오가르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공공건축을 활용한 성공적인 민관협력형 지역 활성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에 문을 연 오가르 플라자에는 지역 특성을 살려 농업전문 데이터베이스 헤랄 전자 도서관으로 특화한 시와쵸 도서관과 연간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지역 특산품 판매시설인 시와 마르쉐를 중심으로 학원, 카페, 음식점, 의원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다. 또한 2014년 조성한 오가르 베이스는 일본 최초의 배구 전용 체육관인 오가르 에리너와 숙박시설인 오가르 인이 전국의 배구인과 관광객을 맞이하면서 지역 주민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시와쵸는 오가르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역의 목재를 활용한 친환경 건축물과 민관협력방식의 복합용도 건축물을 지역 전체로 확장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융합, 관과 민의 융합, 공공건축물과 민간건축물의 융합을 통해 “성장하는 유니크한 도시”를 표방하는 오가르 프로젝트는 지금도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을, 마을을, 생활을 바꾸는 공공건축
매년 1000건이 넘는 많은 공공건축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공공건축물은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으로 지어지며, 설계와 시공을 발주하고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는 주체 또한 국가나 지자체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공건축물을 이용하고 그 영향을 받는 것은 대부분 바로 지역의 주민들이다. 또한 공공건축물은 대부분 내가 낸 소중한 세금으로 지어진다. 따라서 공공건축물의 건축주는 근본적으로 국민이자 시민이고 주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에 어떠한 공공건축물들이 있는지, 나와 우리 가족이 그 공공건축물들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 지, 누군가 우리 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다고 자랑할 만한 공공건축물들이 있는 지 다시 생각해 보자. 지역을 바꾸고 마을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는 공공건축물은 대규모의 청사나 문화시설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이자 도서관이자 생활문화센터와 작은 보석 같은 건축물들이다.
흔히 시장이나 구청장과 같은 지자체장들은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하여 공공건축물을 짓고 싶어 한다. 국회의원들도 지역에 그럴 듯한 공공건축물을 짓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치적으로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다. 임기 내 빨리 지으려다 보니 자연스레 기획이 부실하게 되고, 예산 확보에만 관심이 있고, 가능한 한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지어져서 주민들이 존재도 잘 모르고 방치되어 있는 공공건축물들이 아직 너무나 많다.
지역을 바꾸는 좋은 공공건축은 공무원, 설계자, 시공자, 그리고 주민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제도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얼마나 노력과 관심을 가지는 가에 따라 공공건축물의 품질과 운영 프로그램의 수준이 좌우된다. 통합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버려진 도시의 공간을 탈바꿈시킨 영주시의 공공건축물,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민관협력을 통해 추진된 오가르 프로젝트,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구산동 도서관마을 모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공공건축물이 지역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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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앙 건축위원회 위원
전, 도쿄대학 대학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