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주검 감싼 하얀 광목천, 전방·일신방직 직원이 내놨다
2022년 05월 17일(화) 20:00
여공 2명 희생…자발적 나눔 실천
시민군에 김밥 제공 등 서로 도움도
5·18 기념재단이 1980년 5월 당시 전남·일신방직 직원들이 시민군에게 광목천을 제공했다는 증언을 내놨다. 이 광목천은 당시 관이 동나버린 광주에서 계엄군에 죽은 이들의 주검을 감싸는 데 쓰였다.

기념재단은 지난해 10월 9일 정선희(67)씨의 목격담을 통해 1980년 5월 방직공장 직원들이 시민군에게 광목천을 건네줬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17일 밝혔다.

증언에 따르면 정씨는 1980년 전방주식회사(전남방직) 부속 병원에서 간호사로 재직했다. 정씨는 5월 22일 오전 전남방직 정문에 있던 수위실에서 시민군의 트럭이 정문에 멈춰선 뒤, 공장 직원이 나와 광목천 2필을 트럭에 싣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23일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 사건 사상자를 수습했던 정학용씨도 지난 1996년 진술한 증언에서 일신방직에서 광목천을 빌렸다고 밝혔다. 당시 정씨는 “전남도청 보사국장에게 지원동(주남마을) 상황을 설명하니 차를 타고 일신방직에 들려 광목을 얻었다”, “(지원동에서) 일신방직에서 얻어왔던 광목으로 시체를 감아 도로가에 눕혀놓았다”고 증언했다.

주남마을 사건 사망자 중에는 일신방직 여공이었던 김춘례·고영자씨도 포함돼 있어 일신방직이 자발적 나눔을 실천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민군과 전남·일신방직이 서로 긴밀한 도움을 주고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신만식씨는 “24일 전남방직과 일신방직에서 김밥을 준다길래 12시께 전남방직에 들어가 김밥을 싣고 도청으로 갔다”, “24일 오후 6시에도 일신방직에서 김밥 2상자를 싣고 도청 치안본부 사무실에 갖다 주었다”고 진술했다. 신씨는 이날 밤 10시 30분께 다른 시민군 2명과 함께 회사를 보호해 주며 숙직실에서 취침했다는 진술도 했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전남·일신방직의 도움은 정신 없고 제 목숨 하나 건지기 어렵던 시기에 광주 시민들이 똘똘 뭉쳐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는 증거”라며 “5·18 민주화운동의 숨은 조력자로 알려진 전남·일신방직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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