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의 부인-박용수 수필가·광주동신고 교사
2022년 05월 15일(일) 22:30 가가
친구가 집을 나왔단다. 좀 심각했다. 주말에 부모님을 찾아뵙는 문제로 다퉜단다. 아내는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낯을 붉힌다고 투덜거린다.
“너 집사람 회사 다니잖아?”
내가 되묻는 말에 녀석이 “뭘? 누구나 직장 다니고 돈 벌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자기도 집안일 다 한다는 것이다. “회사 다니지, 설거지 도와주지, 손주 돌보지….” 줄줄 꿴다.
“너, 조기 축구 하지, 당구 치지, 술 마시지, 담배 피우지,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내 묻는 말에 좀 미안했는지 뻘쭘한 표정이다.
네가 슈퍼맨도 아닌 주제에 무슨 슈퍼우먼을 바라느냐고 했더니, 무안했는지 술잔만 든다.
아마 부모님 찾아뵈자는데 반대할 아내는 없을 것이다. 다른 불만들이 쌓이고 쌓여 아내는 마지막 보루로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련만 친구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화산처럼 무언가 불만이 격렬하게 분출했다면 그건 오랫동안 상대의 마음에 용암이 끓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다 어느 순간 툭 건들면 속내를 터뜨리는 게 사람이다.
조선의 왕 중에 열 명 이상의 부인을 거느린 왕은 정종 태종 성종 연산군 중종 선조 등 여러 명이다. 나름의 업적을 남겼음에도 대부분 가족 문제로 시끄럽다 보니 나라 또한 조용할 날이 없었고 백성들 또한 여느 때보다 도탄에 빠졌다.
열 여자 싫어할 남자 없다고들 한다. 구시대적 사고다. 그건 조선 시대에나 할 말이다. 아니 그 시대에도 맞지 않는 말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왕이 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오히려 이 시대의 왕이 되려면 더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남녀 평등한 생각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면 남자들은 간혹 자기 아내가 열 명의 능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고,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쁘고 날씬하고 자녀 잘 키우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들에게 잘하고 상냥하고, 요리 잘하고 거기다가 좋은 회사에 다니거나 부동산을 투자하여 돈까지 잘 버는 아내 말이다.
부부 싸움이 잦은 사람들을 보면 자신은 그중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뜻밖에 열 명은 아니더라도 서너 명의 아내를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신화에 나오는 신들도 아닐진대, 자신이 간직한 능력도 발휘하기 힘든 세상에서 어찌 그 이상의 초능력을 발휘하란 말인가. 너무 영화를 자주 봐서 그럴까. 그건 아마 가장 최근 만든 인공지능(AI) 로봇이라도 못할 것이다.
살다 보니 뭘 딱히 잘하고 살아온 것 같지 않다. 세상이 온통 잘난 사람들 속에서 실수나 하고 꽁무니나 따라다니면서 용케 버티며 살아 있는 삶도 대견하다. 실상 주변에 꽤 능력 있는 이들의 삶이 회자 되고 뉴스에 대단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고 영화는 어마어마한 영웅들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현실 속 주인공은 대부분이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다. 무엇하나 딱히 잘하는 게 없다. 그다지 예쁘지도 용감하지도 똑똑하지도 않고 재능이나 지능이 뛰어나지도 않다. 다만 제 나름대로 성실이나 근면성 또는 인내나 끈기만 가지고 세상을 흘러가는 물처럼 순응하고 살아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이고 우주이다. 평범한 세계이고 특출나지 않는 우주일지라도, 그러니 사람마다 각자 하나의 삶의 주체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을 전환하여 대신 도와주고 예쁘다고 말해 주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고, 옆에서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며 살면 좋겠다. 바라지 말고 바라는 바를 해 주는 사람일 때, 그 사람이 영웅이 되고 슈퍼맨이 된다.
난 오늘 단 한 명의 아내로 충분히 감사하고 내가 열 명의 남자가 되어 살기로 했다.
“너 집사람 회사 다니잖아?”
내가 되묻는 말에 녀석이 “뭘? 누구나 직장 다니고 돈 벌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너, 조기 축구 하지, 당구 치지, 술 마시지, 담배 피우지,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내 묻는 말에 좀 미안했는지 뻘쭘한 표정이다.
네가 슈퍼맨도 아닌 주제에 무슨 슈퍼우먼을 바라느냐고 했더니, 무안했는지 술잔만 든다.
아마 부모님 찾아뵈자는데 반대할 아내는 없을 것이다. 다른 불만들이 쌓이고 쌓여 아내는 마지막 보루로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련만 친구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조선의 왕 중에 열 명 이상의 부인을 거느린 왕은 정종 태종 성종 연산군 중종 선조 등 여러 명이다. 나름의 업적을 남겼음에도 대부분 가족 문제로 시끄럽다 보니 나라 또한 조용할 날이 없었고 백성들 또한 여느 때보다 도탄에 빠졌다.
그런데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면 남자들은 간혹 자기 아내가 열 명의 능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고,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쁘고 날씬하고 자녀 잘 키우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들에게 잘하고 상냥하고, 요리 잘하고 거기다가 좋은 회사에 다니거나 부동산을 투자하여 돈까지 잘 버는 아내 말이다.
부부 싸움이 잦은 사람들을 보면 자신은 그중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뜻밖에 열 명은 아니더라도 서너 명의 아내를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신화에 나오는 신들도 아닐진대, 자신이 간직한 능력도 발휘하기 힘든 세상에서 어찌 그 이상의 초능력을 발휘하란 말인가. 너무 영화를 자주 봐서 그럴까. 그건 아마 가장 최근 만든 인공지능(AI) 로봇이라도 못할 것이다.
살다 보니 뭘 딱히 잘하고 살아온 것 같지 않다. 세상이 온통 잘난 사람들 속에서 실수나 하고 꽁무니나 따라다니면서 용케 버티며 살아 있는 삶도 대견하다. 실상 주변에 꽤 능력 있는 이들의 삶이 회자 되고 뉴스에 대단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고 영화는 어마어마한 영웅들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현실 속 주인공은 대부분이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다. 무엇하나 딱히 잘하는 게 없다. 그다지 예쁘지도 용감하지도 똑똑하지도 않고 재능이나 지능이 뛰어나지도 않다. 다만 제 나름대로 성실이나 근면성 또는 인내나 끈기만 가지고 세상을 흘러가는 물처럼 순응하고 살아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이고 우주이다. 평범한 세계이고 특출나지 않는 우주일지라도, 그러니 사람마다 각자 하나의 삶의 주체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을 전환하여 대신 도와주고 예쁘다고 말해 주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고, 옆에서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며 살면 좋겠다. 바라지 말고 바라는 바를 해 주는 사람일 때, 그 사람이 영웅이 되고 슈퍼맨이 된다.
난 오늘 단 한 명의 아내로 충분히 감사하고 내가 열 명의 남자가 되어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