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계 성숙한 도시를 향해] 시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만들어야
2022년 05월 04일(수) 01:30 가가
1960년대부터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로 대도시 인구 폭발적 증가
소규모 공동주택 밀집, 단기간 기반시설 확충 현실적으로 불가능
태풍 등 자연재해 피해발생…장애인·노약자 시설 이용 불편 초래
소규모 공동주택 밀집, 단기간 기반시설 확충 현실적으로 불가능
태풍 등 자연재해 피해발생…장애인·노약자 시설 이용 불편 초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하였는데,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격상된 것은 57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도시를 보면 “과연 선진국 도시”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짧은 역사 속에서 급속도로 진행된 도시화이기에 개선되어야 할 환경도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화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산업화의 시작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노동집약형 산업이 위주가 되었는데, 이는 대도시의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 시켰다. 특정 지역에 인구가 집중하면 주택과 도로 그리고 상하수도 등과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하지만,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부존자원이란 거의 없는 극도로 가난한 나라였기에, 민간은 물론이고 국가도 국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었다. 이 시기에 농촌이나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옮겨 온 사람들이나 신혼부부는 단독주택에 방 한 칸을 세 들어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중동 건설 수출과 산업 발달은 소득이 증가한 근로자층을 형성하였고, 이들은 극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대도시 주택 부족 문제는 심각하여, 서울시를 예로 들면 1980년대 중반 주택 보급률이 50%를 조금 상회할 정도였다.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재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1980년대 후반기에는 아파트를 주로 하는 대규모 택지를 개발하거나 수 십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에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새로운 주거형식으로 도입하였다.
◇도시재해 발생
자연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힘이 갑자기 발생해서 인간이 신체적·물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자연재해라고 하는데, 지진이나 화산, 강한 태풍, 호우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재해가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태풍과 예기치 못한 국지성 호우로 풍수해를 입는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는 눈이 많이 와서 피해를 입기도 한다. 태풍이나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 규모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비하였는가에 따라 크게 다르게 된다. 지진의 예를 보면,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도 어떤 나라에서는 피해가 아주 미미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우리나라에서 홍수 피해가 증가하고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강우량이지만, 기존 도시 근교에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개발을 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는 논밭과 산지를 개발한 것이다.
녹지가 시가지로 변하면 지표면은 콘크리트, 아스팔트 그리고 주택 등으로 덮여서, 빗물이 땅 속으로 침투할 수 없게 되고, 논에 저류되던 빗물은 우수관이나 소하천으로 바로 흘러 들어가서 기존 시가지에 곧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도시는 지하에 빗물 저류시설을 건설하거나, 우수관을 넓히는 사업을 시행하는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홍수 방지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개발 사업을 실시할 때에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포장을 최소화하고, 빗물이 지하로 침투할 수 있는 재료로 포장하고, 운동장이나 대형 광장은 큰 비가 내릴 때에 임시 저류시설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과 같은 대책도 함께 모색하여야 한다. 소규모 홍수 위험은 개인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대규모 홍수 발생 방지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광역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중앙정부가 주요 하천이나 댐 등을 계획·건설·관리하는 것으로 홍수 방지 사업을 수행한다고 하면, 지방자치단체는 관할구역 내에서 행하여지는 모든 건설 행위를 계획 단계부터 관리하여 재해에 대비하여야 한다. 건설 행위는 지표면 변형부터 시작하는데 홍수 발생 위험도 이때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모든 건설 행위를 계획 단계부터 재해 발생 관점에서도 살펴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재 계획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몇 년 전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을 제외하면 큰 피해를 준 것은 없지만 끊임없는 주의를 하여야 한다. 1990년대 초에 도입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소규모 건설업자가 단독주택을 개축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단기간에 비교적 값싼 주택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소규모 필지별로 시행되는 개발이므로 도로나 하수도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하지 않고 주택과 인구 밀도를 높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호우 시 하수도가 역류하여 주택이 침수되기도 한다. 그리고 단기간에 값싼 주택을 건설하고자 지진에는 아주 취약한 조적조로 지은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승용차 증가 가능성은 외면하고 아주 낮은 주차장 설치 기준을 적용하였으므로, 1990년대 중반부터 급작스럽게 증가한 승용차는 좁은 이면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함은 물론, 화재나 구급 상황이 닥쳤을 때 구급과 구난활동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규모 공동주택이 밀집한 장소를, 단기간에 건물의 구조를 개선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개선 사업의 첫 걸음은, 대상지를 도시계획상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에 건설된 다세대 다가구 주택 중에는 개축하여야 할 시기가 돌아오고 있는 시기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시급하다.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의 일상생활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장소에 대해 평소에는 불평을 하여도, 다른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세상에 더 없이 살기 좋은 장소”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3자가 참 불편할 것으로 생각되는 동네라도 “교통 좋고…”로 이어지는 자기가 사는 장소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러한 마음을 갖게 되는 이유는, 도시란 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갖추기 위해 물질적으로 투자되었고, 주민들은 이렇게 조성된 환경을 바탕으로 각자의 일상적인 활동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부심을 느끼는 장소라고 하여도 주민들이 “우리 고장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가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지금 잠깐 밖으로 나가 차량이 다니는 길을 보자. 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는가? 보도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기에 무리가 없는 경사인가? 보도가 차도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차도로 쏠리게 되어 있지는 않은가?
보도에는 보행에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사람, 무거운 짐을 수레에 싣고가는 사람 등 바퀴 달린 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보도가 차도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바퀴는 차도로 향하게 되는데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면 아주 위험하게 된다. 보도는 두세 명이 함께 걷기에 충분한 폭이 되고, 가로수·가로등·전신주·전봇대가 보행을 방해하지는 않는가? 보도 포장 상태는 어떠한가? 휠체어나 유모차가 잘 굴러갈 수 있는 재료인가? 횡단보도는 차도의 경계석 턱을 낮춰서 만든 것인가?
보도와 차도의 경계석을 낮춰서 만든 횡단보도 중에는, 턱을 낮춘 부분과 차로가 만나는 점에서 휠체어 앞부분이 바닥에 닿아 앞으로 넘어질 수도 있다. 보도 옆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가? 계단은 아니지만 한 단 높은 곳에 출입문이 있지는 않은가? 이렇게 열거한 것은 도로에서 장애인과 노약자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본 것이다.
장애인과 노약자가 겪는 어려운 문제점 중에는 문화·복지시설이 입지한 위치에서 오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도시 중에는, 도시 안에 있는 산을 공원으로 지정한 곳이 많은데 문제는 건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각종 문화·복지시설을 경사가 급한 공원에 건설하여, 장애인과 노약자는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러한 것은 공원이 아니어도 비교적 땅값이 싼 가파른 경사지에 건설된 시설도 똑 같다.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문화·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게 되는데, 접근성이 나빠서 이용할 수 없는 곳에 건설된 시설은 결과적으로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도시에서는 주거지 내에 소규모 시설을 짓는 등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이러한 기반시설들은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에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하여 입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장수’인데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장애인이 생활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바로 장수 시대의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도 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는 그 나라의 얼굴이다. 따라서 강하지 않은 태풍이나 지진에 큰 피해를 입거나, 신체적 장애로 일상생활에 차별을 받게 되는 도시환경이라면 나라의 위상이 손상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편리하고, 차별 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법령을 제정하여 시행 중에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신축 공공시설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아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도시의 기본이 되는 도로와 도로변의 사유 건물 그리고 도시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도로는 턱이 연속하여 있고, 보도 포장 재료는 바꾸면서 울퉁불퉁한 것은 전혀 개선하지 않으며, 건물은 계단을 올라가고 문턱을 넘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고치고 관리하여야 할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 젖어있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화려하게 단장하지 않아도 행동과 몸가짐이 바르면, 깨끗하게 씻고 단정한 옷을 입기만 하여도 그 사람에게서는 멋과 품위를 느낄 수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크고 웅장한 건물이 없어도, 보도블록 한 장 한 장까지 바르게 깔려는 정성을 들이고 일상생활 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누구나 차별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시민들은 도시를 유지·관리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각자가 사는 장소에 애착을 느낄 것이며, 우리의 경제적·문화적 위상에 어울리는 도시라고 할 것이다.
강양석
전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전 대한국토·도시계획 학회회장
전 중앙도시계획 위원회 부위원장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산업화의 시작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노동집약형 산업이 위주가 되었는데, 이는 대도시의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 시켰다. 특정 지역에 인구가 집중하면 주택과 도로 그리고 상하수도 등과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하지만,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부존자원이란 거의 없는 극도로 가난한 나라였기에, 민간은 물론이고 국가도 국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었다. 이 시기에 농촌이나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옮겨 온 사람들이나 신혼부부는 단독주택에 방 한 칸을 세 들어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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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호우가 쏟아진 광주천의 모습. |
◇도시재해 발생
자연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힘이 갑자기 발생해서 인간이 신체적·물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자연재해라고 하는데, 지진이나 화산, 강한 태풍, 호우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재해가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태풍과 예기치 못한 국지성 호우로 풍수해를 입는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는 눈이 많이 와서 피해를 입기도 한다. 태풍이나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 규모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비하였는가에 따라 크게 다르게 된다. 지진의 예를 보면,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도 어떤 나라에서는 피해가 아주 미미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우리나라에서 홍수 피해가 증가하고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강우량이지만, 기존 도시 근교에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개발을 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는 논밭과 산지를 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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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로 도시는 크게 변화됐다. 김포공항 주변의 논과 밭은 시가지로 바뀌었다.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몇 년 전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을 제외하면 큰 피해를 준 것은 없지만 끊임없는 주의를 하여야 한다. 1990년대 초에 도입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소규모 건설업자가 단독주택을 개축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단기간에 비교적 값싼 주택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소규모 필지별로 시행되는 개발이므로 도로나 하수도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하지 않고 주택과 인구 밀도를 높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호우 시 하수도가 역류하여 주택이 침수되기도 한다. 그리고 단기간에 값싼 주택을 건설하고자 지진에는 아주 취약한 조적조로 지은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승용차 증가 가능성은 외면하고 아주 낮은 주차장 설치 기준을 적용하였으므로, 1990년대 중반부터 급작스럽게 증가한 승용차는 좁은 이면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함은 물론, 화재나 구급 상황이 닥쳤을 때 구급과 구난활동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규모 공동주택이 밀집한 장소를, 단기간에 건물의 구조를 개선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개선 사업의 첫 걸음은, 대상지를 도시계획상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에 건설된 다세대 다가구 주택 중에는 개축하여야 할 시기가 돌아오고 있는 시기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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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와 유모차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도가 갖춰진 도시가 좋은 도시다. |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장소에 대해 평소에는 불평을 하여도, 다른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세상에 더 없이 살기 좋은 장소”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3자가 참 불편할 것으로 생각되는 동네라도 “교통 좋고…”로 이어지는 자기가 사는 장소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러한 마음을 갖게 되는 이유는, 도시란 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갖추기 위해 물질적으로 투자되었고, 주민들은 이렇게 조성된 환경을 바탕으로 각자의 일상적인 활동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부심을 느끼는 장소라고 하여도 주민들이 “우리 고장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가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지금 잠깐 밖으로 나가 차량이 다니는 길을 보자. 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는가? 보도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기에 무리가 없는 경사인가? 보도가 차도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차도로 쏠리게 되어 있지는 않은가?
보도에는 보행에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사람, 무거운 짐을 수레에 싣고가는 사람 등 바퀴 달린 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보도가 차도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바퀴는 차도로 향하게 되는데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면 아주 위험하게 된다. 보도는 두세 명이 함께 걷기에 충분한 폭이 되고, 가로수·가로등·전신주·전봇대가 보행을 방해하지는 않는가? 보도 포장 상태는 어떠한가? 휠체어나 유모차가 잘 굴러갈 수 있는 재료인가? 횡단보도는 차도의 경계석 턱을 낮춰서 만든 것인가?
보도와 차도의 경계석을 낮춰서 만든 횡단보도 중에는, 턱을 낮춘 부분과 차로가 만나는 점에서 휠체어 앞부분이 바닥에 닿아 앞으로 넘어질 수도 있다. 보도 옆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가? 계단은 아니지만 한 단 높은 곳에 출입문이 있지는 않은가? 이렇게 열거한 것은 도로에서 장애인과 노약자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본 것이다.
장애인과 노약자가 겪는 어려운 문제점 중에는 문화·복지시설이 입지한 위치에서 오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도시 중에는, 도시 안에 있는 산을 공원으로 지정한 곳이 많은데 문제는 건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각종 문화·복지시설을 경사가 급한 공원에 건설하여, 장애인과 노약자는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러한 것은 공원이 아니어도 비교적 땅값이 싼 가파른 경사지에 건설된 시설도 똑 같다.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문화·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게 되는데, 접근성이 나빠서 이용할 수 없는 곳에 건설된 시설은 결과적으로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도시에서는 주거지 내에 소규모 시설을 짓는 등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이러한 기반시설들은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에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하여 입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장수’인데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장애인이 생활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바로 장수 시대의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도 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는 그 나라의 얼굴이다. 따라서 강하지 않은 태풍이나 지진에 큰 피해를 입거나, 신체적 장애로 일상생활에 차별을 받게 되는 도시환경이라면 나라의 위상이 손상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편리하고, 차별 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법령을 제정하여 시행 중에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신축 공공시설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아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도시의 기본이 되는 도로와 도로변의 사유 건물 그리고 도시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도로는 턱이 연속하여 있고, 보도 포장 재료는 바꾸면서 울퉁불퉁한 것은 전혀 개선하지 않으며, 건물은 계단을 올라가고 문턱을 넘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고치고 관리하여야 할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 젖어있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화려하게 단장하지 않아도 행동과 몸가짐이 바르면, 깨끗하게 씻고 단정한 옷을 입기만 하여도 그 사람에게서는 멋과 품위를 느낄 수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크고 웅장한 건물이 없어도, 보도블록 한 장 한 장까지 바르게 깔려는 정성을 들이고 일상생활 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누구나 차별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시민들은 도시를 유지·관리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각자가 사는 장소에 애착을 느낄 것이며, 우리의 경제적·문화적 위상에 어울리는 도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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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전 대한국토·도시계획 학회회장
전 중앙도시계획 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