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중 문화가 아쉽다-조경 광주여대 반려동물보건학과 겸임교수
2022년 04월 26일(화) 01:00
현대 사회를 살면서 지구를 공유하는 생명체들 중 가장 잔인한 살상을 하며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종족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인간이 동물에게 행하는 학대와 살생이다. 최근 나라를 떠들썩하게 달군 존속 토막 살인 사건과 지하철역에서의 묻지 마 살인 사건이 있었다. 동시에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개 19마리를 살해하여 암매장한 사건, 길냥이를 잔혹하게 살상하는 과정을 앞다투어 생중계하는 온라인 대화방, 입과 코 일부만 남긴 채 땅속에 개를 묻은 사건, 개의 두 발을 등 뒤로 꺾어서 묶은 뒤 수풀 속에 버린 사건 등이 잇따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대상만 달랐지 사람이나 동물에게 잔혹한 고통을 주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결과는 동일하다.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힘이 약한 아동이나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가한 범죄자들에게서 동물을 상대로 한 학대 행위 이력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저술한 미국의 사회학자 클리프턴 P.플린은 저서 ‘동물 학대의 사회학’에서 동물의 생명을 쉬이 여기는 사람들의 유전자에는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잠재적 폭력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을 학대했던 사람이 결국 사람을 해치는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학자들을 통해 익히 알려진 이론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해치는 폭력 행위의 전초적 연습 행위인 동물 학대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해법은 ‘문화’이다. ‘문화’라는 두루뭉술한 결론을 말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어떻게 그 ‘문화’를 만들 것인지 그 방법과 과정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자체가 귀를 기울이고 실천해야 할 과제다.

동물 학대를 줄이는 정책적 방법 하나는 ‘사전 예방적 문화 교육’이고 나머지 하나는 ‘후 처분적 대안’이다. 법과 질서를 제외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바로 ‘문화’이다. 소위 ‘생명 존중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이 하루 이틀 교육을 받는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오랜 세월 동안 시민들의 가슴속에 ‘윤리’로서 자리한 후 실생활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문화이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부터 고등까지 12년간의 공교육을 통해 학문과 더불어 사회 질서와 문화를 습득하게 되고 이후 성인이 되어 사회인으로 구성된다. 그 공교육 과정에 ‘생명 윤리 문화 교육과정’을 년 1회 이상 정기적 프로그램으로 의무화한다면 그런 교육을 12년간 받아온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기성세대가 될 때 비로소 축적된 문화가 사회생활로 배어 나올 것이다. 이처럼 생명 윤리가 문화화된 세대들의 동물 학대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은 좀 다르지만 얼마 전 광주에서 발생한 개 물림 사고 또한 문화 교육의 부재가 원인이다. 반려동물을 어떻게 사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화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사냥견종을 아무렇게나 키우는 견주에게 오롯이 책임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이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이다. 수십 년의 징역과 수억 원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과 처벌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미미한 수준인지를 설명하는 것도 지칠 지경이다. 1991년 처음 만들어진 동물보호법의 전면 개정안이 31년이 지난 지금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작년에는 동물의 제3의 민법상 지위도 생겼다.

너무나 고무적이고 반색할 만한 일임에는 분명하나, 반려동물 유기 억제나 동물 학대의 낮은 처벌 수위, 개 물림 사고 등의 반려인들의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들의 미진함 등 근거나 기준의 모호성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많은 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했었고, 지금 한창인 광주시장 선거 후보들 역시 선거용 동물 정책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공약들을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선거용으로 발표한다고 한들, 위에서 필자가 주장한 ‘문화 교육’을 실천할 동물 전담 행정 조직 하나 없는 것이 우리 광주의 현실이다. 운전할 사람도 없는데 자동차를 사 주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일 뿐이다. 민선 8기에서는 생명 존중 도시 광주시가 그 명성에 걸맞게 반드시 동물 전담 행정 조직을 설치해 ‘생명 존중 문화 교육’을 진정성 있게 수립하고 실행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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