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포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윤동주
2022년 04월 20일(수) 18:45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배알도 섬 정원 가득 ‘윤동주 흔적’
관광공사 ‘비대면 안심관광지 25선’ 코로나 시대 안성맞춤

2개의 해상도보교로 육지와 이어진 배알도.

광양 망덕포구는 데미샘에서 발원해 550리를 흐르는 섬진강이 마침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광양 망덕포구는 시인 윤동주와 관련이 깊다. 윤동주 유고집을 보존한 정병욱 가옥과 윤동주 시 정원이 있고, 별 헤는 다리를 건너면 ‘배알도 섬 정원’이 있다.

◇ 정병욱 가옥

유장하고 맑은 섬진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면 오래된 시간마저 멈춘 빛바랜 가옥과 마주치게 된다.

이 곳이 서슬 퍼런 일제강점기, 이국의 형무소에서 스러져간 윤동주의 육필시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를 지켜낸 정병욱 가옥이란 걸 알게 되면 그 누구도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정병욱의 연희전문대 선배였던 윤동주는 1941년 연희전문 졸업 기념으로 시집 출간을 꿈꾸며, 친필로 쓴 19편의 시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묶어, 손수 3부를 제본해 이양하 지도교수와 평소 아끼던 후배 정병욱에게 준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으로 시집 출간은 좌절되고,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수감된 윤동주는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차디찬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둔다.

정병욱은 학도병으로 끌려가면서도 윤동주에게 받은 친필시고를 광양의 어머니에게 맡기고, 명주보자기에 곱게 싸인 시고는 가옥 마루 밑 항아리 속에서 가는 숨을 내쉬며 살아남았다.

윤동주와 이양하 교수가 갖고 있던 시고는 행방을 잃었지만, 망덕포구 정병욱 가옥에서 간직된 시고는 1948년 1월 30일 유고집으로 출간되면서 윤동주를 시인으로 소환했다.

정병욱이 살았던 가옥은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라는 명칭으로 등록문화재 제341호에 올라 일제 치하의 뼈아픈 역사와 두 사람의 시린 우정을 기리고 있다.

윤동주 시인
◇ 윤동주 시 정원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과 인접한 망덕포구 무적섬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31편을 시비로 새긴 ‘윤동주 시 정원’ 이 조성돼 있다.

이 곳은 시대의 모진 고통을 온몸으로 품어 별처럼 빛나는 순수한 시로 승화시킨 윤동주와 정병욱의 숭고한 인연과 우정이 흐르는 문학과 역사의 공간이다.

배를 만들고 병선(兵船)과 전선(戰船)이 입출항 했던 선소(船所)에 위치한 무적섬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군량미를 쌓아두어 미적도(米積島)라 불렸고, 꽃밭등의 꽃을 보고 나비가 춤추는 형국이라 하여 무접도(舞蝶島)라고도 했다.

조선 말기, 시문에 능한 이들이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는 이 곳에 조성된 윤동주 시 정원은 단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배알도 섬 정원에선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 배알도 섬 정원

망덕포구에서 바다로 눈을 돌리면 동그마니 떠 있는 작은 섬, 배알도가 눈길을 끈다.

광양제철소가 건설되면서 광양 유일의 섬으로 남은 배알도는 작약, 수국 등 아름다운 꽃이 계절 따라 피어나는 ‘배알도 섬 정원’으로 변모했다.

배알도 섬 정원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별헤는다리와 해맞이다리 등 2개의 해상보도교를 통해 망덕포구와 배알도 수변공원을 잇는 해상 낭만플랫폼이 되었다.

배알도 섬 정원은 나무데크를 따라 쪽빛 바다를 조망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정상에 다다르면 운치있는 소나무에 둘러싸여 푸른 바다와 구름을 무심히 담고 있는 해운정이 반긴다.

해질녘 석양마저 아름다운 섬 정원은 놀멍, 물멍하며 지친 일상을 위무할 수 있는 영혼의 케렌시아(안식처)다.

한국관광공사의 ‘2022 봄시즌 비대면 안심관광지 25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청정하고 안전한 배알도 섬 정원은 코로나시대 여행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광양=김대수 기자 kd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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