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주년 맞은 전남도립미술관] 예술 향기가 흐르는 ‘문화 놀이터’
2022년 04월 20일(수) 17:03
허백련전·이건희 컬렉션·리움 순회전 등 인기…‘전남 방문의 해’ 다양한 기획전 준비
전남도립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3월 광양시에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은 경전선이 지나던 옛 광양역사에 자리를 잡았다. 각지로 물자와 승객을 수송하던 기차역에서 이제는 ‘문화 플랫폼’으로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전남의 풍경을 담다’라는 주제에 맞춰 건물 전면을 통유리로 설계해 날씨와 계절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풍경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했다. 내부로는 지상 3층, 지하 1층의 규모로 9개의 전시실과 넓은 수장고를 보유했으며 항온·항습·조명 등 전시장 시스템은 국제미술관과 견줄 만한 수준을 갖췄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로 시작한 전남 첫 공립미술관=도립미술관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은 대단히 높았다.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미술관을 찾았으며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젊은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방문율이 가장 높았다. 가족과 연인 등의 새로운 데이트·나들이 명소로 입지를 다지며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한 언급도 활발해졌다. 상대적으로 문화소외지역이었던 전남에 미술관이 건립되면서 도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세계 현대미술과의 교류’를 비전으로 삼고 개방성, 혁신성,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남도립미술관의 지향점은 그동안 개막한 전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남 미술사 정립을 위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에서 한국화의 거장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의 작품세계를 조망했으며, 하반기에는 진도 출신의 서예 명장 소전 손재형 전을 개최한 바 있다.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로랑 그라소’, ‘AES+F’ 등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며 해외 현대미술의 흐름을 전달했다. 특히, ‘AES+F’는 국내 최대 단독 대규모 전시로 기획했다. 나아가 지난해 개막한 ‘태양에서 떠나올 때’는 근현대 시기 및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조망했다. 오랜 세월 동안 예술과 관련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전남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큰 흐름을 관통하는 전시 기획으로 각계각층에서 호평을 이어졌다.

◇‘이건희 컬렉션’에 이어 ‘리움미술관 순회전’까지=지난해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이뤄낸 성과 중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이었다. 개관 한 달 만인 지난 4월에 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생전 소장 미술품 21점을 기증받았다. 기증작품은 주로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등 전남 출신 거장들의 작품이다. 이들 작품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만일 도립미술관이 없었다면 기증은 불가능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세간에 화제를 일으킨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전이 지난해 9월 개막했다. 개막 첫 주말에만 2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으며, BTS의 RM이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 뿐만 아니라 전남도립미술관은 개관과 함께 사회 저명인사들로부터 기증 행렬이 이어졌다. 가람화랑의 송향선 대표, 유홍준 교수, 김정헌 작가, 박형선 대표 등의 기증으로 전남 미술사 정립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전남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기증이었다. 지난 3월 현재까지 전남도립미술관이 기증받은 작품은 총 49점이다. 아울러 공모와 제안을 통해 지역 공공미술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작품과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현대미술 작품 등을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 전시 기획 이외에도 전남도립미술관은 연구, 행사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다. 구술채록집 발간, 전시 연계 프로그램 운영, 정책 세미나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지원 사업 참여 등 미술사 정립을 위한 미술관 자체 연구 사업과 전남 미술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연계 사업 등을 활발히 펼쳤다.



최근 발간된 구술채록집은 호남화단의 남종화 거장 ‘남농 허건’ 선생에 관한 내용이다. 구술자로는 남농 허건 선생의 가족들이 참여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 공모에 당선돼 전남 출신 지역작가 2인에 대한 협력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술 활동을 통해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를 함양시키고자 전시와 연계한 어린이 활동지를 제작해 배부하고 있다. 이외에도 개관 첫해를 맞아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미술계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이건희 컬렉션’ 연계 강의, ‘AES+F’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 토크, 전남지역 교사 대상 교과연계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전남 방문의 해 맞아 다양한 기획전시로 새로운 도약 시도=도립미술관의 도약은 올해도 계속된다. 2022~2023 ‘전남 방문의 해’를 맞아 다양한 기획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리움미술관 순회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이 개막했다. 이는 문화의 지역적 균형 발전과 상생에 기여하고자 했던 리움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의 의지가 부합하면서 성사됐다. 전시는 리움미술관의 재개관 기획전시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7가지의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전일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전시가 전남에서 다시 관람객을 맞게 됐다.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전시를 다른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개막해 3월 27일까지 전시한 ‘태양에서 떠나올 때’는 남도가 가지고 있는 지역적 풍광을 색채에 집중해 풀어낸 전시로 전남 출신 작가 및 지역 연고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도 꾸준히 이어갈 전망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해 연말부터 기증전용관을 마련해 운영중이다. 기증전용관은 그동안 기증받은 작품들로 구성된다. ‘기증’이 가지는 의의와 작품이 지닌 가치를 도민과 나누고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건희 컬렉션을 비롯하여 사회 저명인사들이 기증한 작품들을 토대로 주기적으로 뜻깊은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전문가 매칭 사업에 선정된 지역작가 2인(강운, 박치호)의 개인 전시 및 윤재우, 이경모 등 작고 작가의 회고전 등이 계획돼 있다. 교육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싣는다. 최근 미술관 2층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어린이 아뜰리에’를 조성했다. 기존 지하 1층 어린이 아뜰리에가 어린이 활동지 체험을 위한 공간이라면 2층 어린이 아뜰리에는 책과 쉼이 있는 ‘북아트 갤러리’를 콘셉트로 해 색채와 형태 등을 활용한 더욱 밀도 있는 창작 놀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더불어 전문 해설을 통해 전시 이해도와 관람 만족도를 향상하고, 폭넓은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자 매일 3회 도슨트를 통한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전남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찾는 대중 문화공간을 형성하고자 끊임없이 도약할 것”이라며 “‘소통’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아 지역공동체와 상생하는 미술관을 만들고 전시 기획, 프로그램 개발, 학술연구 등 지역 공·사립 미술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전남의 문화예술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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