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정신은 중정(中正) 사상이다-범기철 호남의병연구원장
2022년 04월 17일(일) 22:30
역사는 산천 따라 흐르고 혁명은 정신을 계승한다. 세계 혁명 사상 유일하게 학생 중심의 정의 구현, 부정선거 규탄, 독재 타도를 이루어 낸 4·19혁명은 가슴 설레는 청년의 힘이요, 대한의 동력이다. 학도들의 이상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았고, 죽음의 선택은 생사를 넘어선 정의로운 포효였다. 그들이 지닌 이상은 무한한 가치였다. 어떻게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면, 가능한 항쟁이었겠는가.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은 영구 집권 야욕으로 3·15 부정선거를 획책했다. 광주·마산에서 시작된 부정선거 규탄, 3·15봉기가 전국으로 확대되어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민권의 승리가 4·19혁명이다. 광주시민과 학생들의 용기의 원천은 바로 역사적으로 면면히 이어온 호남 의병 정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에서 1000여 년 동안이나 호남은 권력에서 소외되고 수탈의 대상이 되어온 지역이다. 호남인들은 자연스럽게 지배 권력과 침탈 외세에 대해 향토 방위를 위한 저항에 나섰던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광주는 저항의 상징으로 민주화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 광주를 의향으로 표상하는 하나의 DNA로 자리 잡았고, 그 토대 위에 ‘민주·인권·평화’ 도시로 발전해 가고 있다.

광주 3·15의거가 들불이 되어 일어난 4·19혁명은 민족정기를 선양하는 최상위의 개념이다. 백암 박은식(朴殷植, 1859∼1925)선생은 “나라는 형체이고, 역사는 정신이다, 국혼이 살아 있으면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4·19 정신은 민족정기를 드높이는 더 높은 차원에서 응집 승화된 통일 의병 정신이다. 한 명 한 명의 뭉친 힘이 거대한 민족 공동체를 이루어 감행한 항거였다. 이에 우리 호남인들은 유서 깊은 의향에 살아가면서 나라와 민족 전체가 본받아야 할 ‘호남 정신’을 세계의 평화 정신으로 선양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 광주 3·15의거와 4·19혁명은 왜곡과 무관심으로 방기되었다. 5·16 군사정변 이후 4·19는 5·16의 예비적 사건으로 폄하된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와 민주 운동사에 김주열과 함께 4·19의 한 상징으로 광주 3·15가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전문 7조와 부칙으로 구성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1995년 12월 21일 법률 제5029호로 제정·시행되었다. 그런데도 4·19혁명은 법으로 규정되지 않고 있다. 반드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호남4·19혁명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김영용)는 4·19혁명의 첫 횃불인 광주 3·15의거를 통일 동력으로 삼아 세계 평화 구현에 앞장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항쟁을 통해서 선열들은 살신성인(殺身成仁)과 사생취의(捨生取義)정신을 실천했다. 스스로 절실했던 민주주의의 마음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마침내 그 물결은 파도를 만들어 부정과 부패를 덮어 버렸다.

고 이홍범 박사, 허신행 장관, 안경전 이사장, 이종범 원장 등은 “광주는 정신 혁명의 불길이 전국으로, 세계적으로 타오르는 원천적인 힘을 갖고 있다” “인류 문명의 시원지가 호남이다” “전통 문명, 전통문화를 중시하지 않는 민족의 변화나 발전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역사(정신) 혁명의 불길이 호남에서 타오르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4·19 정신은 중정(中正) 사상의 결정체라고 믿는다. ‘중’(中)이란 한쪽으로 치우쳐서 듣지 않으며 ‘정’(正)은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정의 사상이다.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4·19혁명 정신이 주역이 되어야 한다. 4·19 기본법 제정과 통일 운동에 광주시민과 학생, 오피니언 리더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다. 광주 3·15의거와 4·19 통일 운동 62주년을 맞으며 비명에 가신 선열과 민주 열사들을 추모하고 우리의 각오를 다짐하면서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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