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동 시인 ‘나, 틈에서 살다’ … 소박하면서도 넓고 깊은 사유 담겨
2022년 04월 13일(수) 18:55
시인의 말이 강열하다. “애써 썼던 작가의 말을 지우고 하얗게 비워둡니다. 당신이 낙서할 수 있도록.”

어려운 시가 난무하는 시대에 시를 읽는 독자를, 또는 시가 상정하는 ‘당신’을 위해 여백을 둔다는 표현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전남문인협회와 시류문학회 회장을 역임한 장성 출신 박형동 시인이 제6시집 ‘나, 틈에서 살다’(한림)를 펴냈다.

‘넋두리’, ‘지워지는 발자국’, ‘이슬에 대하여’ 등 모두 80여 편의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독자를 배려하는 어조는 맑지만 한편으로는 굳은 심지를 느끼게 한다.

“틈이 있어서 좋습니다// 당신의 말/ 당신의 눈빛까지도/ 끼워 둘 수 있으니까요.”

위 시 ‘빈 틈’은 모두 2연 4행으로 구성된 짧은 작품이다. 단아하면도 짧지만 그 안에는 무한히 넓고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오늘의 세상에 대한 경고다. 윤삼현 시인은 “짧은 단시는 그 나름의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고 평한 것처럼, 시인의 작품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압축과 구성의 미학을 발한다.

‘빈 틈’의 시와 함께 동일한 울림을 주는 시 가운데 ‘빈 자리’가 있다. “내 옆자리는/ 언제나 비워두었습니다// 혹시라도/ 당신이 와서 쉴지도 모르니까.”는 시인의 삶의 철학과 자세를 보여주는 명징한 표현이다.

한편 박 시인은 ‘문학춘추’로 등단했으며 시집 ‘여섯 마을 풀꽃들의 이야기’ 등과 ‘장성문학대관’을 편찬했다. 전남문학상, 전남시문학상, 장성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장성군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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