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2년의 기록-서진종 광주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연구부장
2022년 04월 07일(목) 03:00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과 일선 보건소 직원, 진단검사에 전념했던 보건환경연구원 직원들은 2년 넘는 시간 동안 하루 빨리 일상이 회복되길 바라며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텼다. 가장 보람된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잃어버린 시간이기도 하다.

2020년 1월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에서 국내 유입에 대비하기 위해 실시한 진단법 교육에 참석할 때까지만 해도 이 지독한 감염병의 실체를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 사태의 경험과 감염병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신속한 감염자 식별과 격리 치료로 이번 사태도 1년 이내에 일상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았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은 2020년 1월 22일 호남권에서 먼저 검사시스템을 구축하고 같은 해 2월 초 광주 지역 코로나19 환자를 처음 확인한 이후 그해 8월까지 지역 검사량의 90% 이상을 소화해 냈다. 이후 4차 대유행까지 주요 집단 감염 및 선제 검사에 집중하며 검사 장비와 시약을 확보하고 감염병 전문 인력 확대로 지난 2년간 약 43만 건의 검사를 수행하였다.

검사 초기에 전국적으로 가짜 양성 논란이 제기되자 우리 지역도 같은 문제로 두 개 학교 전수검사에 나서면서 1100여 건 이상의 검사를 수행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국민은 물론 방역 당국·연구원이 검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검사 의뢰 여섯 시간 만에 전원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했을 때의 보람과 기쁨은 잊을 수 없다. 누적된 피로와 검사의 부담을 한꺼번에 날려 주었다. 이렇게 긴장과 안도를 수없이 반복하며 버텨 왔다.

2022년 3월 신속 항원 검사로 코로나19 감염이 인정되기 전까지는 PCR 진단만이 유일한 양성 판별 검사법이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었던 팬데믹 초기에는 신속 검사만이 최선의 대응책이었던 만큼 검사의 최전선에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화기와 탄약이었다. 바로 검사 시약과 분석 장비, 보호 장비 등의 확보였다.

그러나 차질 없는 검사를 위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검사 관련 물품을 확보하는 게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생산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수요량 폭증으로 장비·시약의 재고가 없어 주문 시기에 따라 납품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연락을 받을 때 마다 속이 타들어 갔다. 그나마 K방역을 대표하는 진단 시약의 상황은 조금 나았지만 가장 고가이며 유효기간도 짧은 시약의 재고 파악과 전월 검사 실적, 당시 유행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예산과 시약을 차질 없이 확보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광주보건환경연구원은 2020년 5월 지자체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분리 배양에 성공하여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병원체 자원을 확보하였다. 감염병 검사 전용 메신저인 ‘광주광역시 감염병 대응톡’ 개발·운영을 통한 코로나19 검사 정보의 실시간 공유로 감염병 대응효과를 극대화하는 성과도 거뒀다.

코로나19 검사 업무가 일상이 된 지 25개월째다. 해외 많은 나라들은 이미 방역 조치를 해제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곧 유행 정점이 지나 검사자가 줄어들면 늦게나마 따뜻한 봄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 검사 업무로 지친 직원들을 다독이는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 스텔스 오미크론에 이어 스텔스 오미크론 혼합변이(XE변이)가 더 높은 전파력으로 무장한 채 이웃 나라에서 유행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그동안 우리가 감수한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기 위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또 들이닥칠지 모를 폭풍우를 대비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대한민국 방역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며 유행 예측 모델 또한 새로운 변이 출현 등으로 인해 정확히 맞출 수는 없다. 인간 유전자의 해독과 첨단 의·과학의 발달로 감염병은 통제가 가능하다고 자만할 때 지구상의 바이러스는 더 단단히 무장하고 진화하여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 길이길이 회자될 코로나19의 대응을 경험 삼아 또 다른 감염병이 오더라도 우리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검사의 최전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온몸으로 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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