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교통마을 만들기] 경전철 연계 교통마을 만들기… 활기 넘치는 중소도시로
2022년 04월 06일(수) 07:00
독일·미국 등 50여 개국 400개 도시 운행…프랑스 가장 활성화
‘경전철’ 콤팩트한 도시공간구조 형성해 토지이용 효율 극대화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도시마다 독특한 디자인 움직이는 예술품
자전거·보행 활동 증대…휠체어·유모차 이용 편리 교통복지 실현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디자인된 경전철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살아 움직이는 도시예술품이다. 프랑스 몽펠리에. <사진출처: http://transporturbain.canalblog.com>

우리 지방도시들은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시간이 지날수록 활력을 상실해가고 있으며, 구도심은 닫힌 상점과 빈집들이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 지방도시들은 늘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난다. 프랑스 지방도시의 활력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경전철(LRT· Light Rail Transit)과 연계한 교통마을만들기가 있다.

경전철은 오늘날 프랑스 지방도시들의 새로운 변화와 도심활성화의 주역으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경전철은 현재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운행 중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일본으로 50여 개국 400여개 도시들에서 운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로 현재 30여개 도시가 경전철을 도입했다.

경전철역사를 살펴보면 세계 최초의 경전철의 등장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지멘스사의 전기 트램이 발명돼 1887년 미국에서 첫 실용화됐다. 우리나라에도 1899년 서대문-청량리 구간이 첫 개통된 후 후 용산로, 원효로, 영천, 노량진 등 외곽지역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버스와 자가용의 폭발적 증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경전철이 모두 폐기됐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경전철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1973년 오일쇼크와 교통혼잡이 증가되면서 자동차중심의 교통정책이 대중교통 정책으로 선회했고, 프랑스 리옹과 마르세이유, 낭트에서 경전철이 다시 운행되기 시작했다. 이후 스트라스부르그시에서 경전철이 더욱 활성화되어 인구 28만의 지방도시지만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총 7개의 경전철 노선 망을 갖추고, 경전철은 주요 대중교통수단이 되었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도 1992년 센느-생드니지역의 생드니와 보비니지역에 경전철이 최초로 도입된 이후 현재 총 3개 노선을 운행 중으로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다.

경전철, 콤팩트한 도시공간구조 형성 기여

푸른 잔디 위를 달리고 있는 친환경교통수단, 프랑스 그르노블.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프랑스 교통계획은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을 통한 종합적인 계획 속에서 이루어진다. 경전철 노선을 중심으로 업무, 상업, 교육, 관공서 및 주요 주거지들이 상호 긴밀한 연결체계를 구축,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고 콤팩트한 도시공간구조를 형성해 토지이용의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전철은 직장, 학교, 주거지의 선택 등에서 자가용이 없는 세대들에게도 접근권과 이동권을 보장해 줌으로써 사회적 기회균등을 실현하고 있다.

한편, 경전철의 발전된 유형인 트램-트래인은 도심에서는 저속으로, 도심외곽에서는 고속으로 달릴 수 있어 중소도시 주변지역의 인구를 도심으로 빠르게 유인하는 효과 또한 크다.

프랑스에서 경전철(트램)이 가장 발전된 스트라스부르그시에서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교외 거주자들의 도심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파크 앤 라이드(P+R)를 시가지 외곽에 건설, 누구나 쉽게 경전철로 환승이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P+R의 주차요금은 무료화하거나 차량 1대당 4.1유로(5290원)를 부여하고 동승한 7명까지 경전철 왕복표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 통계조사에 따르면 경전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높이 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방문객들은 자가용 운전과 주차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도심을 산책하거나 쇼핑과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구도심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친환경도시계획에 기여하는 도시계획 수단

경전철은 도시재생, 도시경관 향상, 친환경도시계획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도시계획 수단이다. 프랑스의 경전철 선택은 프랑스 정부가 선호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철학에 확고한 뿌리를 두고 있으며, 경전철 노선을 중심축으로 자전거도로 및 보행네트워크들이 발전하면서 자전거 및 보행 활동이 크게 증대됐다. 구도심은 자가용을 몰아내고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보행자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경전철 운행의 30년의 역사를 지닌 스트라스부르그시는 세계 최초로 완전 초 저상 경전철을 도입해 모두에게 열린 안전도시로 그리고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으로 부터 벗어난 친환경도시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경전철의 대표적인 유형인 노면전차(Tramway)는 Km 당 건설비용이 지하철 건설비용의 1/3 ~ 1/5정도로 저렴하고,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모하는 경제적인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저소음의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이다.

한편 경전철은 도시경관향상에도 기여한다. 다양한 형태와 색채로 도시마다 차별화된 독특한 디자인의 경전철은 살아 움직이는 도시예술품이 되고 있다. 도심 곳곳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도심을 달리는 경전철의 모습에서 시민들은 도시에 대한 자부심 마져 느낀다.

경전철은 이제 프랑스 지방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한번쯤 꼭 타보고 싶어하는 관광상품이자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중요한 도시구성요소가 됐다. 경전철 내부에서 밖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된 넓은 전망 창은 보행자시점에서 아름다운 도시풍경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경전철 노선을 따라 멋지게 디자인된 가로조명, 투명 유리로 디자인된 승강장, 푸른 잔디로 이루어진 선로, 경전철 노선을 따라 지역성을 살린 도시조경은 새로운 도시경관을 창출한다. 뿐만 아니라 경전철 노선을 따라 점진적으로 변해가는 세련된 디자인의 건축물들과 소공원들이 조성되면서 도시경관변화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교통복지 실현으로 삶의 질 향상 필요

넓은 전망 창으로 이루어진 경전철 내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사진출처: dna.fr/Michel FRISON>
프랑스 교통정책은 사회정책의 일환이다. 프랑스의 마을만들기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교통복지에 관해 사회구성원 누구나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사회정책의 수단으로서 교통에 주목해 오고 있다. 교통복지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사회 운임’ 제도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진다. 이용자의 실제 수입 상태에 따라 서비스 수혜자의 입장에 맞춘 대중교통 요금체제로 ‘부양가족계수’를 활용해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운임이 싸지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2021년 9월부터는 파리, 스트라스부르그, 몽펠리에, 릴시는 18세미만 모든 청소년들에게 대중교통 이용료를 무료화 했고, 프랑스 일부 시에서는 토요일과 주말 대중교통 이용료를 전면 무료화해 경전철 이용률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한편, 휠체어나 유모차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계된 초 저상 경전철은 노인, 장애인, 임산부, 어린이 등 사회구성원 누구나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 더없이 편리하다. 또한 프랑스 환경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1만 Km의 주행 시 사고율이 버스의 경우 0.66%인데 반해 경전철은 0.36%로 그 절반에 해당하며, 경전철 운행 경험이 20년 이상 된 스트라스부르그에서는 사고율이 0.28%로 더욱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전철은 안전성과 더불어 신속성과 정시성 그리고 높은 운행 빈도로 인해 도심은 항시 사람들로 넘쳐나며, 교통약자인 노인들이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 그리고 유모차 이용자들의 도심 외출이 매우 높고 활발하다.

앞으로 20년 후인 2040년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3명 중 1명이 노인이고,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전남지역의 경우 전체인구의 42%가 노령인구가 되는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자가용 운전이 힘들어지고 접근권과 이동권에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고령화 사회에 누구나 평등하게 도시에서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도시공간과 시설을 무장애화하고 접근권과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통복지정책의 수립과 실행이 우선되어야한다.

우리의 지방도시들이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교통마을만들기 정책의 수립과 실행이 필요하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미래지향적인 도시교통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와 연계해 토지이용을 집약화하는 콤팩트시티 정책의 수립과 실행 또한 절실하다.

경전철은 쇠퇴하는 지방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경쟁력을 향상에 기여하며 고령화사회에 거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교통복지를 실현하는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경전철은 도시경관 향상 및 도시관광을 활성화하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 이용 및 보행 활동을 촉진시켜 친환경도시, 건강도시의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지방소멸위협이 점점 더 가시화 되어가고 있는 이때에 교통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과 지방도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염대봉 조선대 건축학과 교수
<염대봉 조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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