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았어-김가을 지음
2022년 04월 01일(금) 06:00
지난해 4월 편집자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다. “이런 글이 출판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해서 매일 드립니다. ‘안네의 일기’ 식으로 피해자 쉼터에서 있었던 일과 과거의 특징적인 기억들을 적고 이를 연결한 글을 이어가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맞으며 자라 23세 되던 해 폭력을 못 이겨 아빠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책 ‘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았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인문학 공부와 활동을 더 많이 했다. 소설을 좋아하며 책을 매개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김가을 씨가 저자다. 22세부터 24세까지 쓴 글이 담긴 책은 ‘아버지폭력’에 맞선 한 여성의 용기와 희망을 다룬다.

작가는 아빠, 엄마, 여동생과 막내 남동생 다섯 식구다. 자영업을 하는 아빠, 일본 섬마을 출신의 엄마 사이에서 3남매 중 장녀다. 저자에 따르면 아빠의 폭력은 그가 대여섯 살 때부터 시작됐다. 작가는 차분하게 글을 써내려 간다.

아버지 폭력을 경험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그들의 치명적이고 위험한 고통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현실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이 고통을 말하는 것은 ‘금지’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족’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옥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날카로운 창살은 없지만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벽은 지극히 높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장강명 작가는 “이 기록과 고백은 내 영혼을 정화해주었다”며 “진짜 문학이 주는 뜨겁고 무서운 치유와 부활의 힘을 확인하게 해줬다”고 평했다.

<천년의상상·1만6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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