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기형적 선진국이다-김재인 철학자·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
2022년 03월 15일(화) 03:00 가가
한국에서 인문학, 사회과학, 예체능, 융복합 등 이른바 ‘인문사회’ 연구 지원 사업은 아래와 같이 분류된다. 이들 사업은 개인 연구와 집단 연구, 기반 구축 등 크게 세 가지 유형과 다양한 세분 영역으로 나뉜다.
개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영역을 포함한다. 석사학위를 받은 초보 연구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문 후속 세대, 막 교수에 임용된 신진 연구자, 일정 기간 교수직을 이어온 중견 연구자, 그리고 원로급 우수 학자, 저술 및 번역 출판, 한국 고전 번역 연구자 몇 명이 작은 팀을 이루어 수행하는 공동 연구 등이다.
집단 연구는 대학 ‘연구소’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를 포괄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경제·경영’ 분야 대학 연구소도 포함된다.
기반 구축에는 인문학 대중화, (학술단체 지원, 우수 학술도서 지원, 학술자원 공동 관리, 연구 윤리 교육)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괄호로 묶은 부문은 이공계 포함 ‘모든’ 지원 사업 공통이다.
참고로, 세금으로 지원되는 인문사회 지원 사업을 선정하고, 평가하고, 집행하는 기관은 교육부 유관 기관 ‘한국연구재단(NRF)’ 하나뿐이다.
자, 그러면 ‘인문사회’ 연구 지원 사업의 총예산이 얼마나 될까? 1조 원? 5000억 원? 아니다. 무려 2400억 원이나 된다. 앞서 열거한 ‘모든’ 사업 지원 총예산이 2400억 원이다.
2022년 한국 정부의 예산 총액은 607조 원 가량이다. 2022년 기준 연구개발비(R&D) 총액은 29조 8000억 원, 인문사회 예산 총액은 3030억 원(앞의 연구개발 외에 지출되는 영역인 글로벌연구네트워크, 한국학중앙연구소 등까지 포함)이며,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1.0%, 총예산 대비 0.5% 미만에 불과하다. 비교하자면, 그토록 지원 규모가 열악하다고 얘기되는 교육부의 이공계 예산, 즉 순수과학 학술 지원 예산은 2022년 기준 5474억 원으로, 인문사회 예산의 1.8배다.
단순 비교는 문제가 있겠지만, 인문사회과학(가장 넓은 의미의)과 유사한 활동이라 일컬어지는 ‘종교’ 지원 규모는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의 ‘종교문화 활동 및 보존 지원’ 사업 예산은 2022년 기준 607억 원이다. 인문사회 연구개발의 4분의 1 규모다. 심지어 이건 그냥 주는 돈에 가깝다.(‘종교학’도 인문사회 영역에 포함되지만 종교학은 종교가 아니다. 연구 활동을 해야만 한다.)
나는 이 수치가 대한민국의 현재를 잘 말해 주고 있다고 본다. 나는 대한민국 시민의 무관심이 이런 현상을 초래했다고 본다. 먹고사는 문제에만 골몰하느라 시민이 관심을 두지 않을진대, 어떻게 상황이 좋아질 수 있으랴? 비유컨대, 대한민국은 99%의 돈과 1%의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연구개발비 대비 인문사회 연구개발비의 비율이 딱 그러하다.
나는 이 비율이 적어도 95대 5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는 많은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의 공통된 바람이기도 하다) 적어도 차기 정부에서는 97대 3 비율은 달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대형 국책사업이나 생명의료 분야에서 5% 정도를 ‘환경·교통·개인정보 등 영향 평가’나 ‘윤리위원회(IRB)’ 등에 의무 지원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은 돈과 기술, 군사력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가치와 사상을 선도해야 하며, 문화와 매력을 통해 자발적으로 설득하는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부디 우리 모두가 돈이 충분할 때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삶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개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영역을 포함한다. 석사학위를 받은 초보 연구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문 후속 세대, 막 교수에 임용된 신진 연구자, 일정 기간 교수직을 이어온 중견 연구자, 그리고 원로급 우수 학자, 저술 및 번역 출판, 한국 고전 번역 연구자 몇 명이 작은 팀을 이루어 수행하는 공동 연구 등이다.
기반 구축에는 인문학 대중화, (학술단체 지원, 우수 학술도서 지원, 학술자원 공동 관리, 연구 윤리 교육)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괄호로 묶은 부문은 이공계 포함 ‘모든’ 지원 사업 공통이다.
2022년 한국 정부의 예산 총액은 607조 원 가량이다. 2022년 기준 연구개발비(R&D) 총액은 29조 8000억 원, 인문사회 예산 총액은 3030억 원(앞의 연구개발 외에 지출되는 영역인 글로벌연구네트워크, 한국학중앙연구소 등까지 포함)이며,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1.0%, 총예산 대비 0.5% 미만에 불과하다. 비교하자면, 그토록 지원 규모가 열악하다고 얘기되는 교육부의 이공계 예산, 즉 순수과학 학술 지원 예산은 2022년 기준 5474억 원으로, 인문사회 예산의 1.8배다.
단순 비교는 문제가 있겠지만, 인문사회과학(가장 넓은 의미의)과 유사한 활동이라 일컬어지는 ‘종교’ 지원 규모는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의 ‘종교문화 활동 및 보존 지원’ 사업 예산은 2022년 기준 607억 원이다. 인문사회 연구개발의 4분의 1 규모다. 심지어 이건 그냥 주는 돈에 가깝다.(‘종교학’도 인문사회 영역에 포함되지만 종교학은 종교가 아니다. 연구 활동을 해야만 한다.)
나는 이 수치가 대한민국의 현재를 잘 말해 주고 있다고 본다. 나는 대한민국 시민의 무관심이 이런 현상을 초래했다고 본다. 먹고사는 문제에만 골몰하느라 시민이 관심을 두지 않을진대, 어떻게 상황이 좋아질 수 있으랴? 비유컨대, 대한민국은 99%의 돈과 1%의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연구개발비 대비 인문사회 연구개발비의 비율이 딱 그러하다.
나는 이 비율이 적어도 95대 5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는 많은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의 공통된 바람이기도 하다) 적어도 차기 정부에서는 97대 3 비율은 달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대형 국책사업이나 생명의료 분야에서 5% 정도를 ‘환경·교통·개인정보 등 영향 평가’나 ‘윤리위원회(IRB)’ 등에 의무 지원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은 돈과 기술, 군사력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가치와 사상을 선도해야 하며, 문화와 매력을 통해 자발적으로 설득하는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부디 우리 모두가 돈이 충분할 때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삶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