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값 폭등에 농민 울상…정부, 원예용 비료 지원 확대
2022년 03월 10일(목) 19:25
요소비료 20㎏ 9200원→2만8900원 ‘3.1배’
농식품부·농협, 올해 인상분 80% 지원
농민단체 “보조금 한도 철회해야”

고추를 심기 전에 밭에 비료를 뿌리는 모습.<광주일보 자료사진>

장흥군 관산읍 송촌리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권영식(54·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부의장)씨는 다음달 중순 이후 5000평(1만6529㎡) 옥수수밭에 비료 줄 일이 막막하다.

최근 콩밭, 깨밭에 줄 비료를 샀는데 정부가 비료 가격 인상분을 보전해주기로 한 보조금 23만원 가량을 이미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권씨는 “다음달 20일 이후 옥수수밭에 20㎏짜리 비료 25포대 가량은 뿌려야 하고 고추밭 밑거름도 줘야하는데 3배 넘게 뛴 비료값 인상분을 고스란히 내야할 판”이라며 “겨울 가뭄은 계속되고 200평에 5만원하던 농기계 작업대행비도 올해 만원 넘게 오를 것으로 보여 삼중고에 놓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촉발한 요소 파동 이후 국제 원자재값 급등세가 그칠 줄 모르면서 영농철을 앞둔 광주·전남 농민들의 비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비료값 인상분의 80% 지원안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은 보조금 한도가 소진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정 당국은 이달 하순께 지원 품목에 원예용 비료를 포함시키기로 하며 ‘농심 달래기’에 나섰다.

10일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이달 현재 요소비료 20㎏ 가격은 2만8900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250원)에 비해 3.1배(212.4%) 뛰었다.

농협은 비료 가격을 연초 정한 뒤 한 해 동안 운영하지만 지난해에는 요소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례적으로 가격을 한 번 더 인상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요소비료 20㎏ 값은 1만600원으로, 연초보다 14.6%(1350원) 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도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경감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의 80%를 보조하기로 했다. 이로써 농업인은 지난해 8월 대비 가격 인상분의 20%를 부담하게 됐다.

하지만 농업인별로 최근 3개년 무기질비료 평균 구매량의 95% 이하 물량에 대해서만 가격보조를 적용하며 사실상 보조금에 한도를 뒀다.

농식품부가 보조금 한도를 둔 건 비료 사재기를 방지하고 무기질비료 사용량 증가로 인한 토양 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비료비 지원 방안은 물량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비료 종류와 구매처를 한정하면서 농민의 적잖은 반발을 샀다.

농민들이 시중 농약상에서 주로 구입하는 원예(과수)용 비료는 보조에서 제외됐고, 농협이 아닌 일반 대리점에서 구매한 비료도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전농 광주전남연맹은 지난 8일 ‘정부는 비료값 선별보조 중단하고, 인상분 전액 지원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비료 구입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다.

전농은 “지원하는 비료 종류를 제한하면서 고추·배추·양파 등 원예농가와 사과·배·복숭아 등 과수농가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며 “비료의 종류에 따라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물량을 제한하고, 구매처에 따라 제외하고, 그나마도 전액이 아니라 80%까지만 보조하는 지원 대책이 농민들의 부담을 얼마나 경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월동이 끝난 보리와 밀 생육기를 맞았지만 폭등한 비료가격 때문에 농경 시기나 규모가 영향을 받게 된다면 농산물 생산량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농민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에 맞게 모든 종류, 모든 물량 인상분 전액을 책임져야 한다”며 농가별 비료보조금 한도 철회와 일반 대리점 등 농협 외 구매처 물량 지원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농식품부는 농민의 비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달 하순부터 지원 대상에서 빠졌던 원예용 비료를 포함시키기로 하고 농협과 세부 추진사항을 논의 중이다. 농협과 비료 생산업체들은 일 년에 한 번만 정했던 비료 가격을 올해부터 분기별로 산정하면서 당분간 비료값을 둘러싼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달 7일 기준 지역농협별 비료(완제품) 재고량은 전남 2만6921t·광주 1782t 등 전국 13만1400t으로, 원활한 수급동향을 나타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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