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면 건축과 도시를 바꿔라 <9>] 서울시 도심공간 민간활력사업에서 배우다
2022년 03월 09일(수) 06:00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 시민 문화중심지가 되다
은행 등 몰린 보수적 분위기 오피스거리, 민간활력사업으로 변화
‘여의도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 영화·놀이·캠핑 프로그램 진행
지속 가능한 행사·이벤트·프로그램, 지역활성화 회복 계기 마련
매력적 도심공간 창출 위해 민간 소유 공간도 사업대상지로 확대

여의도 민간활력사업의 장소로 사용된 여의도 신영증권 전면 공간.

공공공간은 공간이용자 배려와 도시경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환경이자, 도시활성화의 지표로 도심권에서 더욱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발생은 외부와 면한 공간활용의 중요성을 제고하는 계기를 제공했고, 민간을 중심으로 도심 공공공간 활용을 위해 새로운 변화가능성을 모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해외 업무지구의 경우 근무 시간이 끝나면 텅 비어버리는 도심공간에 색다른 재미와 활력을 만드는 일이 중요 이슈로 부상 중이다. 서울의 대표 업무지구인 여의도 역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기 위해 영등포구와 지역 내 민간기업이 서울시 타운매니지먼트 시범사업 공모에 참여했고 2020년 사업지로 선정됐다.

여의도 금융개발진흥지구 타운매니지먼트는 지난 6월과 11월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 내 공공공간을 활용, 민간활력사업을 추진했다.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업무지구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와 고층의 건물 사이로 양복을 잘 차려입은 금융업 종사자들이 바삐 걸어가는 모습이다. 실제 점심시간 이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잘 볼 수 없을뿐더러 대다수 증권사, 금융사 건축물은 보도와 만나는 건물 전면부를 주차장과 드롭오프존(Drop-off zone)으로 사용하고 있어 보행자가 자동차를 피해 다녀야한다.

여의도 민간활력사업은 국제금융중심지의 위상에 맞는 활기찬 도시공간 창출과 새로운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여의도 구축을 위해 건축물과 연계된 공공공간의 활용을 목표로 설정했다. 여의도 타운매니지먼트의 사업추진 주체는 왜 이 사업이 필요한가(사업추진의 당위성), 어떤 공간을 활용할 것인가(사업의 대상),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사업성과)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장기간의 팬데믹으로 지친 금융인, 주민, 방문객들에게 사회적 안전을 지키며 즐길 수 있는 공공공간을 제공, 지역 활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업 추진 장소는 민간부문으로 여의도 타운매니지먼트에 참여 중인 신영증권의 전면공지를 활용했다. 신영증권은 건물 전면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다 2018년 신사옥 정비 당시 문화 교류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이 공간복지로 구현된 좋은 사례로, 현 제도에서는 민간이 공공공간을 활용하는 데 여러 제약이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민간소유 공간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민간활력사업이 갖는 의의는 시민들의 인식변화와 관심을 유도해 공공공간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더 다양한 방법과 개선방안을 찾아나가는 데 있다.

구슬치기·제기차기 등 다양한 놀이가 열렸던 ‘플레이 스케이프’
여의도 민간활력사업의 컨셉은 ‘여의도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Scape)’으로, 다양한 풍경 안에 여의도의 일상을 담아내 컬러풀한 도심공간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6월에 추진된 사업 테마는 ‘시네마 스케이프(Cinema Scape)’였다.

실내에서 함께 커피 한잔 마시기도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 거리를 준수,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신영증권 전면부 야외공간에 마련됐다. 공연을 준비하고 야외영화관을 설치, 점심시간에 잠시나마 문화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름 날 캠핑의 여유를 선사하기 위해 설치된 포토 캠핑존에서 사진도 찍고, 휴식을 취하는 여유로운 여의도의 일상이 하나의 풍경으로 담겼다. 문화공연 관람에 목말라 있던 때, 여의도 한 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영상에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여의도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11월 진행된 사업은 ‘저랑 게임 하나 하시겠습니까?’를 캐치프레이즈로 하는 ‘플레이 스케이프(Play Scape)’가 테마였다. ‘오징어게임’을 통해 아날로그 게임에 대한 관심이 한창일 때, 도심공간에서 아날로그 게임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의견에서 테마를 검토했고 어른들의 놀이터를 만들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필두로 제기차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 일상에 재미를 선사하는 체험형 컨텐츠가 운영됐다. 또 사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참가자가 자신의 시선으로 느끼는 여의도의 여러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전시하기도 했다. 내가 사는 곳, 내가 일하는 곳에 대한 지역주체들의 관심을 환기하려는 시도로 게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참여자들의 모습과 함께 여의도에 활기 있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도심속 캠핑을 테마로 설치된 포토존.
사업 중 두차례 진행한 설문조사는공공공간 활용에 관한 지역의 인식변화를 잘 보여준다. 설문참여자의 약 60% 이상을 차지한 여의도 내 근로자들은 공공공간 활용에 대한 질문에서 잠시 머리를 식힐 휴식공간이 없다는 의견에 공감도가 높았고, 그럼에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는 야외 도심공간은 카페의 테라스와 소공원이라고 응답했다. 평소 여의도 지역을 다니며 느낀 불편함에 대한 질문에는 40% 이상이 건물 전면부에 차량 통행로, 주차장 등이 조성돼 있어 보행안전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차순위로 휴게 공간과 주차공간이 부족해 불편하다는 의견과 좁은 보도폭, 흡연구역 부족, 길찾기 어려움 등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불편한 점을 개선한다면 얻을 수 있는 성과로는 휴식과 여유가 있는 야외공간을 이용하면 업무효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과 활력 있는 도시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응답이 70% 이상이었다.

6월 조사에서 낮은 비율을 보였던 여의도 금융개발진흥지구에 대해 인지도는 11월 조사에서 약 2배 이상 증가했고 타운매니지먼트와 같은 민간활력사업의 필요 이유를 묻는 질문 중 도시공간이 사람과 활력중심 공간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과반 이상의 응답률을 보였다. 또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가로환경정비로 2차례 모두 40% 이상이 공감했다. 이 설문조사를 통해 도심공간의 민간활력사업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는 매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사람과 활력을 우선시하는 양질의 공공공간에 대한 지역의 수요가 높다는 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공공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사, 이벤트, 프로그램이 여의도 민간활력사업과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지역의 비전에 근거해 추진되는 민간활력사업은 지속가능하고, 자력적인 지역활성화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유동적 사업으로 단발적으로 추진되는 타 활동과 차별화된다. 즉, 지속가능하고 자력적인 지역활성화를 위한 필수 조건인 민간주도형 조직, 공공공간 활용을 통한 재원 마련, 지역적 이슈에 대응하며 지역으로 재환원되는 다양한 활동과 공적 서비스를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공공공간의 활용방향을 실험하는 접근방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타운매니지먼트 추진 시, 지역주체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로 공간의 매력을 공유하기 위해 공공공간을 중점적으로 활용하게 되며 운영재원과 연계해 자원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여의도민간활력사업이 여의도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Spape)을 컨셉으로 진행됐다. 시네마 스케이프에 참여한 이들이 음악감상을 즐기는 모습.
여의도 민간활력사업에서 매력적인 공공공간 창출을 위한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본다. 첫째, 공공공간 활용을 통한 재원 마련에 있어 민간소유 공공공간의 활용가능성이다. 공공소유 공간활용을 통한 자원화는 제도적으로 극복해야할 부분이 존재하나 민간소유 공간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따라서 민간활력사업 추진 시 민간소유 공간도 사업대상지로 확대, 자원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가령 민간소유 공간에 비어가든을 설치한다면 판매수익으로 운영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퇴근 후 야외에서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공공간 조성 및 정비 전, 매력적인 도심공간 창출을 위해 다양한 민간활력사업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공공공간이 조성되면 이를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 민간활력사업을 통해 공간변화에 대한 수요와 이용행태 등 추이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공간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으로 인해 활력이 지속되는 공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브랜딩 수단으로 민간활력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 여의도의 경우 다양한 아이디어를 ‘풍경(Scape)’이라는 테마와 접목, 사람과 공간의 활기와 분위기를 지역의 특성으로 발전시켜갈 것이다. 일관적인 테마를 바탕으로 하는 정기적인 사업추진은 여의도에서 일하고, 여의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여의도를 표상하는 이미지로 기억될 것이며, 앞으로 이어질 사업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증가시킬 것이다.

이 운 용

중앙대학교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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