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로 지역 자동차 업계 ‘브레이크’
2022년 03월 01일(화) 18:20
완성차·부품 수출기업 타격
러 제재 장기화땐 줄도산 우려
기아 현지 공장 가동 차질
전면전 땐 러 내수 29% 줄 듯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강경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러시아에 완성차를 수출하고 있는 기아와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지역 협력업체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전경.<광주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러시아 강경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자동차업계가 받을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타이어업계의 타격도 우려된다. 러시아에 완성차를 수출하고 있는 기아와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지역 협력업체 등이 이번 러시아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기로 하는 등 대러 금융·무역제재 강화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대러 수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부품업체들도 촉각을 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러 자동차 관련 수출 비중은 40.6%에 달한다. 이 중 승용차가 25.5%, 자동차 부품이 15.1%다.

특히 국내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 입장에서 러시아는 전체 수출액이 연간 15억달러(약 1조8097억원)에 달해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규모가 작은 부품업체들이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채 해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팔라듐, 백금 등 차량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공급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부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국내 부품업체가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의 90% 이상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으로 납품되고 있는데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 가동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에 따라 미국산 반도체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자동차의 대러 수출 자체도 제한될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 현지의 내수 판매가 약 29%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기아 오토랜트 광주를 비롯해 지역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업계의 후유증이 우려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협력업체들은 대금 결제가 밀리거나 주문량이 감소하면 당장 손실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타이어업계 또한 이번 사태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타이어의 주요 원재료인 카본 블랙과 합성고무 등은 석유를 원료로 하고 있어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침공 사태와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로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타이어업계 외에도 지역 중소기업들이 입을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날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직접 수출을 하고 있는 광주·전남 소재 수출기업은 49개사로, 러시아로 수출을 하고 있는 기업은 168개사에 달한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자동차와 타이어, 지역 수출기업들은 수출 차질은 물론, 대금회수 등 각종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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