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콤비
2022년 02월 25일(금) 04:0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선수 중 역대 어시스트 1위는 162개를 기록한 라이언 긱스다. 2위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이며, 웨인 루니는 3위에 랭크되어 있다.

맨유 팀에서 박지성과 함께 뛰어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들 뒤로는 프랭크 램퍼드와 데니스 베르캄프가 있다. 섀도스트라이커의 대명사로 불리는 베르캄프는 아스날과 네덜란드 대표 팀에서 수많은 골을 넣었지만 정작 그의 진가는 어시스트에서 발휘된다. 그는 창의적인 패스로 전혀 무의미할 것 같은 공간조차도 ‘골문에 이르는 새로운 항로’로 바꾸어 놓는다는 찬사를 들었다.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게임’이라는 말을 그대로 필드에서 실현해 낸 선수가 바로 베르캄프다.

요즘 토트넘 소속 손흥민의 플레이에서는 ‘베르캄프의 향기’가 난다. 지난 20일 맨시티와의 경기도 그랬다. 두 개의 패스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는데, 하나는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찬스에서 골 욕심을 내지 않고 동료에게 어시스트하는 여유를 보여 준 것이다. 또 하나는 발군의 감각으로 케인에게 찔러 주는 패스였다. 이 한 방으로 토트넘은 최강 맨시티의 수비 라인을 무력화시켰는데, 손흥민과 케인이 만들어 낸 EPL 통산 36번째 골이었다.

이는 첼시의 프랭크 램퍼드와 디디에 드로그바 콤비가 가지고 있는 EPL 역대 최다 합작 골과 타이 기록이다. 전체 36골 중 손흥민이 케인에게 도움을 준 골이 19개(53%), 케인이 손흥민을 도운 골이 17개(47%)로 엇비슷하다. 두 선수는 또한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도움을 기록한 경우가 많아 서로가 최고의 도우미이자 최고의 마무리 공격수로 완벽한 호흡을 과시했다.

이제 두 선수가 골을 합작하게 되면 넣는 족족 프리미어리그의 역사가 된다. 다만 어제 번리와의 경기는 37번째 합작 골 신기록이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이 40여m 드리블로 돌파한 뒤 페널티지역 앞에서 파울을 이끌어 낸 뒤 절묘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케인의 헤더를 이끌어냈으나 안타깝게도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것이다.

손흥민은 계속 새로운 축구 역사를 써 갈 것이다. 그의 눈부신 활약은 벌써부터 카타르 월드컵(오는 11월)을 기다리게 한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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