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덕 시인 ‘실수라 하기엔 너무 아픈 말들’
2022년 02월 23일(수) 21:10
첫 시집 ‘만약이라는 말’ 펴내
“실수라 하기엔 너무 아픈 말이 있다. 가시처럼 박혀 있는 상처받은 말들과 상처 준 말들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상처 입은 말들은 긴 세월 지나도 통증으로 남아 있다. 잘못 쏟아진 말들로 헐거워진 사이엔 나와 너만 있고 우리는 없었다.”

2015년 ‘시와사람’을 통해 등단한 장성 출신 오선덕 시인이 첫 시집 ‘만약이라는 말’(걷는 사람)을 펴냈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과 막상 하게 되는 말 사이에 갈등을 한다. 내면의 소리와 현실의 세계라는 간극은 언제나 말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말의 불완전성, 진실의 괴리 등에 천착한다. 특히 권력 관계와 지위 관계가 분명할 때 말은 지극히 형식적이며 상대가 원하는 형식과 내용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가슴이 알고 있는 길 쭉 따라가면 끝자락에 서 있는 너, 바라보는 마음 한족 뾰족해진// 말하지 못하는 귀와 듣지 못하는 입, 우리는 익숙한 물음과 대답을 꿈꾸지만 너무 먼 마천루 위에 세워진 입과 귀의 가설들// 어둠이 제 키만큼 그림자를 뿌리며 달려온다 돌아가야 할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길”

위 시 ‘내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반응하는 수동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이 그저 일방적 요구에 반응해야 하는 존재를 그리고 있다. 소통과 교감은 그저 “마천루에 세워진 입과 귀의 가설들”에 지나지 않는다.

신덕룡 문학평론가는 “내비게이션이 지시와 순응을 요구하듯 우리네 삶도 교류가 아닌 지시와 복종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존재로서의 삶은 더 이상 “익숙한 물음과 대답을” 꿈 꿀 수 없게 만든다”고 평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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