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의 차이나 4.0] 교수님은 친중국 입장이세요?-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명예교수
2022년 02월 22일(화) 00:15 가가
“교수님은 친중국 입장이세요?” 강의가 끝나서 출석부와 강의 자료를 주섬주섬 챙기는데, 교탁 앞으로 다가온 한 학생이 던진 질문이었다. 2021년 1학기 ‘현대 중국의 이해’ 과목 시간이라고 기억한다. 훅 들어온 질문에 ‘당황하면 안 되고, 표정도 여유롭게 약간의 미소를 띠고’라고 생각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최상의 방어인 공격을 감행했다. “어떤 내용에서 그렇게 생각했지? 왜?” 공대생인 그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사드 배치로 한중 갈등이 심화된 이후 자신의 아버지와 중국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아버지는 경제적 측면이나 외교 국방 측면에서 중국을 무시할 수 없으니 양국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반면 자신은 중국이 자민족 우월 의식과 배타성이 강해 우리나라를 얕잡아 본다고 주장하면서 부자 간 대립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강의 내용이 아버지 주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낭패였다. 친한국이나 친중국이 아닌 관점에서 오늘의 중국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하여 이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했던 강의 목표는 진작에 실패한 것이었다. 이러저러한 내 답변에 학생은 완벽히 납득되지 않는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강의실을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시간 수강생들이 강의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전쟁 이후 40년 가까이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적대적 관계에서, 1992년 수교를 맺고 이후 ‘협력동반자 관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승격되며 발전해 온 우호적 관계의 30년이었다. 최근에는 사드 배치로 비롯된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혐중 정서와 중국의 반한 정서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20일 폐막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서 오히려 양국의 국민 정서는 더욱 나빠졌고, 대선을 앞두고 일부 후보와 정치인들이 표만 의식하며 ‘반중’ ‘혐중’ ‘친중’ 공방에 뛰어들어 문제가 더욱 비화하는 양상이다.
2010년 중국이 G2 국가로 등극한 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가는 추세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 조사에 의하면 2002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미국은 35%에서 73%, 영국은 16%에서 74%, 일본은 42%에서 86%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호감도는 66%에서 24%로 하락했고, 비호감도는 31%에서 75%로 상승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경제적 성장만큼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도 증가한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했을 것이고, 연간 1억 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세계 곳곳에서 보여준 좋지 않은 모습도 한몫했을 것이며, 무역 갈등과 운동 경기의 대결 구도에서 비롯되기도 했을 것이다. 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청년 세대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두 나라 모두 청년 세대들의 애국주의와 민족적 자부심이 높아서 온라인이나 SNS에서 직접적 충돌이 매우 많고 서로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대중 수출이 급증했다. 2000년 대중 수출액은 185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8년 1621억 달러, 2021년 162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2년간 우리나라 수출의 25%가 중국이었고, 대중 무역 흑자도 2013년 628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243억 달러에 달했다. 경제적 측면 외에도 국방 외교나, 남북 문제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이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이 갈등 구조의 한복판에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 나가는가가 우리의 과제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10년 단위로 나눠 보면, 우리는 이제 차이나 4.0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지혜와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혐중’과 ‘친중’으로만 대중 관계를 인식하기에는 오늘의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나는 한국에서는 친중이고, 중국에서는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자세를 지닌 한국인이며, 그래야 한중 관계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일년 늦은 수정 답변을 그 학생에게 보낸다.
※ 중국 전문가 김하림 교수의 ‘김하림의 차이나 4.0’ 칼럼이 신설됐습니다. 김 교수는 30여년 조선대에서 중국 문화와 중국학을 강의하고 연구해 온 대표적인 전문가입니다. 김 교수의 혜안과 통찰을 통해 21세기 중국을 이해하고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경제적 성장만큼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도 증가한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했을 것이고, 연간 1억 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세계 곳곳에서 보여준 좋지 않은 모습도 한몫했을 것이며, 무역 갈등과 운동 경기의 대결 구도에서 비롯되기도 했을 것이다. 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청년 세대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두 나라 모두 청년 세대들의 애국주의와 민족적 자부심이 높아서 온라인이나 SNS에서 직접적 충돌이 매우 많고 서로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대중 수출이 급증했다. 2000년 대중 수출액은 185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8년 1621억 달러, 2021년 162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2년간 우리나라 수출의 25%가 중국이었고, 대중 무역 흑자도 2013년 628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243억 달러에 달했다. 경제적 측면 외에도 국방 외교나, 남북 문제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이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이 갈등 구조의 한복판에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 나가는가가 우리의 과제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10년 단위로 나눠 보면, 우리는 이제 차이나 4.0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지혜와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혐중’과 ‘친중’으로만 대중 관계를 인식하기에는 오늘의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나는 한국에서는 친중이고, 중국에서는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자세를 지닌 한국인이며, 그래야 한중 관계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일년 늦은 수정 답변을 그 학생에게 보낸다.
※ 중국 전문가 김하림 교수의 ‘김하림의 차이나 4.0’ 칼럼이 신설됐습니다. 김 교수는 30여년 조선대에서 중국 문화와 중국학을 강의하고 연구해 온 대표적인 전문가입니다. 김 교수의 혜안과 통찰을 통해 21세기 중국을 이해하고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