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문화도시를 가다 <4> 체코 프라하-중세 도시 시간여행⋯숨은 정원 비밀여행
2022년 02월 21일(월) 03:00 가가
고딕·바로크·르네상스·로코코 건축물
구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프라하의 봄’ 바츨라프 광장
벼룩시장·난장 펼쳐지는 핫플레이스
블타바 강 위 카를교 낭만의 버스킹
스메타나·릴케 등 불멸의 예술가
구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프라하의 봄’ 바츨라프 광장
벼룩시장·난장 펼쳐지는 핫플레이스
블타바 강 위 카를교 낭만의 버스킹
스메타나·릴케 등 불멸의 예술가


카를교와 프란츠 카프카 문학관 인근에 자리한 도심 속 공원인 ‘보야노비 사디’ 전경.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프라하 시민들이 책을 읽거나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시간여행의 도시’로 불린다. 프라하에 발을 들여 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도시로 되돌아간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일까. 프라하는 한국인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로망의 대상이다. 특히 도보 여행자에게 프라하는 최적의 도시다. 프라하 관광의 중심인 구시가 거리에서는 거의 자동차를 볼 수 없다. 프라하성을 비롯해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대부분의 길에 차량 진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카를교를 중심으로 한 구시가 거리로 들어서면 시간을 멈춘 중세 시대 유럽의 골목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들 건축물은 500~600년의 증축기간, 수십명의 건축가에 의해 제각기 개성 있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크고 작은 갤러리와 상점, 독특한 벽화가 어우러진 골목은 인파로 북적이는 카를교와 광장만 둘러 보고 온다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프라하의 속살이다.
구시가지의 한 가운데는 60여 년 전 ‘프라하의 봄’의 배경이 된 바츨라프 광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젠 자유를 향한 함성을 들을 순 없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주 주말이면 각양각색의 벼룩시장과 청년들의 뜨거운 난장이 펼쳐진 핫플레이스였다. 광장 주변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로코코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경쟁하듯 뽐내고 있다.
바츨라프 광장에서 시가지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두개의 첨탑이 돋보이는 틴성당과 천문시계탑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 시청으로 사용했던 천문시계탑은 구 시가지의 랜드마크이다. 매시 정각 종이 울리고, 해골모양의 인형이 줄을 당기면 12사도 인형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얼굴을 내미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사실, 프라하는 도보로 관광이 가능할 만큼 작고 아담하다. 구시가지에서 10분 정도 걸어 블타바 강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프라하의 명소인 카를교가 나온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수많은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지만 취채차 둘러봤던 지난해 가을에는 산책을 즐기는 현지인들로 한산해 신기했다. 다리를 거닐다 보면 난간 양쪽에 세워져 있는 30여 명의 동상에 시선이 간다. 1683년부터 1928년까지 성서속 인물과 체코의 성인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들은 카를교의 ‘수호신’들이다.
카를교의 30개 성자상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성 얀 네포무크 신부 동상이다. 궁정 사제였던 그는 고해성사로 알게된 왕비의 외도 비밀을 끝까지 지키다 왕에 의해 블타바 강에 던져져 목숨을 잃은 사연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카를교가 사랑받는 이유는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다리 위에서는 연중 다양한 버스킹 공연과 볼거리로 활기가 넘치는 데다 악사들과 화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재능을 선보인다. 한쪽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들의 멋진 무대가 펼쳐지고, 바로 그 옆에는 악사들의 감미로운 운율에 맞춰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린다.
프라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명소는 도시 곳곳에 숨쉬고 있는 작은 공원들이다. 카를교에서 ‘프란츠 카프카 문학관’으로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말라 스트라나 지구의 보야노비 사디(Vojanovy Sady)가 그런 곳으로, ‘비밀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그도 그럴것이 골목길 사이에 들어서 있어 현지인들이 아니면 찾기 어려울 만큼 ‘숨겨진’ 곳이다. 실제로 프라하 시민들은 관광객들로 번잡한 도시의 핫플레이스 보다는 보야노비 사디와 같은 도심 속 오아시스에서 일상의 여유를 즐긴다고 한다. 필자 역시 ‘우연히’ 발견한 이 곳의 벤치에 앉아 빠듯한 취재로 고단한 심신을 달래며 모처럼의 휴식을 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공원 한 가운데 자리한 연못 주변에는 홀로 책을 읽거나 잔디위에 누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 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프라하가 문화도시로 불리는 데에는 세계 문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이 있다. 프란츠 카프카, 드보르작, 스메타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밀란 쿤데라…. 체코 출신의 이들은 프라하를 무대로 자신들의 열정을 불태워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일궈낸 불멸의 예술가들이다.
체코출신의 프란츠 카프카의 삶과 작품세계를 품고 있는 카프카 문학관은 아기자기한 노천카페와 구 시가지의 흔적이 묻어나는 밀라 스트라나에 자리하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 광장으로 더 알려진 이 곳은 지난 2005년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의 생가를 개조해 문을 열었다. 문학관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세익스피어’라는 오래된 서점이 자리해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카프카의 흔적을 찾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프란츠 카프카가 문학의 도시를 상징한다면 프라하 출신의 작곡가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은 명실상부한 음악의 도시 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프라하의 매력을 피부로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매년 5월에 열리는 프라하 봄 국제음악제를 빼놓을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끝나 직후 독일에서 독립한 체코슬로바키아가 민족의 단합과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1946년 창설했다. 당시만 해도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체코 필하모니를 중심으로 펼쳤던 국내 음악제는 이제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가 됐다.
체코 민족음악의 창시자로 꼽히는 스메타나의 기일인 5월 12일에 맞춰 개막하는 봄 음악제는 그의 대표작품 ‘나의 조국’을 시작으로 3주간의 화려한 여정에 들어간다. 또한 19세기 체코 민족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로돌피눔의 드보르자크홀을 비롯해 드보르자크 박물관, 스메타나 기념관 등에서는 다양한 클래식 연주회가 관객들을 초대한다.
지난 1926년 블타바강이 바라다 보이는 찰스 브리지 부근에 들어선 스메타나 기념관은 1880년대 신 르네상스양식의 외관이 돋보인다. 체코국립음악박물관의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는 기념관은 1928년 베드리지히 스메타나(Bedrich Smetana Monument) 기념재단으로 건물을 매입한 후 수십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스메타나의 악보, 편지, 사진 등을 수집하는 등 아카이브 구축에 공을 들였다. 체코 정부의 노력 덕분에 기념관에 들어서면 거장의 음악세계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대한 컬렉션이 눈에 띈다.
이밖에 프라하의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드보르작 박물관도 프라하를 상징하는 곳이다. 1932년 바로크양식의 2층 건물로 문을 연 이곳에는 생전 여행을 즐겼던 그의 여정을 따라 유럽 20개 도시, 러시아, 미국 등에서 연주활동을 했던 모습을 기록한 사진과 신문 스크랩, 대표작품인 ‘신세계교향곡’ 악보, 팜플렛, 그의 손때가 묻은 책상, 피아노, 비올라, 담배 파이프 등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프라하=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실, 프라하는 도보로 관광이 가능할 만큼 작고 아담하다. 구시가지에서 10분 정도 걸어 블타바 강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프라하의 명소인 카를교가 나온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수많은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지만 취채차 둘러봤던 지난해 가을에는 산책을 즐기는 현지인들로 한산해 신기했다. 다리를 거닐다 보면 난간 양쪽에 세워져 있는 30여 명의 동상에 시선이 간다. 1683년부터 1928년까지 성서속 인물과 체코의 성인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들은 카를교의 ‘수호신’들이다.
카를교의 30개 성자상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성 얀 네포무크 신부 동상이다. 궁정 사제였던 그는 고해성사로 알게된 왕비의 외도 비밀을 끝까지 지키다 왕에 의해 블타바 강에 던져져 목숨을 잃은 사연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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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1번지로 불리는 카를교 모습. |
프라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명소는 도시 곳곳에 숨쉬고 있는 작은 공원들이다. 카를교에서 ‘프란츠 카프카 문학관’으로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말라 스트라나 지구의 보야노비 사디(Vojanovy Sady)가 그런 곳으로, ‘비밀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그도 그럴것이 골목길 사이에 들어서 있어 현지인들이 아니면 찾기 어려울 만큼 ‘숨겨진’ 곳이다. 실제로 프라하 시민들은 관광객들로 번잡한 도시의 핫플레이스 보다는 보야노비 사디와 같은 도심 속 오아시스에서 일상의 여유를 즐긴다고 한다. 필자 역시 ‘우연히’ 발견한 이 곳의 벤치에 앉아 빠듯한 취재로 고단한 심신을 달래며 모처럼의 휴식을 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공원 한 가운데 자리한 연못 주변에는 홀로 책을 읽거나 잔디위에 누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 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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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호 프란츠 카프카의 삶과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카프카 문학관. |
체코출신의 프란츠 카프카의 삶과 작품세계를 품고 있는 카프카 문학관은 아기자기한 노천카페와 구 시가지의 흔적이 묻어나는 밀라 스트라나에 자리하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 광장으로 더 알려진 이 곳은 지난 2005년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의 생가를 개조해 문을 열었다. 문학관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세익스피어’라는 오래된 서점이 자리해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카프카의 흔적을 찾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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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교에서 악사들이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
체코 민족음악의 창시자로 꼽히는 스메타나의 기일인 5월 12일에 맞춰 개막하는 봄 음악제는 그의 대표작품 ‘나의 조국’을 시작으로 3주간의 화려한 여정에 들어간다. 또한 19세기 체코 민족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로돌피눔의 드보르자크홀을 비롯해 드보르자크 박물관, 스메타나 기념관 등에서는 다양한 클래식 연주회가 관객들을 초대한다.
지난 1926년 블타바강이 바라다 보이는 찰스 브리지 부근에 들어선 스메타나 기념관은 1880년대 신 르네상스양식의 외관이 돋보인다. 체코국립음악박물관의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는 기념관은 1928년 베드리지히 스메타나(Bedrich Smetana Monument) 기념재단으로 건물을 매입한 후 수십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스메타나의 악보, 편지, 사진 등을 수집하는 등 아카이브 구축에 공을 들였다. 체코 정부의 노력 덕분에 기념관에 들어서면 거장의 음악세계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대한 컬렉션이 눈에 띈다.
이밖에 프라하의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드보르작 박물관도 프라하를 상징하는 곳이다. 1932년 바로크양식의 2층 건물로 문을 연 이곳에는 생전 여행을 즐겼던 그의 여정을 따라 유럽 20개 도시, 러시아, 미국 등에서 연주활동을 했던 모습을 기록한 사진과 신문 스크랩, 대표작품인 ‘신세계교향곡’ 악보, 팜플렛, 그의 손때가 묻은 책상, 피아노, 비올라, 담배 파이프 등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프라하=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