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갑질과 차별을 멈추지 못할까
2022년 02월 19일(토) 19:00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
김성규 지음

‘오징어 게임’은 상금을 타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우위에 서려는 인간의 본성을 그린 드라마다.

책 부제가 눈길을 끈다.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이라는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사이코패스, 이중인격, 분노조절장애, 정신분열증 등의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는 시대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문제와 아울러 개인의 심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방증이다.

동국대 문화학술원 김성규 교수의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흥미로운 책이다. 인간은 왜 악행을 저지르는지, 인간은 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초첨을 맞췄다. 저자는 “인간은 악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에 항상 스스로를 경계하고 좀 더 선에 가까운 길을 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호승 시인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필독서!”라고 평했으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은 “인간에 대한 우리의 예측과 적응을 한 단계 더 올려줄 것”이라고 상찬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악’을 ‘선’의 반대말과는 다르게 본다.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상 심리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남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도 ‘나쁜 것’, ‘악’에 해당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책은 흥미로운 주제들로 구성됐다. ‘인간은 정말로 공정과 평등을 지향할까’, ‘왜 갑질과 차별을 멈추지 못할까’, ‘사이코패스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은 무엇을 훔쳐보는가’, ‘사랑의 매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등이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은 세계를 강타한 K드라마였다. “이 게임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해.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지”라는 대사는 강렬했다. 그러나 과연 평등한지 의문이다. 참가자들은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다른 이들보다 우위에서 서서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인간은 ‘선한 본성’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짓밟아서라도 이익을 취하려는 ‘악한 본성’을 타고난 것은 아닌지 모른다.

사람들이 갑질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공감능력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던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정치 철학자 아렌트는 “타인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고 말했다.

오늘날은 포스트 빅브라더의 시대다. 스마트폰과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몰카’는 은밀하게 판을 치고 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지독한 훔쳐보기’는 대상이 지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파괴한다. 정향균은 ‘메두사의 저주: 시각의 문화사’에서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지 않고 그 사람을 관찰하는 태도는 몰래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태도와 매우 흡사하다. 사냥은 뚜렷한 목적 의식에 기반을 둔 의도적 행위이며 사냥감의 살해라는 파괴적인 행위로 끝이 난다”고 강조했다.

책에서 수긍이 가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다음의 문장이다.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인간은 악하면서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전제한다.

“우리는 단 하나의 성격과 마음으로 구성되는 존재가 아니며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다양한 개성과 마음을 가졌기에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이해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입니다.”

<책이라는 신화·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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