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매력적인 도시공간 어떻게 만들것인가?
2022년 02월 16일(수) 06:00
도서관·체육관 등 공공시설 운영 민간과 협업 ‘시너지’
공원·오픈스페이스·공공시설은
지역 정체성·문화창출·활성화 거점
공공성 확보 행정 논리보다는
시민활용 관점에서 관리·운영돼야
저성장·고령화 사회 도시변화
개발보다는 재생·업그레이드 필요

뉴욕의 브라이언트 파크.

우리는 누구나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원한다. 또 전문가들은 모두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만들고 싶어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다.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권이 있으며 각 문화권마다 도시공간은 나름대로의 특징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형성에 중점을 둔 도시건축, 도시설계 전문가 시점에서 매력적인 도시공간만들기에 대해 살펴보려한다.

우리는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도시공간을 체험하고 느낀다. 이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체험하는 도시공간의 대부분은 공공공간이다. 길을 걸으면서 거리의 풍경을 느낀다. 길모퉁이 광장(공지)이나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하천변 산책로를 걷는다. 도서관이나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해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의 생활공간은 다양한 공공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도시의 정체성이나 매력도 이러한 공공공간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공공공간은 모든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커뮤니티의 형성과 공간복지가 실현되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의 공공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서 평등한 이용권이 보장된다. 도시가 가지는 역사문화, 스토리, 일상의 삶의 활동 등 모든 것이 도시의 공공공간에 묻어나게 되며 도시의 매력을 완성하게 된다. 도시의 공공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그 도시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됐다. 서구의 현대 도시계획이나 도시건축 설계수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현대 도시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뉴욕, 런던, 도쿄, 싱가포르 등은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이 도시들을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도시들과 비교하게 된다. 최근 들어 해외 선진도시에서는 도시의 공공공간이 다양한 형태로 도시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가로(길), 공원, 오픈스페이스(공개공지), 공공시설 등이 지역의 정체성 발산은 물론 지역문화 창출과 지역활성화의 거점이 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도시들은 왜 매력적이지 못할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근린공원, 가로에 면한 공개공지, 오픈스페이스, 도시광장, 도서관 등 도시의 공공공간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활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도시에서 공공공간들은 정해진 법제도적 틀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때로는 건축가의 창의적 능력으로 외부공간이 조성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공공공간들은 충분하게 이용하고 활용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도시의 공공공간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공공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며 운영할 것인가가 또한 매우 중요하다. 공공공간이 방치되는 이유는 ‘공공성’ 확보에만 치중한 나머지 ‘활용’의 시점이 결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선진도시에서는 공공성 확보라는 공공(행정)의 논리보다는 시민활용이라는 ‘활성화’ 관점에서 공공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고 있다. 공공공간 활용에 ‘민간’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공공공간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공공공간 민간활용을 통한 도시공간 매력만들기를 위해 어떠한 제도적,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소개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게 도시근린공원, 공개공지 그리고 공공시설물이다.

첫 번째는 도시근린공원이다. 도시에서 공원은 휴식, 오락 등 활동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동식물들의 생태(식생)공간으로서도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또한 도시근린공원은 지역커뮤니티의 거점공간으로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소공원이나 근린공원 등은 녹지생태 기능만을 강조하면서 생활공간으로서의 활성화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소규모 공원이나 근린공원에는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의 종류나 크기가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지역활성화의 거점공간으로 활용하는 데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필라델피아 팝업가든.
미국, 일본 등 선진도시에서는 도시근린공원에 카페, 레스토랑 등을 유치해 민간이 공원을 활용하도록 하고, 그 수익으로 공원의 유지, 관리 및 운영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뉴욕의 브라이언트 파크, 필라델피아 팝업가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에서는 도시근린공원에 카페, 레스토랑 등 민간의 수익시설을 설치하도록 도시공원법을 2017년 개정했다. 일정 자격을 갖춘 법인(사회적 기업, NPO 등)이 공원시설을 수익시설로 운영하도록 하고, 그 수익으로 공원의 유지관리와 운영을 담당한다. 또 공원을 중심으로 근린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근린공원에 이러한 수익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민간운영회사를 통한 일자리창출은 물론 공원의 환경개선, 각종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일요 마켓 등)을 통해 지역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도쿄 토시마구 미나미이케부쿠로 공원은 일본에서도 선진적인 사례다. 2017년 도시공원법 개정 이후, 일본에서는 지자체 단위로 근린공원 운영의 다양한 조직과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근린공원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공개공지의 활용이다. 도심부에서 공개공지는 민간소유의 대지에 설치된 공공(공개)공간으로, 도시공간 활성화의 거점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개공지의 경직된 규제, 예를 들면 사유화 방지를 위해 민간활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공개공지 대부분은 방치돼 도시의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의 경우 도심부에 많은 재개발사업을 통해 공개공지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형식적인 공개공지의 설치에 그치고 있어 활용되지 않는 오픈스페이스로 남아있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외부의 오픈스페이스를 사용할 수 없는데 일 년의 반은 사용할 수 없는 공간으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겨울철에도 활용 가능한 실내형 공개공지는 법제도 규정상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공개공지와 관련한 많은 규정들도 공공공지의 활용보다는 설치기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도시들에서는 인접한 건축물, 가로공간과 일체화돼 도시의 오픈스페이스로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오픈카페 등 적극적인 민간활용도 허용하고 있다. 실내형 공개공지가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있어 일 년 사계절 전천후로 공개공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내공개공지에는 카페, 레스토랑 등을 설치, 시민들이 편리하게 공개공지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공개공지가 지역활성화의 거점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세 번째는 지역커뮤니티 시설로서 공공시설 활용이다. 공공시설은 지역민들의 여가생활에 기여하는 생활 SOC시설이다. 체육관, 도서관, 커뮤니티센터 등은 지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더욱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 SOC시설의 공급에는 많은 공공재원이 소요된다. 또 유지 관리하는 데에 많은 노력과 재원을 필요로 한다. 공공SOC시설의 유지관리의 업무는 대부분 기초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공공시설 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미국, 일본 등 선진도시들에서는 이러한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민간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해결해가고 있다. 즉 공공시설의 운영을 민간에게 위탁해 민간이 일부 수익시설을 유치해 그 수익금으로 공공시설의 유지관리비용을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연간100만 명이 방문하는 일본 사가현의 다케오 시립도서관
예를 들면 일본 사가현의 다케오 시립도서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구 5만의 소도시 다케오시가 시 재정 위기로 더 이상 시립도서관의 운영이 어렵게 되자 다케오시 시장은 북 카페로 유명한 민간회사 츠타야서점에 의뢰해 시립도서관 위탁운영을 하게 되었다. 츠타야 북 센터는 시립도서관에 스타벅스, 서점 등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지역거점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세련된 도서관 시설의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다케오시의 관광명소가 되었고 연간 100만 명의 이용자와 방문객, 관광객이 찾고 있다. 시립도서관의 위탁운영 성공사례 이후 병원, 학교도 기업과 연계하면서 최근 7년간 시 부채 약 100억 엔(약 10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공공시설 민간활용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지역거점시설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공공시설물 활성화방안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상의 사례들은 공공공간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통해 도시공간을 매력 향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를 마감하고 저성장,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도시개발이나 확장보다는 기존 도시공간의 재생, 업그레이드가 중요해졌다. 도시의 매력만들기 차원에서 공공공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적 요구를 반영해야 할 시대이다.

미국과 일본 등 우리보다 앞서 도시공간 매력만들기를 시도한 나라들은 ‘민간’부문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공공공간의 유지관리를 포함하는 운영에까지 민간부문을 참여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공공간 매력만들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하겠다. 공공공간 활성화에 민간의 조직과 재원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도시활성화, 도시공간 매력증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타운 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 수법이라고 한다. 현재 공공공간의 민간참여, 민관협력 등 도시공간 매력만들기의 새로운 혁신방안으로 타운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정형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전 서울 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

미국 보스턴 AYA건축사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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