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식에게 준 재산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정구태 조선대 법사회대학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
2022년 02월 08일(화) 22:30 가가
78세 고령인 A는 전 재산을 아들 B에게 증여하면서 B로 하여금 자신이 죽을 때까지 자신을 부양해 달라고 하였고 B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B는 막상 A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자 태도를 갑자기 바꿔 A를 부양하기는커녕 A와의 연락을 아예 끊었다. 이에 A는 B에게 자신이 증여한 재산을 돌려 달라고 청구하였다. A의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민법 제556조는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해 범죄 행위를 하거나,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해 부양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수증자의 망은행위(忘恩行爲)가 있는 경우, 증여자는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즉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여를 한 사람은 수증자가 도덕적으로 증여에 대해 감사하게 여길 것을 기대하게 되지만, 비록 이런 기대가 좌절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증자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같은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수증자가 더 나아가 증여자에게 망은행위까지 한 때에는 계속 증여자로 하여금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므로, 증여 계약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돌림으로써 증여자가 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민법 제556조는 증여를 받은 사람이 증여자에게 답례를 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하는 호혜성(reciprocity) 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법 제558조가 제556조를 근거로 증여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증여자가 이미 이행한 부분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민법 제558조에 의하면, 앞의 예에서 A가 아들 B의 망은행위를 이유로 B와 체결한 증여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A가 이미 B에게 증여한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민법과 같이 망은행위를 이유로 증여 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도 이미 증여한 재산을 반환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따라 2020년 7월 제21대 대한민국 국회에도 자녀가 부모에게서 재산을 증여받고도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패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흔히 ‘불효자식 방지법’이라고 불리고 있으나, 그런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부모 부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부모가 넘겨 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증여에 관한 민법 규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후에 변심하여 부모에 대한 부양을 소홀히 하거나 부모의 곤궁한 상태를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배은망덕한 불효자식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논의는 보다 근본적으로 도덕의 영역에 속하는 ‘효행’을 장려하기 위해 법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단지 국가 차원에서 효행을 장려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부모 부양 의무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하지만, 점점 더 도덕적으로 각박해지는 세태 속에서 법이 도덕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모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 민법과 같이 망은행위를 이유로 증여 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도 이미 증여한 재산을 반환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따라 2020년 7월 제21대 대한민국 국회에도 자녀가 부모에게서 재산을 증여받고도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상대로 패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흔히 ‘불효자식 방지법’이라고 불리고 있으나, 그런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부모 부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부모가 넘겨 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증여에 관한 민법 규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후에 변심하여 부모에 대한 부양을 소홀히 하거나 부모의 곤궁한 상태를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배은망덕한 불효자식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논의는 보다 근본적으로 도덕의 영역에 속하는 ‘효행’을 장려하기 위해 법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단지 국가 차원에서 효행을 장려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부모 부양 의무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하지만, 점점 더 도덕적으로 각박해지는 세태 속에서 법이 도덕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모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