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요지경, 메타버스(metaverse)가 온다-한근우 한국폴리텍대학 전남캠퍼스 전기과 교수
2022년 02월 08일(화) 04:00
흔히 말하는 요지경(瑤池鏡)은 어린아이들의 시각적인 흥미를 돋우는 장난감의 일종이다. 흡사 작은 망원경처럼 생겼고, 렌즈를 통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렌즈 안에는 여러 가지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어, 요지경을 회전시키면 마치 한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지경의 유래는 고대 중국의 전설에서 시작됐다. 전설에 따르면 곤륜산에 서왕모라는 선녀가 살고 있었는데, 이곳에는 요지(瑤池)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었다고 한다. 서왕모는 아름다운 요지에 신선들을 초대해 성대하게 잔치를 벌였다. 즉 요지경은 요지에서 벌어지는 환상 속 잔치를 보여 주는 거울을 뜻한다. 현실과 다른 이상의 세계인 유토피아(utopia)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요지경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알 듯 말 듯한 묘한 세상을 비유한 말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요지경 속 유토피아를 넘나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바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다. 이 세계에 들어온다면, 독자들도 디지털 유토피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어떤가?

가상현실이라 하면, 글자 그대로 ‘현실인 듯 현실 아닌 현실 같은 환경’으로 실제가 아닌 인공적인 환경을 만들어 내는 디지털 기술이다.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한 대표적 기계장치 중에는 HMD(Head Mounted Display)가 있다.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헬멧처럼 머리에 쓰고 HMD에 장착된 렌즈를 바라보면, 눈앞에는 어느새 실제 같은 영상들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상현실을 위한 HMD를 착용한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바깥 세상과 잠시 단절된다. 그들에게는 오직 설정된 가상현실의 영상만 집중해 볼 수 있게 HMD가 제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이 가상현실에 더욱 몰입감을 선사는 하는 것이다(정작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 도대체 무슨 영상을 보길래 몸을 저리 휘젓는지 궁금해진다).

가상현실은 이미 SF영화나 소설에서 단골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SF영화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작품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영화는 2045년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난으로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오아시스(oasis)라고 불리는 가상현실 세상이다. 오아시스에서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멋진 캐릭터로 변신도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상상만 하면 곧 원하는 가상현실로 탈바꿈하는 것도 쉽다. 그래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그토록 오아시스를 열망하는 것이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인 지금 비대면과 온라인이 더욱 확산되면서,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e: 온라인 공간을 마치 현실의 3차원 공간처럼 이용하는 기술)가 주목받고 있다. 가상현실은 결국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이른 시간 내 일상생활 속에 자리매김할 것이다. 앞으로 가상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현실보다 이상과 같은 가상세계의 삶에 과도하게 집착할지 모른다.

모든 기술에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이상을 잇는 유토피아가 될지, 아니면 한낱 신기루가 될지는 이제 모두 우리의 손에 달렸다.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