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40] ‘86퇴진론’을 ‘깐부 선언’으로-정 준 호 위민연구원 이사·변호사
2022년 02월 07일(월) 04:00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박빙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의 열세다. 안철수와의 단일화 변수가 남아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못하다. 윤석열 측이 MZ세대로 대표되는 2030표심을 이준석을 앞세워 붙잡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 세대 포위론으로 이야기되는 60대 표심과의 시너지가 더 직접적이었다. 민주당은 세대 포위론에 반박하지만 지금의 여론조사 열세는 포위된 상황 때문이라는 설명이 맞는 것 같다.

4050표심이 결집되고 있다. 호남과 4050표심이 이재명 지지율의 핵심이다. 선거 전략상 어떤 전략을 펼치는 것이 맞을까? 이미 결집된 4050표심의 극단적 강화? 단순히 생각해도 그리 좋은 전략은 아닌 것 같다. 40%를 넘지 못하는 박스권 탈출 전략으로 4050표심을 강화하자는 참모가 있다면 결코 능력 있는 참모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86그룹 퇴진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86퇴진론을 끝나지도 않은 선거의 책임론으로 바라본다면 착각이고 잘못이다. 실제로 지금 4050세대 그리고 호남의 핵심 인사들이 86그룹이고 이재명 지지의 핵심 세력인데 왜 끝나지도 않은 선거를 86그룹이 책임져야 하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86그룹의 반발이 있다면 이해도 된다. 86퇴진론이 책임론의 성격이라면 실제로 선거가 패배한 뒤 물어도 늦지 않다.

세대 포위론에 대비되는 세대 포용 전략의 관점에서 86퇴진론을 바라보고 해석해 보면 어떨까?

MZ세대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세대이다.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4050세대는 정규직의 세대이고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력 세대이다. 60대 이상 세대 역시 정규직에서 명예롭게 퇴직한 세대이다. 살아 보니 민주 정부와 이념 따위는 이제는 별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저 젊은이들이 편한 세상이라면 MZ세대의 여론에 동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MZ세대와 장년 세대가 사회 주력 세대인 4050의 표심에 대해 일종의 반발과 반감이 있지 않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 원인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대표되는 민주당 정부에 대한 반감이고, 이미 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후보와 한 몸이 된 4050세대에 대한 반발이다. 4050표심의 결집이 강화될수록 이 현상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86그룹의 퇴진론을 MZ세대에 대한 권력 이양 시각으로 접근하자. 86퇴진으로 2030세대에 공간을 만들어 주고 6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이제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선배 세대에 대한 예우를 다하겠다는 선언으로 결론을 내리자. 그렇게 된다고 결집된 4050표심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떠날까? 86그룹이 정치적 주류인 호남 표심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떠날까? 선거 전략의 핵심 키워드가 확장성이라면 지금 언급된 86퇴진론 이상의 전략이 과연 존재하는가?

송영길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특별한 86그룹의 움직임은 없었다. 특히 다수의 86그룹 출마가 예상되는 호남에서의 움직임은 더더욱 없었다. 이 지역 초선 국회의원이 앞으로 3선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시민들에게는 재선은 꼭 하겠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내려놓고 위임하는 움직임이 없으니 바라보는 상대방이 ‘그러니까 기득권이 맞다’고 소리치면 과연 반박이 가능한 상황인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려는 이재명 후보의 시대정신은 청년 대한민국이다. IMF를 극복하고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냈으며 통일의 불씨를 살리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재명 민주 정부의 다짐은 청년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외침만으로는 안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떠받쳐온 주력 세대들의 동의와 동조 그리고 내려놓음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냉정히 이준석과 같은 신세대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미래 자원도 민주당에 없지 않는가. 주류 세력의 진정성 있는 내려놓음과 호소 없이 어떻게 이 선거를 이기려고 하는가.

결론을 내릴 때이다. 기왕 어렵게 나온 86퇴진론은 ‘깐부 선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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