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향기]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박용수 광주동신고 교사·수필가
2022년 02월 06일(일) 22:30 가가
도끼로 찍은 듯 쩍 갈라진 건물 사이로 매섭게 눈발이 휘몰아친다. 화정동 아파트 붕괴 현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건물 사이로 얼기설기 얽힌 철근들처럼 복잡하고,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건설 자재들만큼이나 무겁다.
흡사 폭격당한 자신의 육신을 보는 듯 오직 냉기뿐, 열기라곤 조금도 없어 보이는 그곳에서 희미한 온기를 느꼈다. 콘크리트 더미 속에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도 소방관 진입을 말리는 유가족들의 마음에서 칼바람 속에 샛노랗게 피어나는 봄꽃이 떠올랐다. 가족의 생사 확인이 무엇보다 중할 터이련만, 소방관들을 위험한 건물 속으로 내몰 수 없다는 대책 위원의 말이 잔잔하게 내 가슴을 흔들었다. 거기에다가 주변 상인들 역시 물질적 피해자라며 그들의 어려움을 존중해 주는 마음까지, 차가운 공기를 훈훈하게 녹였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영화를 볼 때마다 주인공이 전쟁 중에도 어떻게 사랑을 전개하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전쟁이 치열하고 잔혹할수록 사랑은 더욱 빛나고 위대해진다. 아무리 전쟁 분량이 많아도 사랑이라는 주제를 빛내기 위한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모를 뚫고 올라온 꽃보다 위대한 것은 죽음을 목전에 둔 전쟁터에서도 활짝 피워 올리는 사랑이다. 전우애, 인류애, 연인 간의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총알보다 뜨겁다. 그래서 전쟁의 참혹함은 까마득히 잊고, 훈훈한 사랑에 감동을 받아 가슴이 먹먹해진 상태로 극장을 나온다.
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들은 참 많다. 사랑, 헌신, 배려, 노력, 용기, 연민, 숭배, 인내, 실패, 존엄, 자존, 사유, 성찰 등은 아무리 소유하고 배워도 넘치는 법이 없다.
가족애와 인류애, 무엇보다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가난하고 약한 자를 위해 대가 없이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로 위대하다. 또 누군가의 아픔을 공유하려는 연민,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와 노력,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를 보면 진실로 인간은 위대해 보인다.
이것들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어쩌면 우린 앞에서는 사랑을 말하면서 뒤돌아서서 미워하고, 겉으로는 용기를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쉽게 좌절하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과 헌신은 결코 실천하기 쉽지 않고, 잠깐만 해찰을 하면 미움과 질투로 변한다. 이런 시기와 증오가 전쟁을 발생시키고, 죽고 죽이는 혼돈에 빠지기 쉬운 것이 요즘 세태이다. 그럼에도 포성이 멎고 화염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고,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사랑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아파트 붕괴로 인한 상실감, 패배감이 결코 작지 않다. 이를 계기로 보다 진지한 사유와 성찰이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슬기롭게 이겨낸 경우가 더 많다. 세상은 수없이 패배하고도 또 일어서고, 수차례 상처 입고도 의연하게 일어서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에 지금의 대책위원회 유가족들이 보여준 모습은 미담을 넘어 참으로 위대한 인간의 모습이다.
절망과 슬픔 속에서 분노하기 쉽고, 타인을 위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기 쉬운 때, 아만과 아집, 교만과 위선에 빠지지 않고 어려울 때 오히려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간이 위대한 이유이다. 위급한 순간에도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이들에게서 좌절과 절망보다 다시 일어설 희망을 느낀다.
지금은 폐허지만 이를 계기로 더 튼튼한 아파트가 지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절망과 슬픔에 빠져 좌절하거나 미워하기는 쉽다. 그럼에도 주변인을 끌어안아 준 대책위원회 사람들의 대응 방식은 인간이 얼마나 숭고한 존재인지를 보여 주었다. 아파트 붕괴 사건에서 건설 비리와 증오를 읽기는 어렵지 않다. 진짜 소중한 것은 그 어려움 속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보여준, 이웃을 배려하는 숭고한 사랑의 정신이다. 비록 작고 미세해 보일지라도 절대 과소평가하거나 놓치지 않길 바란다.
흡사 폭격당한 자신의 육신을 보는 듯 오직 냉기뿐, 열기라곤 조금도 없어 보이는 그곳에서 희미한 온기를 느꼈다. 콘크리트 더미 속에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도 소방관 진입을 말리는 유가족들의 마음에서 칼바람 속에 샛노랗게 피어나는 봄꽃이 떠올랐다. 가족의 생사 확인이 무엇보다 중할 터이련만, 소방관들을 위험한 건물 속으로 내몰 수 없다는 대책 위원의 말이 잔잔하게 내 가슴을 흔들었다. 거기에다가 주변 상인들 역시 물질적 피해자라며 그들의 어려움을 존중해 주는 마음까지, 차가운 공기를 훈훈하게 녹였다.
이것들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어쩌면 우린 앞에서는 사랑을 말하면서 뒤돌아서서 미워하고, 겉으로는 용기를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쉽게 좌절하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과 헌신은 결코 실천하기 쉽지 않고, 잠깐만 해찰을 하면 미움과 질투로 변한다. 이런 시기와 증오가 전쟁을 발생시키고, 죽고 죽이는 혼돈에 빠지기 쉬운 것이 요즘 세태이다. 그럼에도 포성이 멎고 화염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 인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고,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사랑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아파트 붕괴로 인한 상실감, 패배감이 결코 작지 않다. 이를 계기로 보다 진지한 사유와 성찰이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슬기롭게 이겨낸 경우가 더 많다. 세상은 수없이 패배하고도 또 일어서고, 수차례 상처 입고도 의연하게 일어서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에 지금의 대책위원회 유가족들이 보여준 모습은 미담을 넘어 참으로 위대한 인간의 모습이다.
절망과 슬픔 속에서 분노하기 쉽고, 타인을 위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기 쉬운 때, 아만과 아집, 교만과 위선에 빠지지 않고 어려울 때 오히려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간이 위대한 이유이다. 위급한 순간에도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이들에게서 좌절과 절망보다 다시 일어설 희망을 느낀다.
지금은 폐허지만 이를 계기로 더 튼튼한 아파트가 지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절망과 슬픔에 빠져 좌절하거나 미워하기는 쉽다. 그럼에도 주변인을 끌어안아 준 대책위원회 사람들의 대응 방식은 인간이 얼마나 숭고한 존재인지를 보여 주었다. 아파트 붕괴 사건에서 건설 비리와 증오를 읽기는 어렵지 않다. 진짜 소중한 것은 그 어려움 속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보여준, 이웃을 배려하는 숭고한 사랑의 정신이다. 비록 작고 미세해 보일지라도 절대 과소평가하거나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