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해외로 눈 돌려야-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2022년 01월 17일(월) 21:40
‘방안퉁수’라는 말이 있다. 전라도 방언으로 집 안에서는 천재이며, 세상에 통달해 못하는 것도 모르는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밖에만 나서면 그 기세는 없어지고 주눅이 드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수난사와 성공사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한 마디로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한 역사다. 중세에는 중국에 의해, 근대에는 일제에 의해, 해방 후에는 민족간 전쟁으로 고난과 역경을 거듭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세계로부터 “세상에 저런 나라도 있는가 보구나”하는 얘기를 들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걱정했던 최빈국에서 불굴의 기개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기적의 나라가 됐다. 무역 수지로 보면 1조 2596달러로 세계 8위, 국내 총생산(GDP) 규모로는 세계 10위 반열에 올랐다. 이제 유엔(UN)에서도 인정하는 선진국이 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다. 대학 진학률이 79.2%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 그러나 보니 청년(15∼29세) 실업률은 9%대로 약 110만 명에 이른다. 국가가 ‘백년지대계’라며 교육을 시켜놓고 아무 일자리나 가라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그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국가가 나서서 만들어 줘야 한다.

이에 청년들의 일자리를 해외에서 찾는 ‘(가칭)세계한류개척단’ 사업을 제안한다. 청년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 주고 이들이 한몫을 하는 ‘1인의 세계인’으로 성장시켜 주자는 것이다. 먼저 해외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기관들과 연결하면 더 안정된 성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해외 파견 기관과 기구들을 살펴보면 재외공관은 대사관, (총)영사관, 대표부를 합해 166곳, 한국문화원은 27개국 32곳, 코트라는 84개국 127곳에 달한다. 기업의 지사는 1만 400개이며, 코이카는 44개국 751명, 세계 태권도연맹(2020년)은 회원국이 210개국으로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우리 동포와 기관이 있다.

이를 포함하여 세계 각 도시에 1만 명의 우리 청년들을 파견하자는 것이다. “K한글·K팝·K푸드·K문화·K상품 등을 소개하고 연결하는 사업을 ‘10인 1조’로 짜서 세계 각국의 1천여 도시에 파견하자는 제안이다. 5년을 단위로 파견해서 주어진 역할 수행과 자기계발을 통해 5년 후면 1인의 세계인이 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자는 것이다.

1인당 연간 소요 비용은 약 1억 원(연봉 5천만 원, 현지 부대비용 5천만 원)으로, 1만 명이면 1조 원에 해당한다. 물론 적은 액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국가적 차원의 계획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1960년 미국의 케네디는 소련이 먼저 달나라에 가자 이를 따라잡기 위해 수조 달러의 ‘문샷’(MoonShot)을 편성한 이래 지금도 계속 투자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매년 1천억 엔 이상의 문샷 예산을 편성해 미래 과제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사람에게 투자해 보면 어떨까 싶다. 1조 원의 예산은 그냥 날아가는 돈이 아니다. 현지에서의 활동은 반드시 확대 재생산의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K한글·K팝·K푸드·K문화·K상품 등에 대한 다양한 재생산 구조를 계획하고 실행한다면 당장 첫 해부터 1조 원 이상의 경제·문화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통 큰 결단이다. ‘방안퉁수’ 청년들을 해외로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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