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정당 가입과 독일의 정치 교육-이재남 광주시교육청 정책국장
2022년 01월 16일(일) 22:40
새해 들어 국회에서 고등학교 1학년도 정당 활동이 가능하도록 입법을 했다. 어르신들은 한창 공부해야 할 때 무슨 정치 활동이냐고 걱정도 하실 것 같다. 민감한 사회학자들에 의하면 현대 사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경쟁이 극도로 심화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해체되고 각자 살길을 찾는 개별화 사회로 가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 보다 먹고 살기에 더 바쁘다는 것이다.

정치 문제도 어르신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과도한 정치 참여보다도, 오히려 정치나 사회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더 걱정인 측면이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정치적 무관심이 특정 이념에 경도되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좌우 이념 갈등이 극심해질수록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정치 참여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유럽의 나치즘이나 종교 극단주의, 폭력성 등에 젊은이들이 쉽게 빠지는 현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교육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곧 학교에서 정치활동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의 현실 문제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독일에는 독일연방 정치교육원이라는 조직이 있다. 1960년대 중반~70년대 초반 서독은 현재 한국처럼 좌우 대립이 극심했고 한쪽에선 극우파가 신나치 운동을 펼쳤고, 다른 한쪽에선 월남전에 반대하는 좌파 학생운동이 거셌다.

한독정치교육 국제학술회의 참석한 베른트 휘빙거 정치교육원 부원장에 의하면 “당시 극우와 극좌를 제재하기 위해 각 주 단위에서 ‘반급진주의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어긴 극좌·극우 세력은 공무원이 될 수가 없었어요. 교사·교수 모두 공무원인 독일에서 이 조례의 파장은 컸습니다. 현직에 있던 공무원은 파면됐고, 신규 취업이 금지됐습니다. 반발도 컸지만 이런 조례가 용인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 교육이란 민주적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76년에는 모든 정당의 합의로 ‘보이텔스바흐 합의’라는 3대 정치 교육 원칙도 마련됐다.

그는 “독일 통일 이후에도 정치 교육은 동·서독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바탕으로 이념을 배제한 정치 교육이 결국 독일 통일을 앞당겼다고 말하고 있다. 독일의 정치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바로 준비해야 할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정치에 대해 불온함을 씻어내고, 올바른 정치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 교육기본법 제2조에는 ‘민주시민 양성’을 교육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한테서 나온다는 헌법 정신이 바탕이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정신은 첫째, ‘강압(교화) 금지’로 특정 견해를 주입하여 독립적인 의견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논쟁성에 대한 요청으로 다양한 관점들을 논쟁적으로 다뤄서 충분히 본질을 파악하게 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학생 중심’으로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정치 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학교가 무방비 상태로 정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독일의 연방정치교육원 같은 준비 조직을 마련해서, 그동안 교과 중심으로 분절적이고, 계기 교육 수준에서 진행되었던 교육을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 마련 등을 통해 시급히 고도화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치권에서도 참정권의 나이를 낮추는 작업과 함께 교육의 영역에서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제도의 입법과 예산 투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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