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국토’ 구축의 시작, 지적 재조사-박혜달 무안군 지적재조사팀장
2022년 01월 05일(수) 23:20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산업화는 반만년 역사의 한반도에서 불과 5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선조들의 대다수는 농경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땅을 일구며 살아왔고 그분들에게 땅이란 바로 자식이고 생명이었다.

하지만 좁은 국토 면적과 산지가 많고 농지가 적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토지에 대한 애착은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에 비례해 토지 경계 분쟁으로 인한 소송 비용(연간 약 3800억 원)이 증가하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토는 얼마나 정확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내 땅의 경계는 얼마나 정밀하게 측량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지적 제도의 근간은 1910년 일제가 토지 수탈과 세금 징수의 목적으로 시작한 토지조사사업으로 등록된 종이 지적도와 토지대장이다. 종이 지적도는 100여 년간 사용되면서 신축, 훼손, 마모, 한국전쟁 중 소실 등으로 인해 정확도가 생명인 지적 공부로서 공신력에 큰 결함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토지조사사업 이후 도면 재작성, 1960년대 야산 개발 사업 당시 지적 공부 등록 오류, 1970년대 새마을사업 지적 공부 미정리, 2000년대 종이 도면의 스캔 전산화 등을 거치며 실제 이용 현황과 지적도가 불일치하는 ‘지적 불부합지’의 원인이 되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전 국토의 15%(554만 필지)가 지적 불부합지이다.

이러한 지적 불부합지를 해소하고 일제 잔재 청산은 물론 지적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GPS를 활용한 고정밀의 측량 기술로 새로운 디지털 지적도를 그리는 지적 재조사 사업은 ‘지적 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2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되는 장기 국책사업이다.

그러면 지적 재조사 사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토지의 경계가 분명해짐에 따라 경계 분쟁이 해소되면서 소송 및 토지 경계 측량 비용 등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줄어들 것이다.

또 개인 간에는 토지 분할과 소유권 이전을 할 수 없었던 면적이 작은 대지와 건물이 인접 토지와 저촉된 경우에 상호 협의를 통해 정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땅에 개설된 도로 또는 내가 국공유지 도로를 일부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지적 재조사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행정적 측면에서도 지적 재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적 불부합을 해소함으로써 정확한 토지 정보를 제공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국민들에게 지적 행정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불규칙한 토지 모양을 반듯하게 바로잡아 토지 활용도를 높이고 토지 이용 가치를 상승시켜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기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무인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초연결, 즉 다른 기술과의 접목이 중요한 시대다. 지적 재조사는 점과 선을 연결한 2차원 종이 도면의 한계를 뛰어넘어 GPS 좌표로 등록되는 디지털 지적 정보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간 정보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기술들과 융합 활용이 가능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적 재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 모든 효과는 차치하고 필자는 모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 미래를 살아갈 아들, 딸, 손자, 손녀들에게 마모된 종이 도면으로 만들어져 실제와 맞지도 않는 지적도와 토지를 물려주고 분쟁과 대립까지도 유산으로 남겨줄 것인가? 비약적인 사례일지 모르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이웃과의 분쟁으로 인해 법적인 다툼을 넘어 물리적인 다툼으로 인한 인명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적 재조사 사업은 국민들의 삶의 터전인 우리의 국토를 100년 만에 다시 그리는 작업이다. 후손들에게 깨끗한 자연환경, 발전된 문화와 산업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이 없는 반듯하고 가치 있는 바른 땅을 다시 그려서 물려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지적 재조사는 지자체에서 시행하지만 토지 소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완성된다, 지적 재조사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안고 있었던 주변 토지 소유자와의 갈등과 반목을 해결하고 자신의 토지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열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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