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우려 반, 개정된 ‘역사문화권 특별법’-임영진 마한연구원장
2022년 01월 04일(화) 05:00
새해가 되면 바뀌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모르고 살아도 무방한 것들도 있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후자에 해당하겠지만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개정된 내용과 문제점을 알려드릴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특별법 개정안은 2021년 12월 31일 국회에서 의결되었다. 마한 역사문화권의 공간 범위가 확대되는 한편 새로이 예맥 역사문화권과 중원 역사문화권이 추가되는 등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2020년 6월 9일 제정되어 2021년 6월 10일 발효되었던 특별법의 핵심 내용이 개정된 것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리는 1962년 문화재 보호법 시행 이후 점·선·면 단위로 확대되어 나왔다. 하지만 지정 문화재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비지정 문화재를 포함하여 국토 전체를 포괄해 보고자 특별법이 제정된 것인데 처음부터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공간·내용에 있어 엄정한 기준이 유지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역사문화권의 구분에 있어서는 지역별로 고대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독립된 정치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에는 조선이 있고, 진수의 ‘삼국지’ 동이열전에는 부여·고구려·동옥저·파루·예·마한·진한·변한이 있다.

2019년 4월 11일 발의되었던 특별법 원안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4개 문화권이 설정되었다. 고구려는 우리의 행정력이 미치는 지역에 국한되었고, 백제·신라·가야는 각각 마한·진한·변한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그와 같이 설정되었다. 입법 예고를 거쳐 보완된 수정안은 마한 역사문화권과 탐라 역사문화권이 추가되어 2020년 5월 20일 의결되었다.

이 가운데 마한은 진한에서 발전한 신라나 변한에서 발전한 가야와는 달리 고구려계 이주민에 의해 서울에서 건국되었던 백제에 의해 병합되어 나갔다. 따라서 시기에 따라 변해 나간 마한의 공간 범위를 어느 한 시기에 맞춰 설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수정안에서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전남 일대라고 규정되자 경기·충청·전북 지역에서 마한권을 표방하기 시작한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이미 고구려·백제·가야권 등에 포함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마한권을 표방한 것은 특별법의 혜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특별법 제1조에는 문화권별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국비 지원을 통해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백제권에서는 도읍지 외에는 지원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마한권은 54개 소국들이 자치와 분권을 유지하였기 때문에 소국별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마한 역사문화권은 충청·광주·전남·전북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충북 지역은 원래 고구려 역사문화권에 포함되었다가 개정안에서 강원·경북·경기 지역과 함께 중원 역사문화권으로 설정되었다. 고구려·백제·신라의 각축장으로서 여러 역사문화 자원이 공존하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예맥은 당연히 독립된 권역으로 설정되었어야 하지만 조사·연구가 미진하다는 점에서 제외되었다가 이번 개정안에서 강원 지역이 예맥 역사문화권으로 설정되었다.

특별법은 시행 반년 만에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조정된 지역 가운데 경기와 충남은 고구려와 백제권, 경북은 신라권과 가야권, 전북은 백제권과 가야권에도 포함되어 있다. 전남은 가야권에도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광역권 중복 문제를 잘 풀어 나가야 하겠지만 게리맨더링 방식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 주체가 명시되지 않은 문화권은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중원 역사문화권이 설정된 것도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

마한 역사문화권에 광주광역시가 포함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충청과 전북 지역이 추가된 것은 원래 마한에 뿌리를 두었던 지역이므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명분 없는 독자성을 표방하거나 보다 많은 국비를 지원받기 위해 여러 문화권에 속하도록 하는 것은 그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그동안 백제에 가려졌던 마한의 역사와 문화가 보다 체계적으로 밝혀지고 개발되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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