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싹트는 광주시의 건축·건설 문화-정채대한건축사협회 광주시건축사회 회장
2021년 12월 30일(목) 22:30
한 국가나 도시를 운영하는 지도자의 철학과 의지는 그 속에 속한 국민이나 시민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 시작 이후 지역 발전의 성패가 시민들의 뜻에 따라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역량에 좌우됨에 따라 무엇보다 시민들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아울러 단체장의 인재 기용 또한 중요해졌다.

광주시는 민선 7기 들어 새로운 시장의 취임으로 지역 사회 여러 분야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우리 건축·건설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국내외 저명한 건축 분야 전문가를 총괄 건축가로 위촉하고 공공 건축가 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광주정신을 도시·건축에 반영한 ‘광주 도시·건축 선언’을 발표했다. 이로써 시민들의 삶이 여유와 활력을 얻어 모두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올해 5월에는 해당 선언 이행을 위한 매뉴얼 발표식을 개최하며 광주다운 도시·건축 실현 방안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매뉴얼에는 광주시가 수립하는 도시 기본계획, 건축 기본계획, 경관 기본계획, 주택 종합계획, 안전관리 계획, 공원녹지 기본계획 등 65개 법정·비법정 계획을 비롯하여 조례·지침·정책 연구 등 도시·건축 선언이 추구하는 가치·계획·목표가 세부적으로 담겨져 있다. 이제 매뉴얼 이행과 함께 광주시가 추진하는 건축·건설 관련 정책에 대해 관련 단체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전문가들, 그리고 시민과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얼마 전 이용섭 시장이 직접 필자를 비롯한 우리 지역 건축 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도시·건축계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건축 단체 대표자들은 건축 관련 개별 심의에 따른 인허가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의 통합 운영과 시 건축 담당 부서의 인지성 제고를 위한 부서명 개정 등을 건의했다. 이 시장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회색 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해 광주만의 도시 공간이 조성되고 품격 높은 건축물이 많이 건립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우리 건축 단체들과 여러 전문가들은 광주시 건축 도시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도시재생국장과 몇 해 전부터 정례적인 주례 간담회를 갖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시 정책 방향에 따른 치열한 공방도 오고 가지만, 모두 광주시 발전과 시민들을 쾌적한 삶을 위한 의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행정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광주시 건축·건설 단체와 관계 전문가, 시의원 등 다수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지역건설산업활성화위원회를 정례적으로 개최, 지역 건축·건설 업체의 건의 사항과 고충을 적극 수렴하며 업계의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시는 지난 8월 공개 모집을 통해 순수한 시민 103명으로 구성된 ‘2040 광주 경관계획 시민참여단’으로부터 광주 도시경관의 미래 비전이 담긴 시민 제안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시민참여단은 지난 10월 15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경관 계획 소양 교육과 세 차례에 걸친 토론을 통해 광주시 도시경관 미래 비전 설정을 위한 시민제안서 10개 조문을 도출했는데, 시는 전달받은 제안서를 바탕으로 2023년 1월까지 2040 광주 도시경관 계획 수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시장이 시정 운영에 있어 이와 같이 시민들을 비롯하여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적극적인 협력과 소통의 의지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는 또한 광주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끄는 도시로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상상속 건축물 ‘바벨탑’은 결국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로 소통하지 못한 인간들에 의해 완공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제 쌓아 올리기 시작한 광주시의 건축·건설 문화 미래 비전이 시민과 전문가 단체들의 지속적인 협력·소통 속에서 제대로 실현되기를 희망해 본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