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호랑이 그린 오동섭 화백 “호랑이 역사성 지켜졌으면”
2021년 12월 27일(월) 00:00
29일부터 은암미술관서 초대전
50여점 출품…대작 ‘한일월드컵 성공기원도’ 전시

오는 29일부터 호랑이를 주제로 초대전을 개최하는 오동섭 화백이 화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정면을 응시하는 호랑이의 표정이 생생히 살아 있다. 포효하는 호랑이의 위세에 압도감을 느낀다. 세필로 그려낸 털은 한가닥 한가닥 움직이는 듯 하고, 질주하는 듯한 움직임도 느껴진다. 호랑이의 야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 한편으론 아기 호랑이를 감싸안은 자애로운 모습도 보인다.

송은(松隱) 오동섭(72) 화백의 화실에서 만난 호랑이 그림은 밀도있는 묘사로 생동감이 묻어났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다. ‘검은 호랑이 해’로 불리는 새해를 맞아 50여년간 호랑이 그림을 그려온 오동섭 화백이 호랑이 그림으로 대규모 초대전을 갖는다. 오는 29일부터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한국 호랑이 6000년의 흔적’(2022년 1월28일까지)전을 여는 작가는 ‘호랑이 띠’로, 호랑이와 이래저래 인연이 많다.

오동섭 작 민족의 얼


오 화백은 6000년전의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에서 한국 호랑이의 흔적을 찾았고, 그 주제에 맞춰 작품을 준비했다. 호랑이는 우리와 친숙한 동물이다. 강인함과 더불어, 민화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도 함게 준다. 88올림픽 호돌이, 2002년 한일월드컵 호랑이 엠블렘, 평창동계올림픽 백호 등 메가 이벤트에서도 호랑이는 빠지지 않고 등장, 늘 우리와 함께였다.

50여점이 넘는 작품이 나오는 이번 전시는 신작이 주를 이룬다. 꼭 12년 전인 2010년 대전 ‘대전월드 특별전시실’에서 대규모 초대전을 열었던 오 화백은 그 때부터 “2022년 호랑이해가 되면 광주에서 전시회를 열자” 마음을 먹고, 긴 시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해왔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호랑이 그림과는 다른 그림을 보여줘야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의 화폭에 등장하는 호랑이들이 생생히 살아있는 건 그의 지난했던 수고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화롯불 앞에서 들려주던 호랑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그는 유년시절부터 동물 그림을 곧잘 그리곤 했다.

이후 호랑이는 그를 사로잡았고, 호랑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서울대공원을 비롯해 과천, 대전, 우치 동물원 등을 수없이 방문, 호랑이들을 관찰했다. 숱하게 스케치를 하고, 다양한 포즈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동물원에서 살다시피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육사 등과 친분이 생겨 아기 호랑이에게 젖을 먹여보기도 하고, 수술을 받는 어미 호랑이의 곁에서 직접 몸을 만져보기도 했다. 또 책을 통해 호랑이의 생태적 습성, 근육의 구조 등을 공부하는 등 이론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제는 머릿 속에 호랑이의 온갖 표정과 행동 양태들이 다 담겨 있다.

오동섭 작 흑호도


무엇보다 탄탄한 데생 실력이 바탕이 된 그의 작품에서 생생히 살아있는 표정과 털의 묘사 등은 오랫동안 인물화, 초상화를 공부해온 결과다. 20년 넘게 초상화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젊은 시절 우암 이상원 선생을 사사하며 인물화 공부에 몰두했다.

오 화백은 재료에 연연치 않는다. 초창기에는 전통 한국화로, 화선지에 수묵과 채색 작업을 했지만 최근에는 유화물감으로 무게감을 더한다. 근작들은 호랑이의 위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유화물감을 함께 사용한다.

호랑이 그림의 배경으로는 실경산수 등 옛 모습과 함께 훈민정음, 독도, 무궁화, 태극기, 오륜마크 등 한국적인 얼과 현대의 이미지들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무등산 옛지도와 함께 묘사된 ‘옛날 무등산 호랑이’는 새끼 호랑이 두마리와 함께 한 어미 호랑이의 위용이 느껴지며, 호랑이의 수십가지 다채로운 표정을 한 화면에 담은 작품은 신비롭다.

오동섭 작 나들이


이번 전시에는 예전에 선보였던 작품 중 유일하게 20여년 전 그린 ‘한일월드컵 성공기원도’(13.3×2m)가 나온다. 워낙 대작인 데다, 당시 한국이 4강에 진출하면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라, 이번 전시에서 다시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호랑이의 역사성은 이어지고, 지켜져야합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호랑이 그림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호랑이를 기억했으면합니다. 리얼한 표정의 호랑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새해를 맞아 강인한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가세요.”

영광이 고향인 오 화백은 호랑이와 관련한 전시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런 공간이 생긴다면 자신의 그림을 모두, 기증하고 싶다고 말한다. 혼자서 이룰 수 없는 꿈이라,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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