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식탁 문화 바꿔야 한다-박 남 언 광주시 시민안전실장
2021년 12월 20일(월) 02:00
지난해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감염 억제를 위해 각국이 치르고 있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맞아 코로나 방역 능력은 국가 역량의 시험대가 되었고, 우리나라의 K방역은 코로나 방역의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식탁 문화를 살펴보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매우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합리적임에도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식탁 문화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우리 식탁 문화의 특징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공용 식기와 개인 식기가 구분되지 않아 동석자의 타액이 음식물에 섞이기 쉽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이 그토록 마스크 착용을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있으나 아이러니 하게도 식사 과정에서 타인의 타액이 섞일 수 있는 식탁 문화를 행정 당국과 국민들이 방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코로나 방역 기본 체계는 코로나 검사를 통해 확진자가 발견되면 그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여 검사한 후 격리·치료하는 것이다. 하지만 접촉자간 경로를 추적할 수 있을 뿐 어느 시기에 어떤 상황과 원인에 의해 감염이 발생하였는지 정확히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비말 감염을 방지하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마스크를 벗는 순간이 코로나 감염에 가장 취약한 순간이 된다.

그러나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때는 마스크를 벗지 않을 수 없다. 마스크를 벗는 이 순간에 비말이나 타액이 전파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타액 공유 위험성이 큰 우리의 식탁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 방법으로 몇 가지 예를 들면, 개인 식기와 구별되는 공용 식기를 종사자가 고객에게 제공토록 하거나, 개인용 숟가락과 젓가락 외에 음식을 더는 개인용 집게를 추가 제공하는 방법, 개인에게 식용 젓가락과 음식을 더는 젓가락을 두 개씩 지급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국물과 장류는 반드시 개인별로 그릇을 제공해야 한다.

새로운 식탁 문화 수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집게 등 추가적인 식기 구입에 비용이 든다고 하소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액이 섞이지 않도록 개인 식기와 더는 식기를 구분하는 기본 원칙에만 충실하다면 한 테이블에 음식을 덜어 옮길 수 있는 공용 젓가락 한 짝을 추가로 두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실천 가능하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습관을 바꾸려는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오래 전부터 타액의 공유 가능성이 큰 한국의 식탁 문화에 대해 비위생적이라는 국내외의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사회적으로 제대로 논의되고 합리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선진국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비위생적인 식탁 문화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면서 코로나 방역에도 큰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에 위험천만한 식탁 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채 추진하는 비말 감염병 대응책은 구멍이 송송 뚫린 방탄조끼를 입은 것과 같다.

이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중앙 방역 당국에서 사업주가 적은 부담과 비용으로 실천 가능한 합리적인 식탁 문화 개선 지침을 제정하여 권고하거나 필요 시 행정 명령을 부과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정도야 사업주나 고객이 자발적으로 실천하면 해결될 일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코로나 전투를 치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방역에 취약한 우리의 식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감염에 안전한 식탁 문화 지침을 제정하여 범국민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러면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사업주와 국민이 따르게 될 것이고, 국격에 맞는 보다 위생적이고 합리적인 식탁 문화가 점차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안이한 위생 관념과 사업주의 실천 의지 부족만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행동 수칙을 만들어 국민이 실천하게 유도해서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만드는 것, 이것이야 말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행정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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