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향토 역사 왜곡하는 4·19기념탑-이병열 4·19민주혁명기념사업회장
2021년 12월 19일(일) 22:30
4·19혁명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처음 민주화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헌법 전문에 4·19 민주 이념은 3·1독립운동과 더불어 국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광주공원에는 지난 8월 25일 광주시에서 준공한 4·19민주혁명 기념탑이 있다. 필자는 지난 현충일에 이 기념탑 공사 현장을 찾은 적이 있다.

기념탑 건립과 병행해 추모 제단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중 추모 제단 확장이 우선하는 느낌이었다. 추모 제단은 기존보다 높아졌고 그 좌우 측에는 광주 4·19 당시 목숨을 잃은 일곱 영령의 조형물이 세워지고 있었다.

4·19기념탑은 추모 제단 중앙 뒤편의 비좁은 공간에 세워져 있었다. 준공 후 4·19기념탑을 보니 탑 본체에 명문이 없어 기념탑으로 인지되지 않았다. 탑을 처음 보는 사람은 주위 환경으로 미루어 아마도 기념탑이라기보다 추모탑으로 인식할 것이다. 추모와 기념은 그 가치가 다르다. 추모 행사는 수시 또는 정례적으로 하고, 기념 행사는 매년 3·1절이나 4·19와 같이 해당 기념일에 한 차례 한다.

또한 4·19 기념탑 본체 뒷면에는 당시 데모에 참가했던 17개 학교가 새겨져 있다. 한데 그 가운데 두 개 학교는 1960년 4월 19일 이후에 개교한 학교로 데모 참가하지 않은 학교다.

광주시는 이처럼 4·19기념탑에서 향토 역사를 왜곡함으로써 광주 4·19 영웅들의 자존심과 나라 사랑 정신을 훼손했다. 광주 4·19 영웅들은 1960년 부정부패한 자유당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피와 눈물, 헌신을 다해 중심에 섰다. 그럼에도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학교들이 새겨진 기념탑을 보고 학생들은 4·19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4·19공로자회 호서지부와 4·19기념사업회, 4·19혁명동지회 등은 기념탑 설치 장소가 눈에 잘 띄지 않고, 탑 뒷면 4·19 데모 참가 고등학교 기록 오류로 향토 역사가 왜곡될 수 있음을 광주시에 누차 지적했지만 공사는 그대로 추진되었다. 4·19 단체 회원들은 설치 장소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장소 자문위원들을 찾아 면담한 결과 일부 위원은 그 부당함을 인정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또한 지난 6월 30일 광주시청 앞에서 4·19기념탑 설치 장소 이전과 역사 왜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8월 4일에는 시장을 접견하고 추모와 기념은 그 가치가 분명 다르다며 기념탑 설치 장소 이전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그대로 4·19기념탑 준공식을 열었고 행사 당일 우리 회원들은 “광주 망신 4·19기념탑 다시 세워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여야 했다.

광주 4·19 영웅들은 숭고한 4·19 정신의 증표인 4·19민주혁명기념탑을 공원 내 다른 장소에 옮겨 향토의 역사를 바로 세워줄 것을 바라고 있다.

광주는 불의에 항거한 3대 민중항쟁의 역사가 있다.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1960년 4·19민주혁명,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이 그것이다. 이처럼 다른 시도와 차별화되는 자랑스러운 향토 역사 문화 자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민주 성지 광주의 정체성과 광주정신을 올곧게 이어가기를 광주시에 제안한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