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매입, 경제적 논리에만 휘둘려선 안 된다-정 석 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2021년 12월 15일(수) 01:30
올해 농사가 풍년을 맞았지만 농업인들의 한숨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늘어 쌀값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 값은 작년 약 7만 원에서 6만 3000원(40㎏)까지 하락했으며, 쌀 수매가 한창이었던 올 10월을 지나 연말까지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쌀값 폭락은 당장 농가 소득 감소와 부채 증가로 이어져 농심을 옥죌 수 밖에 없다. 부랴부랴 임시 땜질식의 쌀 수급 안정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그 효과는 큰 의문이다.

쌀값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초과 생산량의 시장 격리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지난해 법제화된 ‘시장 격리제’의 발동 요건은 충분히 갖춰졌건만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쌀값 하락은 방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 격리 조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당국은 더 이상 쌀 매입을 미루거나 주저해서는 안된다. 올해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와 자재비가 치솟으면서 농업인들은 많은 고초를 겪었다. 오미크론의 유행으로 내년도 영농 여건조차 개선되기 힘들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식처럼 키운 쌀값마저 하락한다면 그들의 영농 의지마저 꺾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범정부적인 신속한 대책이 절실하다.

쌀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급락을 방치하면 불안감이 조성되어 유통이 경색되고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쌀 직불금 재정을 필요 이상으로 지불하는 등 사회적 비용마저 발생한다.

따라서 시장 안정을 위해 적시에 생산량의 일부를 매입 시장 격리하는 조치는 타당성이 있다. 식량 안보와 가격 적정성 담보를 위한 공공 비축제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허용하는 정책이다. 적정 가격 유지를 위해서는 사전 결정된 물량 이상도 매입하고 시장 가격보다 낮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

물론 수확기 대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 국내 쌀 산업이 공급 과잉에 처한 상황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해야 하는 관세화 유예 조치는 큰 문제이다. 따라서 국내산 쌀이 포화인 상태에서 더 이상 쌀 수입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관세화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쌀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남아도는 쌀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수요처 발굴에도 노력해야 한다. 쌀 가공산업 육성, 수입쌀 사료용 활용과 함께 수출 활성화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쌀값 하락으로 농가의 기반마저 무너진다면 국내 농업계는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더 이상 단기 처방에 머물지 말고 식량 안보까지 감안해 쌀 농가를 보호할 중장기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길 농업계의 일원으로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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