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사회 공헌 활동은 마피아도 한다-이 병 우 우아포인트연구소 대표
2021년 12월 15일(수) 00:45
“나는 내 생애의 황금기를 전부 사회를 위해 바쳤다. 그런데 내가 얻은 것은 차가운 세간의 시선과 비난, 그리고 범죄자라는 낙인뿐이었다.” 악명 높은 미국 갱단의 두목 알 카포네의 말이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소개된 내용이다. 세간의 비난에 대해 그는 이런 말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잘 한 일도 많은데 왜 나만 갖고 그래.”

실제로 알 카포네는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대공황 시절 그는 시카고에 실직자를 위한 무료 급식소를 차렸다. 하루에 2000여 명의 시민이 이용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이외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파티도 열어주고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병원비를 대신 내주는 등 자선사업도 많이 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알 카포네를 ‘현대판 로빈 후드’로 여기기까지 했다.

당시 알 카포네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하고 대단해서 ‘밤의 대통령’이라고 불렸고 시카고 젊은이들이 아인슈타인, 헨리 포드와 함께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요샛말로 표현하면 살인과 약탈을 제외하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부모에 대한 효성, 형제간 우애가 지극했고 조직원의 보스로서 조직 관리도 탁월했다. 알 카포네는 “나는 시민이 바라는 것을 공급했을 뿐이다. 내가 범죄자라면 선량한 시카고 시민들 역시 유죄다”라며 자신이 좋은 일을 하는 사업가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미국 마피아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구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미국 범죄 스릴러물로 1960~70년대 뉴욕 경찰의 부패상과 마약 거래의 실상을 보여준 영화이다. 영화 도입부에 빈민을 대상으로 하는 구호 활동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도 갱단 두목의 닉네임은 ‘할렘가의 로빈 후드’였다. 잔인한 갱단 두목이었지만 할렘가의 빈민들에겐 자선 사업가였던 것이었다.

우리나라 속담 중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라는 말이 있다. 이젠 이 말을 바꿔야 한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부자가 된 후에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은 마피아식 방법과 무엇이 다를까? 이젠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보다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하는 활동이 중시되는 마켓 3.0의 시대다. 지속 가능 경영과 공유 가치 창출이 중심이 되는 기업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의 경영 화두는 단연 ESG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기업 지배 구조(Governance)를 일컫는 말이다. ESG는 2005년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자 가이드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 기후 변화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 여러 요소가 서로의 논리를 강화시켜 이제는 사회 전반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선 새로운 부담이 되기도 하고 가성비 높은 PR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일부 기업은 ESG를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시늉만 내는, 보여주기식 활동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ESG를 MSG처럼 쓰면 바로 발각된다. 정보 기술로 무장한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일방적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MZ 세대일수록 가치 소비를 중시한다. 진정성과 지속성, 기업 본질과의 연계성을 기본으로 한 ESG 경영으로 한 차원 높은 기업 활동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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