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 지역 특화해야-이 준 근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2021년 12월 13일(월) 23:30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올 한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콘텐츠 분야에서 돌이켜 보면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한 해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있었다면 올해는 단연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이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을 벌이는 드라마가 전 세계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넷플릭스가 서비스 되는 모든 국가에서 1위에 등극을 하고 심지어 해당 OTT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최근 2년 동안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한류 콘텐츠는 위에서 이야기 한 두 개의 영화와 드라마 말고도 많이 있다. 2020년 1월에 해외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한 ‘이태원 클라쓰’와 연속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시리즈, 그리고 최근 개봉해 연일 인기 상종가를 누리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지옥’까지. 이들 콘텐츠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이 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전에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웹소설 등을 통해서 사전에 검증받은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가장 잘하는 스토리에 대한 컷 편집이다. ‘아니 여기서 종료를 하면 다음 회를 안 볼 수 없잖아’가 외국 유튜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렇게 전 세계인의 즐기는 대한민국 콘텐츠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특히 웹툰 산업의 구조를 보면 미국과 일본 등에서 물량을 수주하고 이를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재발주를 주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수주 물량의 70%가 해외로 빠져 나간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것을 반전시킬 만한 기회는 있다고 본다. 바로 수도권과 지방의 콘텐츠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웹툰과 애니메이션 기업 429개가 서울 및 경기도 지역에 있다. 비율로 보면 전체 기업의 84.2%이다. 십중팔구는 수도권에 있는 것이다. 이것을 지방으로 이전하는데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도 콘텐츠산업의 종사자로서 콘텐츠산업의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콘텐츠산업 산·학·연·관 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 콘텐츠산업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는 어느 한 기관이나 대학 등의 노력으로 집중되거나 발전되지 않는다. 모든 요소를 포괄했을 때 서서히 빛을 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역별로 공통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차별성을 둘 필요도 있지만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콘텐츠는 상호 보안 또는 시너지가 나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순천의 웹툰이나 부산의 국제영화제 등의 지역별 차별성도 좋지만 함께 할 수 있거나 상호 보완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지역 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 콘텐츠 기업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기업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남은 관광과 게임을 묶는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는데 이것은 지역 특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기업이 성장을 하면 자연스럽게 지역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옮기려는 욕구가 생긴다. 이것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특화된 지원 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현재 전남은 실감 콘텐츠와 웹 드라마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데 머지않아 ‘오징어 게임’처럼 세계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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