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보다 신속하게-문경년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1년 12월 07일(화) 05:00
지난 10월 31일부터 2주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205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그 한편에서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각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당위성을 더 높여 주고 있다. 청정 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원을 통한 전력 공급 체제 구축만이 화석연료의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 깨끗한 에너지에 의한 발전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EU의 에너지원은 지금도 70% 이상이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 구성돼 있다.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의 자료에 따르면 EU의 천연가스 수입량의 4분의 3 이상을 러시아, 노르웨이, 알제리아, 카타르 등 4개국에 의존하고 있고 그중 러시아가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에너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등에 의한 에너지의 현지 공급과 저장 능력 향상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기후 위기에 의한 최악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화석연료로부터 청정에너지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했던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실질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깨끗한 에너지 용량의 증가량을 지금의 네 배로 늘려야 한다.

사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깨끗한 에너지가 보급되면 화석연료의 가격이 상승하고 그것이 인플레이션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깨끗한 에너지는 지난 10여 년 동안 큰 폭으로 비용이 낮아졌고 화석연료에 의한 전력 생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또 풍력과 태양광 등은 에너지원이 기본적으로 ‘무료’라는 점도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의 초기 단계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깨끗한 에너지 발전과 에너지 저장을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비용을 끌어내리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다만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환경에 따라 불안정하다는, 즉 기상 변화로 에너지 공급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단기 및 장기의 에너지 저장 체제의 구축·개발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단기간 축전 요구는 이미 전력회사 규모의 축전지로 채울 수 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서는 깨끗한 에너지의 일일 발전 주기(사이클)를 원활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배터리 축전 설비를 갖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기간 에너지 저장은 지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기는 있지만 서서히 그 해결책이 나오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천연가스가 일시적인 해결책으로서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양수 발전, 바이오메탄, 그린(탄소제로)수소 등 저비용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체 에너지들이 계속 발전돼야 할 것이다. 현재 에너지 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논의는 공급(에너지원)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수요 측면을 간과하기 쉽다.

에너지 효율과 현명한 수요 응답 시스템(Smart demand response system)으로, 공급과 가격의 변동을 관리해 전체적인 에너지 수요를 안정시키고 공급 및 전력 가격의 변동에 수요자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조업자와 거주자의 에너지 비용을 끌어내려야 할 것이다.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에는 비용 및 경제적인 측면, 시간적인 측면 등 여러 장벽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감안할 때 싸고 안정된 에너지 시스템을 전제로 한 에너지의 전환은 보다 더 신속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정부나 지자체, 산업 전반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해 가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인 어려움을 생각하기보다 먼 미래를 보고, 에너지 비용이 보다 저렴해져 경제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관련 투자와 연구가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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