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이’ 선거,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김대현 위민연구원 원장·시사평론가
2021년 12월 06일(월) 04:00
대선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혼돈 그 자체다. 연일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에 후보들 진영은 일희일비하지만 앞서는 쪽도 뒤지는 쪽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시기적으로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유보층의 비율이 높은 것도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판세 예측이 쉽지가 않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돌발 변수로 인해 매순간 긴장이다.

엊그제 지역 시민단체 중 한 곳으로부터 워크숍에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주제는 ‘내년 대선에 대한 전망과 우리의 역할’이었다. 선거는 관점과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평가가 다르기에 결코 쉬운 강의는 아니었다. 역시나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에 “혹시 강사님은 OOO 후보를 좋아하느냐, 특정 정당에 포함되어 있느냐”는 등 질문들이 오갔다.

요지는 이렇다. 현재 판세로 본다면 여당의 승리가 쉽지 않다. 야당인 국민의 힘이 분열되고 자중지란이 일어났을 때, 그리고 선거 구도가 여당 대 야당의 다자 구도로 치러졌을 때가 아니면 더불어민주당의 자력으로는 이길 수 없는 선거라는 걸 강조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야권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고 그 중심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어느 대선 보다 안철수 후보의 주가가 높기 때문에 여당에서 승리하려면 안철수 후보를 야당이 아닌 여당으로 끌어당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총리 자리를 제안하든지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하든지 해야 한다는 요지를 두고 마치 강사가 안철수 팬인 것처럼 질문이 오고 간 것이다. 보통 대선은 2012년(51.55% 대 48.02% 박근혜 후보 당선)의 경우처럼 2~3%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여당이나 야당이나 제3의 후보는 당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지난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패싱으로 내부 분란이 일었고 자중지란의 조짐이 보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후보자와 당 대표가 연인들이 입는 커플 후드까지 맞춰 입고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라면 그리고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모습이란 걸 얘기했다. 그래서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음을 얘기했다. 진보는 작은 차이에도 함께하지 못하지만 보수는 이익 공동체라서 내부 분열로 인해 대선이라는 큰 선거에 패배할 수 있음을 감지하고 기민하게 만나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서 민주당이나 진보적인 시민단체는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선거는 제도상 양극단인 이분법적인 정치 형태로 흐르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현재의 여당보다는 야당이 선거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음을 얘기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힘 있을 때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제도 개선에 앞장서지 않는 것은 마치 이솝 우화의 개미와 배짱이 얘기는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선거에 있어 정책은 보이지 않고 묻지 마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만 메아리치고 있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두고 선거를 치루는 대선이 어쩌다 이렇게 한풀이 정치로 흘러가는지를 이야기했다. 정권을 잃은 상대는 5년 동안 빼앗겼다는 생각으로, 정권을 잡은 상대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오직 진영 간 한풀이 하는 모양새이다. 이러다 보니 선거에 있어 중요한 정책이나 미래 비전이 실종되고 극단의 정치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현행 대통령제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87년 이후 거대 양당이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잡지만 이는 어느 한쪽의 실책으로 반사 이익을 얻는 구조로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정치권이 제도 개선에 게을리 한다면 이젠 깨어 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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